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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의 헌책방 울랄라’에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의 저자 우다 도모코씨와 함께한 아내.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디테일할 수 있는데 아직 아내에게만은 불가능하다.
 ‘시장의 헌책방 울랄라’에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의 저자 우다 도모코씨와 함께한 아내.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디테일할 수 있는데 아직 아내에게만은 불가능하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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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제가 디자인 잡지에서 일할 때 멋진 문장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God is in the detail.(신은 디테일 속에 존재한다)"

누가 이렇게 멋진 생각을 멋지게 표현했을까 알고 싶어 출처를 뒤졌습니다.

독일의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말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 출처는 1969년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그의 부고 기사에 언급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독일의 문화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의 전기에 언급되었고, 그 이전에는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가 "Le bon Dieu est dans le détail.(the good God is in the detail, 좋은 신은 디테일 속에 임한다.")로 표현했지만 1855년에 발행된 미국의 편집자 존 바렛(John Bartlett)이 집필한 '바렛의 친숙한 인용구 (Bartlett's Familiar Quotations)'라는 책에 이 말은 무명씨로 언급된 것으로 보아 오래전 속담으로 존재했던 말로 추즉됩니다.

이 말은 다시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이 쓴 '스티브 잡스 Steve Jobs'의 전기에 언급돼 더 널리 확산되었습니다.

잡스는 소비자가 볼 일이 없는 매킨토시 내부의 회로 기판의 배열까지 아름답게 만들도록 요구했습니다.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어야 해. 박스 안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말이야.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장롱 뒤쪽에 저급한 나무를 쓰지 않아."

잡스는 이런 정신을 목수인 아버지에게서 배었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서랍장을 만드는 목수는 서랍장 뒤쪽이 벽을 향한다고,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한다고 싸구려 합판을 사용하지 않아요. 목수 자신은 알기 때문에 뒤쪽에도 아름다운 나무를 써야 하지요. 밤에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아름다움과 품위를 끝까지 추구해야 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 말의 매혹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합니다. 디테일이 무시된 사람을 크게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배려나 품위와도 거리가 있기 쉽습니다. 인간의 모든 도리는 상대에 대한 숙고의 디테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는 섬세한 디테일의 소유자들입니다. 시인과 소설가, 화가, 음악가 등 모든 장르 장르 작가의 예술작품이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것은 독자나 청자가 발견해내지 못했던 것이나 발견되었던 것에 방점을 찍었기때문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도 자신의 건축에 이점을 더욱 철저하게 반영했기 때문에 이 말의 대변자로 알려졌을 것입니다.

제 지인 중, 이정호 도자기 컬렉터는 두 개의 큰 도자기박물관과 미술관을 일구었고 다시 르 시랑스(Le Silence)라는 유럽고가구카페를 론칭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40여 년간 펼쳐온 사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며 전 그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향수에 뛰어난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식물감각의 마숙현 대표는 문학적 재능뿐만 아니라 와인과 커피의 향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별한 감각이 있습니다. 식물에 매혹되어 식물감각의 자리를 숲의 언저리로 택했습니다.

그분의 와인 얘기를 듣다 보면 와인만으로, 커피 얘기를 듣다 보면, 커피만으로도 인생의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마 대표님이 와인과 커피를 얘기할 때, 존 모피트의 시를 인용합니다.

"어떤 것을 볼 때 정말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봐야 한다."

모피트 시인은 <어떤 것을 알려면...>이라는 이 시에서 디테일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냄새를 감지하는 후세포는 역치가 매우 낮아 250만 여개의 분자 속에 다른 분자가 끼어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아주 특별한 후세포와 미뢰를 가진 분들이 부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후각과 미각의 역치가 특별히 낮지는 않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성정과 기호의 차이를 읽어내어 각기 다른 장점을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음이 다행입니다.

저는 내 앞의 사람을 오랫동안 바라봅니다. 그리고 제 앞의 사람이 용기를 잃었거나 자존으로 흔들린다면 그가 알지못하는, 그의 어떤 면에 신이 머물고 있는지를 찾아내려고 하지요. 신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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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마치고 '월간여행’의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간 비디오라이프(편집차장)’, '월간 뮤직라이프(편집부장)’, '디자인저널(편집국장)’등 20여 년 동안 주로 잡지를 위해 일했다. 새물결사의 편집국장으로 7년쯤 일하던 중, 미국 대학의 유학생으로 변신했다. 귀국후 세계로 부터 오는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아티스트레지던스'모티프원'를 경영하며 프리랜서 작가와 사진가 그리고 여행가로서 헤이리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으며, ‘헤이리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문화와 여행에 관한 다양한 관심사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