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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묵인 혐의와 국가정보원을 통한 불법사찰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일 오전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풀려나는 건 2017년 12월 15일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래 384일 만이다.
▲ 꽃다발에 미소 짓는 우병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묵인 혐의와 국가정보원을 통한 불법사찰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일 오전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풀려나는 건 2017년 12월 15일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래 384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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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일 오후 4시 5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석방됐다. 그는 3일 새벽 0시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와 지지자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 살짝 미소를 보였다. 국정농단 핵심으로 꼽혔던 우 전 수석은 왜 풀려났을까.

우 전 수석이 서울고등법원에서 받고 있는 재판은 두 가지다.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농단을 축소·은폐했다는 '국정농단 방조' 혐의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사찰한 혐의를 받는 '불법사찰 사건'이다. 두 사건을 함께 심리하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우 수석을 석방했다(관련 기사: 우병우, 오늘 자정 석방... 법원, 구속기간 연장 안 해).

우 전 수석은 2017년 12월,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됐다. 당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사찰 혐의와 관련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우 전 수석은 이미 국정농단 방조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불법사찰 사건 1심이 진행되는 동안, 국정농단 1심이 먼저 선고됐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우 전 수석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점을 지적하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 선고였지만, 당시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이미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돼있어 법정 구속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 전 수석은 법원에 보석 신청을 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불법사찰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언학)에 "도주하고 싶은 생각이 단 요만큼도 없다"라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처음 구속됐던 사유를 다시 들었다. 재판부는 혐의가 무거우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해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한 달 뒤인 2018년 7월 3일, 우 전 수석은 구속 기간 만료(형사소송법상 1심은 최대 6개월, 항소심·상고심은 최대 8개월)를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국정농단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1심서 유죄가 인정된 만큼 영장을 새로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우 전 수석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우 전 수석은 재판 병합을 요청했다. 피고인이 두 사건을 따로 심리 받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 선고받을 경우 형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문호 부장판사는 이를 존중해 국정농단 방조 혐의 항소심 심리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였으나 재판을 종결하지 않았다.

구속 더 연장할 수도, 새로 영장 발부할 수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묵인 혐의와 국가정보원을 통한 불법사찰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일 오전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풀려나는 건 2017년 12월 15일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래 384일 만이다.
▲ 우병우, 꽃다발과 함께 집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묵인 혐의와 국가정보원을 통한 불법사찰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일 오전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풀려나는 건 2017년 12월 15일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래 384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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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7일 불법사찰 사건 1심 판결(징역 1년 6개월)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에 우 전 수석의 구속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구속 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불법사찰 1심 재판부에 항소심 재판부로 기록을 신속히 넘겨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사정이 있다며 2주 넘게 시간을 끌었다. 지난 26일에서야 서울고법이 우 전 수석의 불법사찰 사건 항소심을 접수했고, 12월 31일 현재 재판부로 재배당됐다. 이제 우 전 수석의 구속 기간은 단 3일 남아 있었다.
  
재판부는 구속을 2개월 더 연장하거나 불법사찰 사건으로 영장을 새로 발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 선택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관계자는 "불법사찰 사건 항소심에서는 (이미 1심 구속 기간이 끝나서)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고, 항소심 진행 중에 새로 영장을 발부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법리 다툼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음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당시와 달라진 상황은 없다. 앞서 법원은 우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내주고, 그의 보석신청을 기각하면서 우 전 수석에게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우 전 수석은 두 사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양쪽 재판부 모두 우 전 수석의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앞서 법원이 밝힌 보석 기각 사유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였다.

또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석방을 결정하면서 따로 검찰 측에 의견을 묻는 등의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72조에 따르면 법원은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피고인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물어야 한다. 대개 피고인이 재판 중이면 재판부는 기일을 따로 잡아 검찰과 피고인 양쪽의 의견을 묻는다. 그러나 차문호 부장판사는 이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조용히 구속 만료를 맞았다. 법원이 우 전 수석을 석방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게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인에게만 불구속 원칙 적용한 사안"

법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8개월까지 연장해준다는 건 이례적인 경우다, 재판부가 절차에 맞게 진행했을 것"이라며 "아직 유무죄가 확정된 상태도 아니라 구속 재판이 무리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재판부가 우 전 수석에게 특혜를 줬다는 시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재판 절차의 문제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일반적 사례와 달리) 특정인에게만 (불구속) '원칙'을 적용한 사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우병우, #석방, #차문호, #사법농단,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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