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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사)여성인권티움이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개최한 '대전 중앙동 성매매집결지의 미래, 첫번째 집담회-젠더, 집결지, 도시재생을 말한다' 토론회 장면.
 17일 오후 (사)여성인권티움이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개최한 "대전 중앙동 성매매집결지의 미래, 첫번째 집담회-젠더, 집결지, 도시재생을 말한다" 토론회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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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인근 중앙동(정동·중동·원동 등을 통칭)에 가면, '쉬었다가요'라고 말을 거는 할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분명히 존재하고, 대전시민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없는 곳 취급'을 받고 있는 대전역 인근 성매매집결지의 풍경이다.

낙후된 건물과 열악한 환경, 그리고 명백히 불법인 성매매가 성행하는 그곳을 여성인권보호를 통한 평등과 평화와 문화의 거리로 재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여성인권티움은 17일 오후 대전 동구 중동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대전 중앙동 성매매집결지의 미래, 첫 번째 집담회-젠더, 집결지, 도시재생을 말한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대전시는 올해에만 6-7곳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내년에는 14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낙후된 중앙동의 도시재생사업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으나, 성매매집결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 지역의 도시재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여성인권티움이 문제제기를 시작한 것.

이날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상희 우리문화유산연구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대전 중앙동 성매매집결지는 대전 속에서 또 다른 도시의 섬으로 남아있다. 사회적 동질감에서 괴리된 지역이라는 것.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 경부선과 대전역이 생기면서 철도관사촌과 함께 유곽이 형성됐고, 공창으로 성매매가 성행했다. 1947년 공창이 폐지되면서 사창가가 되었고, 1970년 중앙동에 종사여성수가 285명이나 되는 등 번성했었다. 이후 1990년대 둔산신도시 형성에 따라 이 지역 원도심 공동화와 함께 성매매업소의 도태와 건축물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됐다.

이와 관련, 이 연구원은 "중동과 정동 지역 거주자 또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공동체의 특성상, 외부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하고, 성매매를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없는 고령화된 성매매업주들의 생계에 대한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며 "때문에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한 변화의 실효성 문제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등 사회적 문제의 파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커질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고 지역적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 "이 지역은 대전의 도시 역사와 궤를 함께하는 공간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의 중요한 건축자원이 남아있는 곳"이라며 "따라서 전면적인 재개발보다는, 현재의 물리적 공간을 양성화하고, 개선하면서 거주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재생사업의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성매매업의 자연스런 도태와 물리적 자원의 노후화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에 따라 주민공동체 형성과 이들이 사회적 참여기회를 늘리고, 지역연구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 발굴과 활용 가능한 물리적 자원의 확보가 시급하다"면서 "동시에 성매매 업소 폐쇄 등과 같은 결과를 통해 나타나는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종사자들의 교육, 행정, 복지 등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따라서 중동과 정동 지역과 같은 성매매 집결지 지역을 포함하는 도시재생에서는 성매매로 인한 지역의 문제 해결과 성매매 지역이라는 이미지 개선이라는 두 가지의 큰 흐름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며 "과거 성매매 지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불법행위의 온상이 되고 지역발전에서 제외된 지역을 도시재생의 개념을 통해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윤금이 전 아산시 여성정책 보좌관은 '도시재생과 젠더'라는 주제로 충남 아산의 원도심에 있는 성매매집결지인 '장미마을'의 도시재생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아산시는 2015년 3월 장미마을 폐쇄를 결정하고,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해 2018년 7월까지 지속적으로 운영해 왔다. 또한 아산시는 여성친화형 도시재생을 위한 노력을 해 왔는데, 이를 위해 8개부서가 참여하는 '장미마을 특정용도제한지구 활성화계획'을 수립해 여성의 인권을 중심으로 일자리와 주거를 고민했다는 것.

이후 7개의 성매매업소 건축물 매입하고, 장미마을 도로를 확·포장사업을 진행해 현재 15개 업소 폐쇄 및 폐업했다고 소개했다.

"젠더관점 도시재생과 동시에 성매매 여성 자활대책 마련돼야" 
 
17일 오후 (사)여성인권티움이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개최한 '대전 중앙동 성매매집결지의 미래, 첫번째 집담회-젠더, 집결지, 도시재생을 말한다' 토론회 장면.
 17일 오후 (사)여성인권티움이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개최한 "대전 중앙동 성매매집결지의 미래, 첫번째 집담회-젠더, 집결지, 도시재생을 말한다" 토론회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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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발제는 손정아 여성인권티움 상담소장이 '지난 10개월간 현장지원사업을 통해 본 중앙동집결지의 실태'에 대해 소개했다.

손 소장에 따르면,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원동, 정동, 중동, 신안동, 소제동 등을 통칭한 '중앙동'에는 '쉬었다 가요'라며 성구매자를 모집하는 청객이 50여명 이상 일하고 있으며, 여관과 쪽방 등 성매매 업소는 90여개 이상, 성매매여성은 최소 200여명이상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매매여성들은 '밥집'이라는 대기실에서 하루 2만5천원을 내고 대기하다가 청객이 성구매자를 알선해서 콜을 하면, 여인숙으로 가서 성매매를 하게 되는데, 성매매여성들은 1만5천원에서 3만원을 받고 있다는 것.

이러한 성매매여성들의 삶의 조건은 전반적으로 취약하고, 빚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안한 주거와 건강문제도 심각한 상황임에도 알선 착취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청객의 위계적 폭력과 성매매 강요, 구매자의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
  
따라서 손 소장은 이러한 '젠더관점의 성매매 집결지 도시재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매매 집결지가 묵인과 회피, 삭제의 대상이 아니라, 여성인권보호를 통한 평등, 평화, 공존의 가치와 연결되는 역사적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성매매영업을 통해 불법적 이익을 취해온 '알선자의 처벌'과 '집결지 폐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매매 집결지 공간에서 지속되어 온 여성억압과 착취, 낙인, 혐오의 문제가 지속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지역사회의 구성원의 인권지수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도시재생과정에서 더 열악한 변방으로 쫓겨나게 되는 빈곤 여성들의 '성매매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한 자활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소장은 또 '성매매 집결지 도시재생 과정의 과제'로 ▲중앙동 집결지 역사성 연구 ▲성매매여성 자활대책 마련 ▲집결지 도시재생 인식조사와 연구 실시 ▲민관협력시스템 구축 ▲도시재생사업 주체들의 젠더역량 강화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여성단체·시민단체 활동가와 회원, 전문가, 공무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주제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집결지 여성들을 도시재생의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 '도시재생과정에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매매여성 및 청객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태그:#대전중앙동, #성매매집결지, #젠더관점도시재생, #(사)여성인권티움, #집창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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