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초미세 먼지가 '나쁨' 상태인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뿌옇다.

미세먼지와 초미세 먼지가 '나쁨' 상태인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뿌옇다. ⓒ 연합뉴스

 
더 이상 한국의 기온은 '삼한사온'이 아니다. '삼한오미'라는 말이 우스개 아닌 우스개처럼 회자되는 요즘이다. 맞다, 여기서 '미'는 미세먼지의 그 '미'다.

예전에는 황사와 함께 '봄철'의 특별한 연례 행사였던 미세먼지가 이제 계절과 관계없는 일상이 되어간다. '날이 추워지면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웬걸. 2019년에는 겨울 하늘마저도 미세먼지 때문에 뿌옇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추워서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라,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최근에는 특히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은 2017년 기준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 25.1㎍/㎥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란 공약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습격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KBS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은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를 다루었다. 미세먼지는 공장, 건설 현장, 자동차 등에서 고체 상태로 직접 배출되는 1차 생성 미세먼지와 가스 상태로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2차 생성 미세먼지로 나뉘어진다. 다큐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대기 속 미세먼지 중 72%가 2차 생성 미세먼지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미세먼지 발생에 있어 자동차의 기여도가 27%나 된다고도 지적한다. 

특히 최근에는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미세먼지 PM2.5)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머리카락의 1/30 정도 되는 초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나 발전 기관 등의 내연 기관에서, 즉 연료 등의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들이다.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은 만큼 우리 몸에 흡수될 가능성이 더 커서 폐 질환 등의 발병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인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의 미세먼지의 원인은 최악의 미세먼지 발생국 중국(초미세먼지 기준 53.5㎍/㎥)을 빼놓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스모그가 발생하면 서풍을 타고 2~3일 후 한국 서쪽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영상 관측을 통해 이 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미세먼지에 있어 평상시에는 국내적 요인이,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는 중국 쪽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두 요인을 비율로 봤을 때 어느 한 편이 우세하다 말하기 힘들어 5대5 정도의 비율을 보인다고 다큐에서는 언급한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다큐에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를 위해 집안에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우는 가정이 나온다. 제 아무리 엄마가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우고 집안을 소독용 에탄올로 닦아내도 미세먼지를 헤치고 등하교 하는 아이의 아토피는 나날이 심해져 피부에 물집이 생길 정도가 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분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또한 다큐에서는 다른 사례도 다루는데, 미세먼지 속에서 사다리차를 운전하는 어느 가정의 아버지는 마스크를 써도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을 겪는다. 호흡기와 피부, 안과 질환을 넘어 자율 신경계 조절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미세먼지, 과연 해법은 없을까?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미세먼지 없애려고 공장 부쉈다는 중국 

다큐에서는 미세먼지 제거의 사례를 우선 중국에서 찾아본다. 베이징의 뿌연 하늘을 상징하는 구슬 장식품이 만들어지고, 혼탁한 공기가 고향을 그리는 향수 상품으로 만들어지는 곳. 2017년 기준 보건기구의 기준치를 20배나 훌쩍 넘었던 곳, 하지만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이곳의 미세먼지 수치는 35%나 줄었다. 

그 시작은 시민들이었다. 어느 사진작가는 중국 미세먼지의 적나라한 실상을 사진 한 컷에 담았고,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미세먼지에 대해 항의했다. 그리고 이런 시민들의 분노에 마침내 정부가 움직였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표현한 사진작가 우디 씨의 작품. ⓒ KBS

 
허이짱후 마을은 미세먼지가 심하던 시절엔 10m 앞도 보이지 않던 곳이었다. 과거 시민들은 공기청정 모터가 달린 6만 원짜리 미세먼지 마스크를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마을의 거리엔 빨래가 널려 있고 하늘은 맑아졌다. 마스크들은 서랍 속에 고이 모셔져 있다. 도대체 이곳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곳 사람들이 주로 쓰던 석탄 보일러가 물로 순환하는 전기 보일러로 거의 교체됐다. 비용의 90%를 국가가 보조했다. 원래 이 마을 근처엔 물류회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동차의 시끌벅적한 배기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그곳엔 허물어진 공장터만 남아 있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다큐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다큐에 나온 허이짱후 마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장들이 즐비했던 헤베이선 랑팡시 역시 공장을 폐쇄하고, 건물을 부수는 중이다. 먼지를 뿜어내던 석탄 보일러들은 LPG 보일러로 교체했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됐으니 당연히 공기의 질이 좋아질 수밖에.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경유차는 NO' 파리 

그렇다면 여행자들의 천국 프랑스는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다큐에서는 중국에 이어 프랑스의 미세먼지 사례를 다뤘다. 프랑스 하면 에펠탑이 상징처럼 떠오른다. 하지만 2016년만 해도 스모그가 에펠탑을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다큐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은 시민 등은 정부가 미세먼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랑스 정부 상대 집단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르몽드> 등 언론들은 당시 약 4만8천 명이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에 이르렀다며 미세먼지 관련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프랑스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고 결국 프랑스는 푸른 하늘을 되찾았다. 에펠탑은 다시 우뚝 서 파리의 상징으로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국제 암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유차의 엔진이 불완전 연소할 때 블랙 카본이 발생한다. 블랙 카본은 석유나 석탄 그리고 나무 등이 불완전연소할 때 생기는 그을음을 말한다. 전체 미세먼지 유해성 중 경유차의 발암 기여도가 8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유형별로 따졌을 때 LPG 차에 비해 10배나 많은 것이다. 이는 경유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 몸에 해로운 미세먼지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프랑스 정부는 2016년 6월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를 실시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2011년 이후 출고한 LPG 겸용 차량을 0등급으로 지정하고, 경유차나 연식이 오래된 차들은 4~5등급까지 나눈 후 미세먼지가 심한 날 4, 5 등급의 파리 진입을 불허한 정책이다. 그리고 이를 어길 시에는 3.5유로, 한국 돈으로 약 4만 3천 원의 벌금을 물렸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또한 200~300유로에 해당하는 번호판 등록세를 무료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시민들이 LPG 차량을 사도록 유도했다. 당연히 시민들도 운행 제한 등이 없는 LPG 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차 한 대를 더 보태지 말자'는 슬로건 아래 2007년 이래 프랑스 100여 개 도시에서 택시보다 1/5~1/6이나 싼 전기 자동차 대여 서비스를 활성화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저감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후 2500여 명이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자, 프랑스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실시한다. 차량 통행을 줄이고자 차도를 폐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파리시는 차도를 없애고, 대신 자전거나 보행자 전용 도로를 늘렸다. 이처럼 강력한 교통 정책은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마저 변화시키며 파리에 푸른 하늘을 되찾아 주었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지난 2018년 5월 20일 방영된 <미래기획 2030> '미세먼지 도시를 습격하다'편 중 한 장면 ⓒ KBS

 
다큐는 미세먼지에 관해 중국과 프랑스의 대처 사례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결의와 각오로 이 문제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맑은 하늘과 공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야말로 2019년 새해부터 혼탁한 하늘과 숨쉬기 힘든 공기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들에게 가장 반가운 희소식이 아닐까. 다큐는 미세먼지의 습격이 충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가 대응 정책을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미래기획2030 미세먼지도시를습격 미세먼지 아이들이위험하다_미세먼지의습격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