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6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측근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전남 목포 '창성장'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은 목포 원도심 일원이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측근을 통해 건물 다수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측근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전남 목포 "창성장"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은 목포 원도심 일원이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측근을 통해 건물 다수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18일 오전 9시 38분]

지금 목포는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난데없는 관심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일명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논란의 주무대가 전남 목포이기 때문이다.

1897년 개항한 목포는 일제 시대 지어진 건축물 등 근대문화유산이 대거 남아있다. 이 일대를 '개항문화 거리'라고 부른다. 개항문화거리에 있는 건물 9~10채를 손 의원과 측근 인물들이 사들였다는 게 '투기 의혹'의 핵심이다.

이 논란을 바라보는 목포시민들은 어떤 입장일까.

"새삼스러울 것 없는..." 목포는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들 몇가지
   
우선, 논란에서 거론되는 사실들은 적어도 목포에서만큼은 새삼스러운 사실도, 숨겨진 비밀도 아니라는 점이다. 최초 보도한 SBS에서는 '단독' 등의 표현을 썼지만, 이미 2년 전부터 손 의원은 목포를 방문할 때마다 공적인 자리에서 또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물매입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더구나 손 의원의 조카로 알려진 손아무개씨는 목포지역 문화창작집단 '그라제'의 연극무대에 서는 등 활발하게 지역활동을 하고 있다. 손씨는 목포지역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건물 구입과정과 동기, 앞으로의 계획 등을 말하며 수시로 의견을 교류했다. 

논란 이후 손 의원이 밝힌 건물 구입 과정과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계획 등은 손 의원과 조카 손씨가 이미 지속적으로 밝혀온 것들과 다를 바 없다. 조카 손씨와 친분이 있는 한 지역인사는 "목포 사람이라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들이 '투기' '4배 폭등' 등의 자극적인 단어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목포가 투기의 온상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팩트는 투여된 자금 규모다. 개항문화거리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언론에서 건물 9채, 10채 말하니 도시의 빌딩 9채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상은 2천~3천만원의 폐가 수준의 건물들을 포함한 것"이라고 말했다. 숫자는 많지만 금액 자체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SBS의 보도로 다시 한번 전국적 관심을 끌면서 목포시민들은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놓고 있다. 마치 '목포발전을 위한 시민대토론회'가 개최된 분위기다. 식당이나 술집, 찻집에서 단연 화제는 일명 '손혜원 투기 의혹'이다. SNS에서는 목포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이 주제로 온통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측근들이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건물 다수를 매입해 논란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의 측근들이 건물 다수를 매입한 시점은 목포 원도심 일원의 문화재 지정 이전이다. 사진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전경.
 16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측근들이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건물 다수를 매입해 논란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의 측근들이 건물 다수를 매입한 시점은 목포 원도심 일원의 문화재 지정 이전이다. 사진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전경.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비판론 "쇠락한 거리의 건물 사줘서 고맙다 해야 하나"

일부 시민들은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 1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투자보다는 근대유산 보존 방법을 마련했더라면 좋았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인들 통해서 순수하게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문광위 간사이자 국회의원 신분으로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손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가족과 보좌관을 동원해 10여 채를 사들인 것을 투기 아니면 뭐로 봐야 하느냐"며 "쇠락한 거리의 건물을 사줘서 고맙다는 식의 구걸하는 듯한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국회의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문화재 지정 정보를 입수한 의혹이 짙다"며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어떻게 지역발전론과 동일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다수 여론은 손 의원에게 우호적으로 쏠리는 형국이다. '낙후된 원도심 발전에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일부 시민은 "'고맙다, 손혜원'을 외칠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옹호론 "불꺼진 거리에 한집 두집 불 밝힌 게 그리 잘못인가"

이아무개씨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있던 그 거리가 이렇게라도 살아난다는 건 아주 잘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혹진씨는 "목포에 관심 가져주신 손 의원에게 감사드린다"며 "주민 일부는 근대문화거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 손 의원에 의해 전국적인 홍보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이아무개씨는 "목포에 사는 저도 모르는 가치를 손 의원의 페이스북 활동을 보며 알게 됐는데 무조건적인 비판은 참 아쉽다"고 했다. 정은경씨는 "부동산투기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좋지 않게 봤는데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박종길씨는 "꺼진 창이라는 도심의 밤거리를 걸어봤다면 사람의 흔적도 없는 상가의 퇴색한 불빛도 보았으리라, 그러한 그곳에 한집 두집 불을 밝힌 계기를 마련한 일이 왜 그리 잘못이란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음모론도 나왔다. SBS와 연관된 건설사가 목포 내 아파트 건설을 놓고 손 의원 측과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 의원 측은 "재개발 갈등이 있긴 했지만 다른 건설사"라고 해명한 바 있다.

신중한 지역전문가들 "투기 여부는 몇 년 지났을 때 판단 가능"

목포지역 주요 정치인들은 손 의원을 두둔하고 있다. 목포를 지역구로 둔 박지원 국회의원은 "투기가 아니라고 확신한다"라거나 "해외투자를 받은 기분" 등의 메시지로 이번 사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기동 전 목포시의회 의장은 "폐허가 된 원도심 땅값이 오르고, 건물이 리모델링되고, 가게들이 들어서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하면, 그만큼 목포도시재생사업이 성공을 거두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최 전 의장은 "지금까지 어느 국회의원이, 어느 시장이, 지인들에게 목포가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 집이나 가게를 사라 소개한 사람이 있었던가?"라고 반박했다.
  
지역전문가들도 신중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목포지역 향토사학자인 목포대학교 최성환 교수는 "손 의원이 투기 목적이었다면 SNS에 공개하지 않고 은밀하게 했을 것"이라며 "투기 여부는 건물을 산 사람들이 지역에 정착해서 몇 년이 지났을 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 교수는 "개항문화거리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국회의원 한 명의 영향력이 아니라 역사적 가치와 함께 지역 문화예술활동가, 지역민들의 노력이 모여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SBS 정면 반박하는 지역 언론들
 
투기 의혹에 휩싸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투기 의혹에 휩싸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편, 지역 언론은 SBS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목포MBC는 "투기가 아니다"라고 했으며, 목포KBS는 "4배 폭등은 없다"고 보도했다.

목포MBC는 개항문화거리 일대 지역 주민들 인터뷰를 통해 여론을 전하면서 "SBS 보도에 해당 지역주민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목포KBS는 '손 의원 투기 의혹으로 근대공간 개발 차질 없어야'라는 보도와 "4배나 가격이 뛰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목포KBS 보도에 따르면, 목포시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개항문화거리 부동산 가격변동을 조사한 결과 3.3 제곱미터에 202만 원에서 265만 원으로 평균 31.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4배 폭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논란의 원인을 손 의원 특유의 스타일에서 찾는 의견도 있다. 사회단체 제3의길 주동식 대표는 "손 의원 투기 의혹의 본질은 목포의 토호세력 일부들이 자신들이 해먹을 땅에 외지 사람이 들어와 숟가락 들이댄다고 반발한 사건"으로 봤다.

그는 "손 의원의 행동은 계산적이지 않고 본인이 평소 느낀 대로 거리낌없이 내지르는 스타일에 가깝다, 여성 정치인에게는 드문 스타일"이라며 "그런 열정이 남아있는 캐릭터인데 그걸 싸잡아서 통속적인 이기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손 의원은 나름 소신 때문에 목포에 꽂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목포, #손혜원, #개항문화거리, #박지원
댓글6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