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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0일 8회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한 '선거연령하향 청소년행동단'
 지난 1월10일 8회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한 "선거연령하향 청소년행동단"
ⓒ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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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우리(선거연령하향 청소년행동단)는 '제8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받았습니다. 이 상을 주신 시상위원회에서는 우리의 활동이 '두텁고 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적 권리가 시대에 걸맞게 재구축되어야 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부당한 옥고를 치르면서도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섰던 고 이돈명 변호사의 뜻을 이어갈 수상을 하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시상위원회에서는 청소년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2018년 한 해 동안 각종 기자회견, 퍼포먼스, 행진, 삭발, 43일간의 국회 앞 농성 등을 벌여온 점을 들어 수상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말 2018년 한 해는 안 해본 것이 무엇인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일로 꽉 채워졌던 한 해였습니다. 결국 선거연령 하향이 통과되지 못해 좌절스럽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의 연대를 통해 외롭지 않았던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청소년이 함께할 수 있도록 '선거연령 하향 4월 통과'를 외치며 43일간 농성을 했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들이 선거연령 하향에 동의하고 추진을 약속했지만, 국회 의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거듭 반대 입장을 고수하여 통과될 수 없었습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참정권 보장은 애들을 자원봉사자로 부려먹는 것'이라느니, '학생들이 투표하면 전교조에 선동당할 것'이라느니 하는 비하 막말을 국회 회의에서 쏟아내고 있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몇 차례에 걸쳐 자유한국당 대표 및 의원 면담 요청을 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속을 태우며 농성을 하던 와중, 결국 우리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시 대표가 참여하는 행사에 찾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거연령 하향 꼭 해주세요',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18세에게도 투표권을 주세요' 이 세 개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 투쟁 본부 현판식'에 찾아가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피켓을 들고 홍준표 대표에게 다가간 순간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우리를 넘어뜨리고 피켓을 빼앗았습니다.

그날 이후에도 우리는 '선거연령 하향 4월 통과'를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기 시작했고, '4월 통과'는커녕 국회 회의가 아예 열리지 못했습니다. 농성에 함께했던 한 활동가는 그때 "공장폐쇄를 당한 노동자들의 심정을 조금 알겠다"라며 탄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벌써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청소년 농성'을 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특히 농성 첫날 진행했던 '청소년 삭발식'이 많은 언론에 보도되었고 '만 18세 선거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많이 형성된 편입니다. 촘촘히 채워졌던 1년여 동안 결국 선거연령이 하향되는 성과는 없었지만, 우리의 외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시간 지나 나이 들면 투표할 수 있지 않냐"는 냉소에도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개인은 나이를 먹을지 몰라도, 사회 전체로 보면 늘 청소년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2018년 한 해 동안 외친 구호 중 하나는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였습니다. 선거연령이 하향된다는 건 단순히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더 늘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에서 배제되었던, '시민 아닌 존재'로 여겨졌던 목소리들에 정당한 가치와 몫을 부여하고 인정하는 차원의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선거연령 하향은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선거연령을 하향 운동은, 우리 사회에 함께 사는 한 집단이 "미성숙하기에 의미 있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취급받는 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입니다. 또한 "누군가의 권리는 유예 당해도 된다"는 말을 거부하는 운동입니다. 지금까지 편견과 배제에 의해 누군가의 권리가 박탈되어 왔음을 고발하는 목소리입니다. 그렇기에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연령 하향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세상, 이등 시민이 없는 세상으로 향하는 하나의 발걸음입니다.

선거연령 하향 운동을 하며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선거연령 하향을 청소년의 정치 기본권 보장의 차원에서 이야기하기보다는 '만 18세 선거권'에 국한하여, '세금도 내고 국방의 의무도 지는데 왜 선거권을 안 주는가'의 의무 수행에 따른 권리 부여 차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할 권리이며, 만 18세가 되지 못한 청소년들도 이미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 참여를 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왔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소년이 참여한 투표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이 아니었음에도, 선거 결과가 국정역사교과서, 세월호 참사 등 청소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자 그러한 잘못된 '어른들의 선택'을 바로잡는 것에는 청소년들 또한 촛불을 들었고 탄핵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뿐 아니라 3.1운동, 4.19 혁명 등 한국 역사에서 청소년들은 언제나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늘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만 18세로의 선거연령 하향은 더 확대되어야 할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시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더 많은 청소년들이 직접 대표자로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 정당에 가입하고 당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선거운동의 권리와 직접 지역에서 조례를 함께 발의할 권리 등 다양한 정치적 권리 또한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평생 민주화 운동에 힘쓴 고 이돈명 변호사의 정신과 우리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선거연령 하향 운동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이돈명 변호사는 국민이 주인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나라임에도 주인으로써 살지 못하는 국민들이 진정한 주인으로써 살 수 있기 위한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또한 시민들의 언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을 변호하며 인권 보장을 위해 누구보다 힘쓰셨습니다. 청소년 참정권 운동은 그러한 운동을 이어받아 국민이지만 국민에서 배제되어 있던 존재, 즉 청소년들도 당당히 주인으로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또 하나의 민주화 운동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단체에게 '이돈명인권상' 수상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이번 수상을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라고 힘을 실어주시는 것으로 이해하고 고 이돈명 변호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2020년 선거는 꼭 청소년이 함께 투표하는 첫 선거로 만들겠습니다. 앞으로도 선거연령 하향 운동에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격월간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돈명인권상, #이돈명, #청소년참정권, #선거연령하향,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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