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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일째 굴뚝농성 408일째 고공농성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위 농성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408일+1일, 2018년 12월 25일 자정을 기해 '고공농성' 기록이 경신된다.

2015년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이 정리해고와 공장가동 중단에 맞서 2014년 5월 27일부터 다음해 7월 8일까지 408일간 경북 구미의 스타케미컬(현 스타플렉스) 공장 굴뚝 위에서 세계 최장의 고공농성 기록을 세운 지 3년 만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75m 상공에서 고공 농성 기록을 경신한 홍기탁 파인텍 전 지회장과 농성장 앞에서 통화했다. 이 자리에서 홍 전 지회장은 기자의 '괜찮냐'는 첫 질문에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고공 농성을) 선택한 것"이라며 "기록 경신이 특별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담담한 말투와는 달리 75m 굴뚝 위에서 보낸 그의 408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당장 묵직했던 그의 몸무게가 50kg대로 접어들었다. 함께 고공 농성한 박준호 파인텍 사무장 역시 몸무게가 40kg대로 접어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여름 75m 고공 농성장의 온도는 62도까지 올랐다. 겨울이 된 지금은 모든 것이 꽁꽁 얼어 씻을 수조차 없다. 끔찍한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408일째 굴뚝농성 408일째 고공농성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위 농성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파인텍에 도대체 무슨 일이?

파인텍, 2006년에는 '한국합섬'으로 불리던 회사다. 하지만 그해 정리해고와 공장가동 중단이 이어졌다. 결국 2007년 회사는 파산을 선언해 버렸다. 한국합섬 노동자들은 떠나지 않았다. 빈 공장을 지키며 공장 정상화에 매달렸다.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2010년 7월,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고용보장과 공장정상화를 약속하며 한국합섬을 인수하고 자회사인 '스타케미칼' 법인을 설립했다. 다음해 3월에는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바쁜 일상은 다시 이뤄졌다.

그러나 2013년 1월 공장재가동 1년 7개월 만에 스타케미칼은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적자'를 이유로 폐업 후 청산 절차를 밟았다. 168명의 노동자 중 139명이 권고사직을 요구받았다. 29명은 해고 당했다. 

이 과정에서 파인텍 지회는 "공시지가 870억 원에 달하는 공장을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사장이 399억 원에 인수했다"면서 "1년 7개월만 공장을 돌리고 스타플렉스는 설비와 공장부지를 더 비싼 값에 팔아넘긴 먹튀를 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5월 27일, 차광호 지회장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차 지회장이 굴뚝에서 농성을 하는 동안, 밑에서는 홍기탁씨와 동료들이 차 지회장의 고공농성을 지원했다. 이 기간이 앞선 세계기록이었던 408일이다.

이듬해 7월이 되어서야 차 지회장은 다시 땅을 밟았다. 2015년 7월 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스타플렉스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고용을 승계하고 단체협약은 2016년 1월 안에 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돌아가야 할 스타케미칼은 이미 청산 절차를 밟고 있었다. 스타케미칼 소속이었던 노동자들은 스타플렉스의 새로운 자회사 '파인텍'으로 적을 옮겼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파인텍은,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이사가 대표를 맡았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고공농성 402일, 차광호 지회장 무기한 단식농성 9일째인 지난 18일 오전 농성장이 설치된 서울 목동 스타플렉스(파인텍) 서울사무소앞에서 사회단체 대표자 나승구 신부,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 박승렬 목사, 송경동 시인 무기한 동조단식 돌입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송경동 시인, 차광호 지회장,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 박승렬 목사. ⓒ 권우성
 
파인텍에서의 생활은 지난했다. 차 지회장의 고공농성 결과로 사측과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2016년 1월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파인텍 사측은 노동조합 활동과 상여금, 수당 등의 내용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100만 원이 조금 넘는 월급과 노조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 도저히 생활 불가능한 기숙사까지. 이 과정에서 11명이던 파인텍 복직 노동자 중 6명이 떠나갔다. 충원은 없었다. 결국 그해 10월 복직한 노동자들은 다시 파업을 선언했다.

현재 파인텍 노동자는 총 5명이 남아 농성중이다. 이들 중 전 지회장 홍기탁씨와 사무장 박준호씨 2명이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갔다. 이곳은 목동 CBS 건물 15층에 있는 스타플렉스 영업부에서 가장 가까운 굴뚝이다. 나머지 3인이 이들 두 사람을 뒷바라지 하다가 이 중 차광호 지회장이 지난 10일부터 4박 5일간의 오체투지 이후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늘 위에서 새롭게 기록을 깬 사람들

이번에 기록을 깬 홍기탁 전 지회장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은 붉게 타오르는 일출 사진이다. 홍 전 지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항상 1월이면 동료들과 함께 일출 산행을 했다"면서 "그 사진은 한국합섬 문 닫고 파산 나고 했을 당시에 (충북 영동에 있는) 민주지산으로 일출 보러 갔을 때 찍은 것이다. 그때 마음 잃지 말자 해서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홍 전 지회장은 "위에서는 버티기만 하면 된다"면서 "아래에서 지원하는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압박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용 승계, 노동조합 승계, 단협 승계, 이 삼승계를 확실히 해야 내려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지회장은 이어 정치권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에 아쉬움이 크다"면서 "겉으로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척 하지만 실제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점거파업 금지, 대체근로자 투입 등 재벌들의 요구사항만 고려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앞서 22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함께 파인텍 고공 농성 현장을 찾아 "사측과 조속히 비공개로라도 만나 해 넘기기 전에 이 문제를 합의할 방안이 있는지 요청하고 집요하게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두 번의 고공 농성 세계신기록이 경신되는 동안 실질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저기 사람이 있다' 24일 오전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408일째 고공농성중인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왼쪽에서 두번째). ⓒ 권우성
 
파인텍 대표 "노동자들 불가능한 요구하고 있다"

강민표 파인텍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면서 "파인텍 노조는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불가능한 요구'는 '파인텍 노동자들의 스타플렉스 고용'으로, 이에 대해 강 대표는 "(파인텍 모회사인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가 언제 삼승계 보장을 약속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강 대표는 또 '먹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장을 철거까지 했는데 어떻게 위장폐업으로 볼 수 있냐"면서 "저희는 세무조사까지 다 받았다. 1300억 적자를 낸 회사를 400억에 샀다고 먹튀라는 게 말이 되냐"고 성토했다.

강 대표 역시 '해결책을 못 찾는 정치권'에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기사만 보면 정치권에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전화 한 통 없었다"면서 "회사 쪽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목동 스타플렉스 본사까지 촛불행진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이후 8시부터는 '408+408 살인의 숫자를 멈춰라' 문화제를 연다.
태그:#파인텍, #홍기탁, #박준호, #차광화,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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