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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 중학교'인 남해 상주중학교는 1월 11일 오후 '대안교육 1기' 졸업식을 열었다.
 "특성화 중학교"인 남해 상주중학교는 1월 11일 오후 "대안교육 1기" 졸업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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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보니 우리는 저마다 모두 다 다른 사람들. 그야말로 '우다다'였지요. 그래요, 우리는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거래요. 어쩌면 우리들 만남은 처음부터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공부하려고 만난거래요.

그래요, 맞아요. 우리는 아이들 공부시키려고 만났지만, 사실은 지난 3년 동안 우리 어른들이 더 많이 배우고 깨달았지 않았나요. 아이들만큼이나 어른들도 함께 신나고 즐거운 배움터 하나 제대로 만들기. 그게 우리들의 꿈 아니었던가요."


1월 11일 오후 남해 상주중학교 청암교육관 '대안교육 1기'(제63회) 졸업식에서 여태전 교장이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만든 문집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에 기고한 글을 읽었다.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이 학교는 2016년 경남에서 유일하게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되어 새롭게 출범하였다. 사립인 상주중학교는 시골에 있어 매년 신입생이 줄어들어 한때 폐교 위기에 처했다.

그러다가 2014년 3월 공립 대안학교 태봉고 임기를 마친 여태전 교장이 부임하면서 상주중학교는 새로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2년 동안 준비과정을 거쳐 기숙사를 짓고 전국 단위에서 신입생을 맞이하는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된 것이다.

2016년부터 학생들은 멀리는 서울, 수원, 부산, 울산 등지에서부터 가까이는 창원, 김해, 진주 등지에서 상주중학교로 '유학'오기 시작했다. 1학급 15명, 1학년 30명. 전교생 6학급 90명 학교로서 새 출발한 것이다. 이 중에서 70명이 넘는 학생은 현재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2018학년도에는 일반학교로서는 마지막으로 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 가운데 상주지역 학생은 3명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외지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었다. 특성화중학교가 된 뒤부터 이렇게 학생이 늘어났고, 올해 그 첫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작년보다 3배가 더 많은 28명의 학생이 졸업한 것이다.

처음에는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있었다. '대안교육 1기' 졸업생 28명 가운데 상주지역 토박이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가 대안교육 3기가 입학할 때부터는 상주초등학교 졸업생 모두가 상주중학교로 입학했던 것이다.

여태전 교장은 "처음에는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상주지역 토박이 아이들이 모두 이웃학교로 가버렸다. 그런 오해와 편견은 2년으로 끝났다"며 "이제는 상주 지역 토박이 학부모님들도 상주중학교가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학교, 꿈의 학교, 삶의 학교, 행복학교라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특성화 중학교'인 남해 상주중학교는 1월 11일 오후 '대안교육 1기' 졸업식을 열었다. 사진은 학부모들이 공연하고 있는 모습.
 "특성화 중학교"인 남해 상주중학교는 1월 11일 오후 "대안교육 1기" 졸업식을 열었다. 사진은 학부모들이 공연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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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교육감 "여행 같은 3년은 아름다운 추억"

졸업식은 졸업생들이 들어오면서 시작되었다. 교사와 학부모, 후배들이 모두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 28명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전달하고 '마음의 향기'를 담은 편지를 전달하는데도 50여 분이 걸렸다.

여태전 교장을 비롯한 전체 선생님들이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짤막한 편지글을 읽어주면서 졸업장을 전달했다. 눈물과 웃음과 환호와 박수가 교차하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이어 졸업생 대표 최성훈은 졸업생들이 만든 <보물섬 바다학교 아이들의 꿈·감성·이야기>라는 제목의 졸업논문집과 작품집을 여태전 교장한테 증정했다.

지역 인사들도 이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장충남 남해 군수는 직접 참석하여 졸업생들과 학부모에게 축하의 인사를 했다. 이밖에도 여상규·제윤경 국회의원, 박종길 남해군의회 의장, 하미자 남해문화원장 등 많은 기관단체장들이 상장을 보내와 전달했다.

교직원들은 대안교육 1기 학부모들한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3년간 '참여와 소통의 학부모 문화'를 이끌어 온 학부모회장 이종수, 최홍진 회장한테 감사패가 전달되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축전을 통해 "여러분의 여행 같은 3년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아름다운 바다학교 교정에서 뛰놀고 같이 가꾸었던 꿈들은 여러분의 앞날에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졸업식 마지막에 재학생과 졸업생이 뮤지컬을 공연 형식으로 송사와 답사를 나누면서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졸업생 학부모들도 무대에 올라 합창을 했다. 모두가 한 뜻 한 마음으로 만들어온 지난 3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여태전 교장 "사랑하고 아낌없이 축복했다"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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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전 교장은 졸업식사에서 "한 명 한 명은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밖에 없는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다"며 "그러니 무엇보다도 먼저, 여러분들은 여러분 자신을 사랑하고, 그 어떤 경우라도 여러분들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래서 저와 우리 선생님들은 지난 3년간 여러분들을 분별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축복했다"고 했다.

여 교장은 "우리들의 이 행복감이 곧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고 기도다"며 "부디 떠나는 여러분들도 '지난 3년간 여기서 참 행복했다'고 말한다면, 그 말 한마디가 곧 저와 우리 선생님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부모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했다. 여 교장은 "지난 3년 동안 자녀들을 멀리 이곳 상주에까지 보내주신 지혜롭고 용기 있는 학부모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학부모님들 덕분에 상주중학교를 중심으로 펼치는 '남해금산 교육마을'의 비전이 하나 둘 실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10가구 이상의 부모님들이 여기 상주로 이사를 오셨다. 먼저 들어오신 부모님들을 중심으로 '동고동락 협동조합'까지 만들어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상주중학교는 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을 '선생님'으로 부른다. 여 교장은 "우리는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어른들을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통일했다"며 "우리 선생님들은 그동안 일반학교 선생님에서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거듭나려고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를 감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고, 또 배우고 성찰하면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해왔다"며 "졸업생 여러분들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축복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선생님들은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편지 써 
 
남해 상주중학교는 11일 오후 졸업식을 열었다.
 남해 상주중학교는 11일 오후 졸업식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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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은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전달하면서 '마음의 향기'을 담은 편지를 읽었다. 선생님들은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성격과 특징을 담은 편지를 써서 축복한 것이다.

조용순 교감은 한 졸업생한테 "처음 면접 봤을 때 냉소적이고 눈빛도 날카로웠고 말 수도 적었던 네가 한 번 말을 시작하면 청산유수였고, 그렇게 차갑던 네 눈빛도 따스함이 넘쳤으며, 어디서 배웠는지 애교가 철철 흘러서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눈 녹듯이 기분이 풀어졌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심영보 교사는 다른 졸업생한테 "학생회 행사부장을 맡아 주도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학생중심의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온 힘을 다한 것 같다"며 "매우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이끌어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힘들어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도와주고 손을 잡아주는 모습도 참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고 했다.

한정숙 교사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것은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말이지.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세상에서 지금은 느리지만, 훗날 웃으며 너를, 부모님을 기쁘게 할 멋진 청년이 되어 있기 바란다"고 한 명 한 명의 졸업생에게 편지를 썼다.

학부모들도 학교에 감사했다. 한 학부모들은 "아마 졸업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 중 '상주앓이'를 하는 분들도 꽤 있으리라", 다른 학부모는 "학부모 공동체의 역할은 '확대가족의 부모'가 되어야 한다", 또 다른 학부모는 "우리들 만남은 꿈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만남"이라고 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졸업식 행사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했던 권영득 상주면장은 "너무나 감동적인 졸업식에 참석했다. 요즘도 이런 졸업식이 있나싶다. 눈물이 자꾸만 났다. 우리 지역에 상주중학교가 있다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상주중학교는 졸업식에 맞춰 졸업생 논문집과 학부모 문집뿐만 아니라 전교생 시집 <솔바람 은빛바다에서 나를 찾다>도 함께 펴냈다.

졸업식이 끝난 뒤부터 '상주 솔바람 큰잔치'가 이어졌다. 졸업식 행사와 축제는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

여태전 교장은 "비로소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서의 3개년 교육과정을 한 바퀴 돌린 셈이다. 이제는 지난 3년의 과정을 스스로 평가하고 앞으로 좀 더 질 높은 교육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남해 상주중학교는 2019년 1월 '대안교육 1기' 졸업식에 맞춰 많은 책을 펴냈다.
 남해 상주중학교는 2019년 1월 "대안교육 1기" 졸업식에 맞춰 많은 책을 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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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상주중학교, #대안교육,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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