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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씨티은행 NGO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이하 참여자치연대)에서 약 1달 반간 인턴 생활을 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인턴 생활에서 느낀 점을 기록하고자 한다. - 기자 말
 
26일 오전 10시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의정비 인상심의위원회 주관의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 완주군의회 의정비 인상을 위한 주민 공청회 26일 오전 10시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의정비 인상심의위원회 주관의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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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으로 배정받는 첫날부터 순탄치 않았다. 본래는 경희대 사무국에서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리엔테이션과 여러 업무 설명을 진행해야 했다. 갑작스레 완주군의회에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꾸리고 공청회를 했고, 참여자치연대는 곧바로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성명을 대고 대응행동에 나섰다. 11개 전북 NGO와 공동으로 날림 행정을 규탄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데 뜻을 모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박우성 투명사회국장의 인솔하에 완주군청으로 이동한 후 완주군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나 역시 피켓과 현수막을 들었고,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쳤다.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인터넷 언론 곳곳에 내 얼굴과 함께 시위 사진이 게재되었다.

말하자면 나는 NGO나 시민행동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이 시위 현장과 공청회에 떠밀려 들어갔다. 나를 제외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현장에 노출되어 있었다.

내게 공공영역 참여란

공공영역에 참여하는 일이 내게는 어느 순간부터 아주 멀게 느껴졌다. 공공영역에서 멀어진 만큼 정치 영역에서는 혐오감과 무력감밖엔 남지 않게 되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은 점차 쌓여만 가는데, 문제 제기는 분풀이 수준에서 답보했다.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큰 화두로 떠올랐다. 이 화두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대책과 환경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고, 이 비판은 정부와 정당 정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으며, 다시 기성세대의 압력과 일상의 피로로 돌아왔다. 결국 스스로의 삶에 대한 회의와 자책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우리는 왜 우리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반하게 되었을까. 우리의 욕구, 자연스러운 본능의 분출, 순수한 호기심의 충족, 정의감으로 발현되는 행동 등을 감춰두고 취직과 돈과 성공만을 바라보며 오늘을 견디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해답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는 벽을 치고 돌아오는 메아리 소리의 여운에 잠시 몸을 뉘었다가 다시 그렇게 비판했던 시스템 속으로 기어이 복귀하고 만다.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하루의 고된 노고를 저녁 술상으로 빨래하듯 비워버리고 다음 날 다시 출근하는 것과 같다.

시민사회란 단어는 교과서에서나 많이 본 내용이지, 현실에서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인턴 활동 첫날부터 군의회가 어떻게 형식적으로 민주주의라는 기표를 이용하고, 자신들의 의사결정을 정당화하는지 활동가들 사이에서 보고 느꼈다.

완주군의회는 의정비 인상을 발의하고 의정비인상심의위원회를 두어 의사결정을 맡겼다. 참여자치연대는 회의자료를 꼼꼼히 훑어보고 몇 가지 부진한 부문을 지적했다. 우선 행안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원 1인당 주민 수, 지자체의 재정 능력,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인상률을 책정해야 한다. 그러나 20%를 웃도는 인상률이 어떻게 책정되었는지에 대한 과정 설명이 생략되었다.

또 위원회 구성에서도 교육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를 망라해 다양한 의견수렴이 가능토록 해야 하는데, 각각의 추천인사가 없다는 점, 의회 추천 인사가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는 점을 들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어 주민 의견 수렴 장치로 공청회를 선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했다.

졸속으로 진행된 공청회

공청회는 형식상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다수의 주민이 생업에 종사하는 걸 고려한다면 오전 10시는 무리한 일정임이 분명했다. 분위기도 뭔가 이상했다. 찬성 발언이 마무리되면 국지적으로 박수가 쏟아졌지만 반대 발언 끝엔 박수가 없었다. 공청회에서 한쪽 의견에 일방적인 박수가 나오는 걸 본 한 주민은 "선거 운동을 보는 것 같다"며 불평했다.

동원 주민을 제외한 주민들이 과도 인상의 절차나 근거 결핍을 들어 문제제기 할 때, 한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의원,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을 협조하는 주민들 역시 있었다. 당시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반대하기 위해 시위에 나선 일부 젊은 주민들 역시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찬성 측에 박수를 보내며 의회 의정비 인상률 찬성을 위해 앉아있던 분들이었다.

이들에 대해 한 활동가는 '군수의 매립장 건설 결정을 규탄하기 위해 군의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두 부류 모두 의결 과정에서 투명한 절차에 대한 정보-가령 의정활동 실적 등 자세한 부족 부문-가 제공되고 있지 않았다.

공청회는 최대한 많은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는 게 목적이다. 위의 완주군 사례처럼 설문지를 위시로 한 여론조사를 끼워서 실시할 것이면서 미리 공지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 또한 진행하는 설문조사가 의사결정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 조차 사전 공지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은 주민들이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수용되어야 한다. 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뿐 아니라 주민들 역시 공청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공청회를 진행하는 사회자인 심의위원장이 시간이 다 되었다는 이유로 방청객 발언을 제한하자 "사회자가 공청회를 방해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일부 주민은 공청회가 실속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발언기회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문제점이나 상호 의견들을 제기할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설문조사 결과는 제3차 의정비심의위에서 공표되었다. 과반 이상의 찬성(인상률이 적정하다고 표시한 찬성 60여표, 반대 10여표, 무효 40여표)이었고 이 결과가 주민 여론으로 수용되어 결국 '인상'으로 잠정 결정이 났다.

참여자치연대는 이미 권고한 바대로 심의 과정에 하자 내지는 불법적 가능성이 있고, 공청회 역시 주민들의 의견을 투명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보고 주민의 의견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객관성, 공정성을 결여한 절차에 대해 불응 절차(철회 성명, 법적 자문을 거쳐 가처분 신청 등 행정 소송) 등을 고려 해 나갈 예정이다.

첫날에 생소하긴 했어도 직접 그 과정을 몸소 체험하면서 NGO의 존재를 새삼 실감했다. 참여자치연대는 지방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시민들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들을 대변하는 단체다. 또한 오직 시민 회원의 회비와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시민들의 의견을 제도나 법령 변화라는 공적인 결실로 이끌어내는 데 일조하는 조직인 것이다.

나는 그 낯설고도 익숙한 NGO 속에 몸담고 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치열하게 공부할 것이다. 다음 기사에는 NGO와 참여자치연대에 대한 브리핑을 덧붙일 예정이다.

태그:#공청회, #NGO, #참여자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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