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안 탄도 풍경. 섬 속의 섬 야광주도를 배경으로 한 바닷가에 유채 씨앗이 뿌려져 파릇파릇 싹을 틔우고 있다.
 무안 탄도 풍경. 섬 속의 섬 야광주도를 배경으로 한 바닷가에 유채 씨앗이 뿌려져 파릇파릇 싹을 틔우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동백나무를 심고, 벚나무도 심었어. 예초기로 잡풀 베기 작업을 했고. 바닷가에 널브러진 쓰레기도 수거했지. 주민들이 다 같이 했어. 우리가 가꾼 섬을 누가 가져갈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우리가 살 섬이고 우리의 자산인데, 우리가 가꾸자고 했지."


김영복(74) '가고 싶은 섬' 탄도 추진위원장의 얘기다.

탄도 주민들은 지난해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신청을 앞두고 울력을 통해 마을을 먼저 단장했다. 바닷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 속의 섬' 야광주도 앞에 유채 씨앗도 뿌렸다. 올봄 노란 꽃으로 물들 유채밭은 그동안 묵혀진 땅이었다. 면적이 6600㎡에 이른다. 행정기관의 도움을 바라기 전에, 주민들이 먼저 마을 가꾸기를 한 것이다. 그 중심에 김영복 위원장이 있었다. 
 
무안 탄도 해변 풍경. 백사장 끄트머리에 탄도 포구와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무안 탄도 해변 풍경. 백사장 끄트머리에 탄도 포구와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무안 탄도마을 전경. 탄도 포구에서 본 마을 모습이다. 지난 1월 6일이다.
 무안 탄도마을 전경. 탄도 포구에서 본 마을 모습이다. 지난 1월 6일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그 덕분이었을까. 무안 탄도는 지난해 말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개발 대상지로 선정됐다. 탄도에는 올해부터 5년 동안 모두 40억 원이 지원돼 고유의 특성을 살린 섬으로 개발된다.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주민대학도 운영된다. 주민들이 살고 싶고, 누구나 가고 싶은 섬으로 가꾸는 사업이다.

'가고 싶은 섬' 가꾸기는 전라남도의 브랜드 시책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로 있던 지난 2015년 시작됐다. 2024년까지 10년 동안 24개 섬을 선정, 모두 2천633억 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첫해에 여수 낭도 등 6개 섬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해마다 2개 섬을 추가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탄도마을회관에서 만난 김영복 무안 탄도 '가고싶은섬' 추진위원장. 44년 동안의 이장 직을 지난해 말 내려놓았다.
 탄도마을회관에서 만난 김영복 무안 탄도 "가고싶은섬" 추진위원장. 44년 동안의 이장 직을 지난해 말 내려놓았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탄도 마을 풍경. 마을 골목을 따라 마을주민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탄도 마을 풍경. 마을 골목을 따라 마을주민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장을 그만 두면서 마지막으로 큰일 하나 했지. 앞으로 우리 섬이 발전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보람이고, 주민들한테도 큰 선물이 될 것 같아."

지난 6일 만난 김영복 위원장의 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마을이장을 겸했다. 44년 동안 이장으로 일했다. 그가 처음 마을 이장을 맡은 건 지난 1971년이었다. 2년 임기를 마쳤는데, 2년 만에 다시 주민들한테 불려 나왔다. 75년부터 다시 이장을 맡아 2014년까지 줄곧 이장으로 일했다.

2014년 말, 42년 동안 맡았던 이장 직을 그만뒀다. 이제는 편히 쉴 줄 알았는데, 2년 뒤 또 다시 주민들에게 불려나왔다. 2년 동안 더 이장으로 일하고, 지난해 말에야 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44년 동안 마을이장으로 일을 했으니, 그의 인생 절반 이상을 이장으로 산 셈이다.
  
김영복 가고싶은섬 추진위원장이 마을회관에서 주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월 6일이다.
 김영복 가고싶은섬 추진위원장이 마을회관에서 주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월 6일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탄도마을회관 전경. 김영복 추진위원장이 이장으로 일하면서 지었다.
 탄도마을회관 전경. 김영복 추진위원장이 이장으로 일하면서 지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김 위원장은 이장으로 일하며 주민들 사이에서 '도지사(島知事)'로 통했다. '탄도대통령', '탄도군수'라 부르는 주민도 있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전국 최장수 이장의 비결은 근면과 성실이었다.

그가 이장으로 일하면서 그동안 '욕심' 부려 따온 사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탄도 선착장 정비는 지금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길이 350m의 선착장을 만들었다. 큰바람이 불 때마다 피하지 못했던 선박 피해를 줄였다.

마을주민들의 손발인 도선을 현대식으로 건조한 것도 그의 공이 컸다. 탄도호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실어다주고, 섬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뭍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의 하수관거를 지중화하고, 마을 안길과 농로를 포장하고, 마을회관을 실용적으로 건립한 것도 그의 노력이 더해졌다.
  
탄도마을 주민들의 손발인 탄도호. 이 도선을 현대식으로 건조한 것도 김영복 위원장의 공이 컸다.
 탄도마을 주민들의 손발인 탄도호. 이 도선을 현대식으로 건조한 것도 김영복 위원장의 공이 컸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탄도마을에서 본 탄도 포구. 바닷가에 소라 껍데기가 줄지어 놓여 있다.
 탄도마을에서 본 탄도 포구. 바닷가에 소라 껍데기가 줄지어 놓여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탄도는 무안군에 속한 28개의 섬 가운데 하나뿐인 유인도다. 전라남도 무안군 망운면에 속한다. 송현리 조금나루에서 3㎞ 남짓 떨어져 있다. 해안선은 5㎞ 가량 된다. 오래 전, '여울도'로 불렸다. 섬에 많았던 소나무로 숯을 생산해 뭍으로 보냈다고 '탄도(炭島)'로 바꿔 불리고 있다. 현재 30가구 51명이 살고 있다.

탄도는 감태, 낙지, 굴, 바지락, 소라의 주산지다. 감성돔 산란지여서 바다 낚시터로도 각광받고 있다. 농업은 밭에 의지하고 있다. 양파, 마늘, 고구마, 고추 등을 심는다. 산에는 소나무와 사스레피나무, 대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탄도에 딸린 섬 속의 섬 야광주도 풍경. 바닷물이 가득 들어 섬이 됐다.
 탄도에 딸린 섬 속의 섬 야광주도 풍경. 바닷물이 가득 들어 섬이 됐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뭍으로 변한 야광주도. 바닷물이 빠지면서 섬까지 걸어가는 길이 열렸다.
 뭍으로 변한 야광주도. 바닷물이 빠지면서 섬까지 걸어가는 길이 열렸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탄도에 딸린 작은 섬 야광주도도 별나다. 옛날에 섬사람들이 여기에 불을 켜서, 주변을 오가는 뱃길을 밝혀줬다고 붙은 이름이다. 바닷물이 빠지는 조금 때엔 바닷길이 열린다. 누구라도 걸어서 섬에 들어갈 수 있다.

탄도에는 편의점은 물론 상점이 하나도 없다. 그 흔한 자동차도 한 대가 없다.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섬 마을 특유의 소박한 인심도 그대로다. 언제라도 정겨운 남도의 섬이다.
 
탄도마을회관 앞에 선 김영복 위원장(오른쪽). 왼쪽은 탄도마을 노인회장이다.
 탄도마을회관 앞에 선 김영복 위원장(오른쪽). 왼쪽은 탄도마을 노인회장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문360에도 실립니다.


태그:#김영복, #탄도, #가고싶은섬, #야광주도, #무안 탄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