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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숟가락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손 글씨.
 큰 숟가락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손 글씨.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 아동옹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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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어른 숟가락이라서 불편해요."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 어른 숟가락이 어린이 숟가락이었으면 좋겠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가 만든 '아이들이 말하는 학교환경 만들기' 보고서에 담긴 사진들이다.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들이 서툰 글씨로 '어른 수저'에 대해 적었다.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어린이에게 어린이 수저가 아닌 어른 수저를 주면서 생긴 '아우성'이다.

어른들 깜짝 놀라게 만든 아이들의 '아우성'

10일 이 보고서를 지난해 말 발표한 경남아동옹호센터에 따르면, '어른 숟가락' 하소연 글을 쓴 초등학생들은 경남지역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다. 2017년 100명의 어린이에게 '학교에서 불편한 점'을 적어 보라고 했더니 '학교 급식 어른 수저 제공'에 대해 적은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센터 옹호사업팀의 정소영 대리는 이날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어른용 수저 제공의 문제에 대한 예시를 주지 않았는데도 여러 아이들이 수저 문제를 적었다"면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어른용 수저 문제는 어른용 화장실 변기 문제와 함께 우리들도 당시에 새롭게 알고 깜짝 놀랐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대리는 "우리 센터도 이런 일을 알게 되면서 당시부터 어린이 눈으로 보는 학교의 물리적 환경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는 학생들 집단면접 내용도 나온다. 고학년으로 추측되는 경남 A초 학생은 "1학년과 6학년 모두 숟가락, 젓가락 크기가 같다"면서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저학년 친구들이 급식을 할 때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B초 학생도 "급식소 식판이 저학년이 들기에 무겁고, 숟가락도 크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9일,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이 발표된 곳인 서울 천일초.

이곳에서 김태은 광주광역시 교육정보원 파견교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학교에서는 아직 초등학교 1학년에게 어른용 큰 수저와 젓가락을 주고, 어른용 큰 변기가 설치돼 있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화장실을 가지 못하기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12월 28일 첫 보도한 기사를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이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관련기사: 초등학교 1학년 '고사리 손'에 어른용 큰 수저?).

김 교사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발언권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초등학교 1학년생들에게 그동안 수저 선택권을 줄 생각을 못 한 어른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나라 학교들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한국도 준수를 약속한 이 협약은 제3조에서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등에 의하여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서 아동에 대한 최선의 이익(the best interests of the child)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어린이용 수저 대신 어른용 수저를 일괄 제공하는 행위는 '아동 최선의 이익 준수 원칙'에 어긋난다.
 
 덩치가 아주 작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생이 학교 급식 중 음식을 젓가락으로 찍어먹고 있다.
 덩치가 아주 작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생이 학교 급식 중 음식을 젓가락으로 찍어먹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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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학교의 수저 문제에 대해 정식 진정사건으로 배당하고 이달 중에 일선학교를 직접 방문해 실태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문봉 교사(인천 가원초)는 지난해 12월 11일 인권위에 교육부장관을 인권침해자로 지목해 진정서를 낸 바 있다.

오 교사는 진정서에서 "현재 전국 초등학교에서 교직원들과 초등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수저 길이는 숟가락 20~22cm, 젓가락 21~22cm 크기"라면서 "교직원과 초등학교 1~6학년생이 동일한 (어른용) 수저를 받아 사용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어린이용 수저보다 5cm 정도가 큰 어른용 수저를 어린이에게 주는 관행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서울교사노조 논평 "고사리손에 어른 수저 강요, 사라져야"

10일 서울교사노조는 논평에서 "책걸상 높이는 학생 신체에 맞추는 교육청과 학교가 수저는 예외로 하고 있다"면서 "전국에 있는 수백만 초등학생들의 고사리손에 커다란 어른 수저만을 강요하는 일이 하루 속히 사라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어린이들이 어린이 손에 맞는 수저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당국과 교섭할 것이며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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