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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임의가입자 22만명 육박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1일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한 시민이 국민연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22만명에 육박, 이는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다. 2015.7.21
  지난 12월 14일 정부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도입된 사회경제 제도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 연대 원리에 입각하여 적절한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수행하도록 국민연금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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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14일, 정부는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기초한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가 있자마자 언론, 정당, 학자 등에서 다양한 비판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비판은 대체적으로 3가지다. 첫째, 정부가 제시한 4개의 안에 보험료 인상이 빠졌거나 충분하지 않아 법령의 취지를 위배했다. 둘째, 정부가 제시한 4개의 안들은 국민연금기금 고갈시점을 앞당기거나 기껏해야 5~6년 정도 연기할 뿐 고갈 이후의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셋째, 4지 선다형 지문 같이 대안들을 제시하여 보험료 인상 시 예상되는 정치적 파장을 피하기 위한 책임회피성 폭탄 돌리기다.

이들 비판의 공통점은 '정부가 국민연금재정안정화에 대한 충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일 소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공적연금제도의 근본목적 달성을 위한 개혁정책 우선순위 설정과 정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전략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긴급한 정책이슈인 노후소득보장 문제를 해소하면서 점진적, 단계적으로 재정안정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 이번 안에 담긴 정부의 분명한 의지이다. 이런 비판들이 계속된다면 자칫 국민들의 판단을 오도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필자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국민연금 개혁안 비판을 비판한다

우선, 위 비판들은 현 정부의 국민연금제도 개혁정책 우선순위를 간과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도입된 사회경제 제도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 연대 원리에 입각하여 적절한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수행하도록 국민연금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만약 국민연금이 적절한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제도 존립의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다. 제도의 장기적 지속가능성(long-term system sustainability)을 거론할 때 통상 재정안정화를 거론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찍이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복지국가 황금기를 거치면서 과잉 노후소득보장을 걱정해야 했던 서구 국가들의 정책 우선순위일 뿐이다.

우리는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늦게 도입되어 미성숙 되었으며 노후소득보장의 적절성도 확보되지 않은 나라이다. 그런 상태에서 제도도입 초기부터 재정안정화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어 삭감개혁을 추진하면서 기금고갈 이슈를 지속적으로 양산했다.

제도의 사각지대 국민들과 초기 가입자들의 가입기간 확대를 위한 제도적 노력과 재정지원은 등한시 했다. 초기가입자들의 급여적절성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한 소득대체율은 급격하게 삭감되었다. 그 결과 제도 도입 30년이 지났지만 국민연금의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형성되었고 연금수급자들의 평균 가입기간이 17년 밖에 되지 않으며 용돈수준의 연금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후보장'보다 '재정안정화' 운영한 국민연금의 결과

 
 국민연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좀 뜯어서 살펴보자.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운용 종합계획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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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노후소득보장보다 재정안정화를 앞세워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한 결과는 무엇인가? 첫째는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이고 적대적 태도의 유발이다. 우리는 이미 2004년에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이 담보되지 않은 채 재정안정화만 추구할 경우 국민연금이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생생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면서까지 기금고갈과 재정불안정 해소를 개혁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열악한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 실태를 외면했다. 국민들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용돈연금을 없애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고 급기야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민연금폐지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한 때 개혁논의마저 중단되었다.

필자는 그 당시 영국에서 우리나라 공적연금 개혁의 정치에 대한 논문을 쓰던 중이었는데 지도교수들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폐지운동'을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하였다. 세계 연금정치사에 기록될만한 희귀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무지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고심과 배려 없이 기금고갈에 대한 불안을 조성하고 재정안정화 개혁을 추진하는 데 대해 국민들이 실망했기 때문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거꾸로 설정하면 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장기적 유지가능성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노인 10명중 6명이 국민연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나라

둘째는, 심각한 노후빈곤과 노후자살 등 사회병폐의 유발이다. 산업화 사회에서의 공적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의 핵심이며 평범한 국민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노후소득보장 수단이다.

서구 선진국 노인들은 퇴직 후 필요한 소득의 60~80%를 공적연금 같은 공적소득이전(public income transfer)으로 얻는다. 반면에 우리나라 노인들은 필요한 소득의 20% 정도만을 공적이전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일을 하거나 자녀들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한다.

2017년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38.6만원인 것이 현실이다. 이는 1인 가구 최소생계비 100만원의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60세 이상 인구 중 약 60%는 국민연금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열 명중 6명이 국민연금을 전혀 못 받고 기초연금만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노인빈곤률율이 47.6%로 OECD 최고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노인 자살율도 OECD 국가 평균의 3배 이상이다. 빈곤에 시달리다 매일 10명씩 노인들이 목숨을 끊는 상황을 해소하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중대한 국가과제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이런 심각한 노후불안을 방치하게 되면 이런 현상을 자신의 미래상으로 인식하는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은 노후세대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바람직한 기대행동을 유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노후소득보장 문제를 최우선적 개혁의제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목표...노후소득보장 우선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여러 번 국민연금 개혁의 목표와 원칙을 표명한 바 있다. 현 4개의 개혁 대안과 구체적 제도 개선안에는 노후소득보장을 우선적 개혁과제로 삼겠다는 철학과 개혁의지가 담겨져 있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로 세워진 것이다.

재정안정화를 위한 보험료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들의 60%이상이 보험료 납부예외자이거나 장기 체납자인 현실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보험료를 대폭 인상한다면 지역가입자들 대부분을 국민연금제도 밖으로 내 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가장 국가제도의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 다수가 제도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공적연금은 불공정하며 존속할 정당성이 없다. 이번 제도 개선안에 영세 자영업자들의 보험료 50%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그들에게 재정적 마중물을 부어 제도가입의 자조노력을 유인하겠다는 의도로서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런 정지작업 위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보험료 인상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져 재정안정화 조치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동안 20년 이상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했겠는가? 이런 실질적인 국가의 재정지원 의지 없이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현실적 거부감을 피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연금 개혁은 공적연금 전반의 개혁을 향해 첫발을 디뎠다. 노후소득보장강화를 우선하고 재정안정화를 조심스럽게 추구하는 개혁정책의 기조를 바꿔서는 안 된다. 나아가, 영세자영업자 보험료 지원 같은 국가의 재정책임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놓지 않아야 한다. 그러한 의지로 인내하며 사회적 논의를 지속한다면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희망이 되는 국민의 연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재섭 사람을살리는공적연금연구소장.
 이재섭 사람을살리는공적연금연구소장.
ⓒ 이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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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재섭 기자는 사람을 살리는 공적연금연구소장이며, 전 공무원연금공단의 연금연구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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