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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모란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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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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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모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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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로부터 끊임 없이 비판 받아온 성남모란시장 개 도축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성남시는 지난 17일 "마지막 도축업자가 13일 영업포기 의사를 밝혔다"며 "성남시에서는 더 이상 불법으로 개가 도축되지 않는다"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성남시는 지난 2016년부터 모란시장 개 도축을 끝내기 위한 작업을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했다. 그 해 12월 '성남시-모란가축상인회 업무협약(MOU)'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 협약에 따라 상인들은 모란가축시장에서 개 보관, 전시, 도살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연히 전시, 도살시설도 없애기로 했다. 그 대신 성남시는 업종전환과 전업이전, 환경정비 등을 위한 행정 지원에 팔을 걷기로 했다.

행정지원은 업종전환 시 자금 저금리 알선, 경영마케팅사업 지원, 종사자 취업 알선, 시 소유 공실점포 입주권 부여, 전통시장 인정 및 상인회 등록, 비가림막 설치 등 무척 다양했다.

마지막 도축업자 '영업포기' 밝혀
 
개 도살시설 행정대집행
 개 도살시설 행정대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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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 도살에 마침표를 찍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뿌리가 무척 깊고 질긴 탓이었다.

개 도축·판매 업소는 지난 1960년 모란시장 형성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대대적인 비판 여론이 일어 소비가 주춤해졌다. 그 전에는 업소 54곳에서 살아있는 개를 진열·도축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월드컵 이후 업소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그래도 한해 이곳에서 죽어 진열된 견공은 8만여 마리로 국내 최대 규모였다.

이렇듯 질긴 뿌리가 단번에 뽑힐 리 없었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한 성남시 관계자는 19일 오전 기자와 인터뷰에서 "예상은 했지만, 반발이 상상 외로 강력했다"라며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설득이 안 먹히는 업소는 어쩔 수 없이 '행정대집행(도축 시설 강제 철거)'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았어요. 업소 주인이 몸으로 막기도 하고 차에 실린 시설물을 강제로 끌어 내리기도 하고. 철거했더라도 그 물품은 규정상 다시 돌려주게 돼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면 곧바로 그 시설물로 또 개를 도축하고.

그 중에는 모란 시장이 아닌 태평동 등 다른 장소로 옮겨서 도축을 했는데, 그곳 시설물을 철거 하려 하자 우리에 있는 개들을 풀어서 철거를 막겠다는 이야기까지 퍼뜨려 겁을 줬어요. 다행히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개한테 물릴까봐 긴장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개 도살을 중단하고 식당 등으로 업종을 변경한 업소는 행정지원 뿐 아니라, 공무원들이 고객이 되어 매상을 올려 주며 적극 지원했다.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개 식용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
 
개 도살 시설 행정대집행
 개 도살 시설 행정대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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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성남 모란시장은 국내 최대 개 도축시장이라는 명예롭지 않은 꼬리표를 일단 떼게 됐다. 하지만 아직 견공들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모란시장에서 개 도축하는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개를 식용으로 도축하는 행위 자체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무법'이기 때문이다.

가축의 가공·판매에 관련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는 식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래서 개의 도축에 대해 국가에서 관리 감독할 법적 권리가 아예 없다. 다만, 식품위생법에는 개고기를 음식물로 간주하고 있어, 도축된 개고기에 위해한 균이 존재하는지 여부 정도는 단속할 수 있다.

이렇듯 관련 법이 애매모호한 이유는 '개고기'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크고 뿌리깊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 단체들은 개를 반려동물로 규정, 식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그 반대편에는 '보신탕은 우리의 전통음식'이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육견 협회는 아예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한다.

그러다보니 이 문제에 대한 정부 태도 역시 애매모호하다. 이승만 정부는 미군정의 압박에 못 이겨 '개장국'이라는 고유 명칭을 '보신탕'으로 바꾸었다. 박정희 정부는 법적 식품 목록에서 개를 아예 빼버렸다. 전두환 정부는 '88 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대로변 보신탕 영업을 제한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국 언론의 거센 공격을 받자 "식용개가 따로 있다. 애완견은 먹지 않는다"라고 변명했다.

대한민국 최대 개 도축·판매시장인 모란 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란시장과 함께 개고기 4대 시장으로 불리던 부산 구포시장과 대구 칠성시장, 서울 경동시장도 개 도축을 끝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개식용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절호의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

태그:#모란시장, #개 식용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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