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박해진 ⓒ 이희훈

 
인연의 시작은 세월호 참사 특별기획 기사였다. 2017년 11월 <오마이뉴스>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유족의 기사(관련글: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http://omn.kr/olvf)를 연재했었고, 배우 박해진은 해당 기사 링크를 자신의 SNS 계정에 소개했다. 그의 많은 팬들이 해당 캠페인에 공감하며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미 3년 넘게 노란 팔찌를 찬 채 공식석상에 나왔고, 참사 이후 팽목항을 찾기도 했던 그의 진정성은 충분했다. "언제 날을 잡아 인터뷰 하자"던 말이 1년여가 지난 시점인 17일 성사됐다. 선행과 봉사. 박해진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사실 중 하나다. 마침 연말인 시점에 그를 만나 그간 언론에 깊게 얘기하지 않았던 선행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7일 '2018 대한민국 한류대상'에서 배우상을 받은 그는 "좋은 의미의 상을 주신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갔는데 한편으론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며 최근 일에 대한 심경부터 전했다. 그만큼 올 연말이 그에겐 조금 다르게 다가올 법하다. 영화 <치즈인더트랩>으로 연초에 관객들과 만난 이후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지금 돌아봐도 굉장히 안타깝고 원망스러운 사건"
 

 박해진

박해진 ⓒ 이희훈

   

 박해진

박해진 ⓒ 이희훈

 
"(작품) 활동을 더 했어야 했는데 그 점이 좀 아쉽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부담감도 있다. 서른일곱이면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서른 후반이잖나. 여섯까진 나름 중반이라고 우겼는데(웃음). 시상식, 사인회, 영상 촬영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하면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곧 크리스마스인데 제가 좋아하는 혜심원(박해진이 오랜 시간 후원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 중 하나) 친구들을 만날 예정이다. 

마침 일정이 맞아서 갈 수 있게 됐다. 너무 무리하게 준비하면 부담일 수 있어서 산타 삼촌으로 먹을 것이랑, 작은 선물들을 챙겨서 나눌 것 같다. 그곳에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닌 중고등학생들도 있다. 나름 얘기도 나눌 수 있고 좋다. 그 친구들에게도 맞는 무언가를 준비해가야 할 것 같다."


봉사 이야기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 그에게 우선 여전히 진실 규명에 걸음마 상태인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물었다. 최근 전 정부에서 세월호 관련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언론 보도 개입 혐의로 기소된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박해진에게도 해당 사건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지금 돌아봐도 굉장히 안타깝고 원망스러운 사건이다. 아직까지도 바닷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다. 돈을 수십, 수백억을 기부해도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 부처 등 책임자들이) 좀 더 힘을 써주셨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고 초기 유니세프를 통해 일정 금액을 기부했던 박해진은 사건을 인지한 이후부터 노란 팔찌를 차고 다녔다. 종종 이런 행동에 부담을 느끼지 않냐는 질문에 오히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팔찌 하나 차는 건 어려울 게 없다"며 소신을 밝혀왔다. 
 

 박해진

박해진 ⓒ 이희훈

 
이쯤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를 그가 공개했다. 2015년 8월 20일 청와대에서 주최한 한 만찬 자리 일화였다. 당시 '나눔으로 하나 되는 행복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소녀시대 임윤아와 함께 초청받은 박해진은 당연하게도 팔에 노란 팔찌를 낀 채 행사에 참석했다. "영광스런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 감사드린다"며 그는 "앞으로 더욱 나눔에 앞장서고 솔선수범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2015년 8월 청와대 주최 조찬 모임에 참석한 윤아(우측)와 박해진(좌측). 박해진 오른쪽 손목에 노란 팔찌가 보인다.

2015년 8월 청와대 주최 조찬 모임에 참석한 윤아(우측)와 박해진(좌측). 박해진 오른쪽 손목에 노란 팔찌가 보인다. ⓒ 독자 제공

 
"조찬 행사에 초청을 받아서 갔는데 세월호 팔찌를 빼지 않고 갔다. (청와대를 의식해서) 팔찌를 빼고 행사에 참석할 이유가 없었지.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에 제가 팔찌를 찬 모습이 담겨있더라."

오리무중인 사건의 진실. 언제나 그랬듯 시간은 흘러 어느덧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훌쩍 지나고 있다. 박해진은 "처음 사건을 접했을 때 너무도 화가 났다"며 "하루빨리 다들 자기의 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인터뷰①] "내게도 트라우마 있다" 박해진이 아픈 과거 고백한 이유
http://omn.kr/1fjip

박해진 세월호참사 노란 팔찌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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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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