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18 09:53최종 업데이트 18.12.18 10:22
날카로운 통찰과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가득차 있는 2030 칼럼 '해시태그 #청년'이 매주 화요일 <오마이뉴스> 독자를 찾아갑니다. 김영준님은 <골목의 전쟁> 저자로 2007년부터 '김바비'라는 필명으로 경제 관련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편집자말]
지난 12월 1일, 국회 앞에서는 50여 개 사회·노동 단체가 모여 '2018 전국민중대회'를 열었다. 이날 민중대회의 요구사항으로 나온 것 중에서 눈에 두드러진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쌀 목표가격 인상'이었다. 매년 요구사항으로 나오는 내용이지만 바로 이 쌀을 포함한 농산물 가격 이슈는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먼저 체감적으로 알고 있듯이 1인당 쌀 소비량은 계속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에 75.8kg이었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7년 현재 61.8kg으로 하락했다. 사실 이 하락세는 1990년부터 27년 연속으로 최저치를 경신 중이니 앞으로도 계속 소비량이 줄어들 것이란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 가능할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농민들이 지난해 10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쌀값 3000원, 농정개혁, 농민헌법 쟁취를 위한 농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유성호


이러한 추세를 정부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쌀 생산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논에서 쌀을 재배하는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거나 쌀 농사를 포기시키는 등의 노력이 이어졌다. 이에 2008년에 484만톤이었던 생산량은 2017년에는 397만톤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387만톤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초과생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쌀이다.

쌀 산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우선 기계화율이 97.8%로 그 어떤 작물보다 기계화가 잘 이루어진 작물이기에 노동시간 투입이 적은 작물이다. 통계청의 농산물생산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논벼의10a(약 300평)당 노동시간은 12.68시간으로 마늘(125.6시간), 양파(106.83시간), 고추(154.59시간), 콩(20.62시간)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작물별 약 300평당 노동시간 ⓒ 김영준


쌀 산업이 다른 작물에 비해 고령화되어 있다는 점은 핵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꼽힌다. 고령농의 입장에서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은 그만큼 많은 노동시간의 투입이 필요하기에 감당하기 어렵고 가장 많은 보조금이 투입되는 분야인 만큼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확실한 경제적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연구원의 작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는 생산조정제의 목표치가 5만ha였으나 참여의향 면적은 2만 7천ha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선호작물이 콩에 집중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전농 측이 요구하는 쌀의 목표가격 인상은 불가능하다. 목표가격을 인상한다면 쌀 대신 다른 작물로의 재배 전환을 유도하던 그간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비교적 쉽게 생산할 수 있고 국가가 수익도 보장해주는 쌀을 생산하려고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직불금 중에서 쌀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이는 무리한 요구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도시 노동자의 '삶의 질'은 쌀 중심의 농업과 동행할 수가 없음을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현재 도시민들의 대표적 불만 중 하나가 농산물, 식료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농산물/식료품 가격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꽤 높은 편이다.
 

자료: 골목의 전쟁 (2017, 스마트북스)에서 재인용 ⓒ 골목의전쟁

 
이 현상에 대한 불만과 그 해법으로 흔히 유통업체의 폭리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6년 유통실태'에 따르면 소비자가에서 유통비중은 44.8%로 이 중에서 유통이윤은 14%에 불과하다. 모든 유통업체들의 이윤을 다 합쳐봐야 소비자가의 14%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유통 효율화를 추구한 농업 선진국들의 유통비중은 우리보다 더 높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규격세분화, 소포장, 콜드체인화가 잘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높은 소비자가에서 농가수취율 55.2%라는 수치는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작물마다 차이가 있는데 특히 쌀의 경우는 7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생각보다 농가가 소비자가에서 가져가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농가가 저소득에 시달리는 것은 생산 비용 자체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유명 셰프 제이미 올리버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제이미의 푸드파이트 클럽'에서는 영국 양파 농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때 이 양파 농가는 양파 1톤당 100파운드(약 14만 원, kg당 140원)에 거래하고 있음을 밝힌다.

양파 가격은 워낙에 변동성이 크기에 평균가를 말하기는 어려우나 우리나라의 경우 1kg당 400~600원 정도이며 올 초에 있었던 초과 생산으로 인한 산지 폐기 지원금으로 지급된 가격이 kg당 326원이었다. 선진국인 영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소비자가에서 선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은 90%가 넘는다. 도시 노동자들의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채소와 과일의 소비량은 갈수록 늘고 있음을 고려해보자.

쌀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여전히 쌀의 가격지지와 보조금을 요구하는 농업단체들의 요구는 그 방향에 있어서 소비자와 시대의 요구에 완벽히 역행하고 있다. 같은 보조금이라도 쌀 대신 도시 근로자들의 수요와 요구에 걸맞은 다양한 작물로 보조금을 전환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쌀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줄이고 쌀 생산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쌀 중심의 농업과 보조금 정책은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와 불만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