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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의 유채 50x72.  2018/신란숙
▲ 바닥의 시간 캔버스의 유채 50x72. 2018/신란숙
ⓒ 신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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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길을 잃거나 우물을 찾고자 할 때,
별과 은하수로 방향을 잡고
그들만이 아는 대지의 아주 작은 맥박에도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
어떤 신호의 안내를 받는 것은 생명의 신호를 받기 위한 생존법이다. 

몸도 낮추고, 마음도 낮추고, '나'의 전부를 한없이 낮춘 상태에서 침잠하듯 깊은 어둠 속에 
침묵하고 있어보니, 바닥에 누워있던 생각도 일어나고
마음도 일어나고, 몸도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를 인도하는 생명의 신호는 높이 솟았을 때보다 
오히려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바닥에서 더 잘 들린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 문혜영 <바닥의 시간> 중에서

 
"언어에 색을 입히는 이번 콜라보 전시는 문혜영 작가의 시와 수필에서 건져 올린 이미지에 신란숙 화가가 자신의 영감에 따라 색을 얹어 시도된 두 우주의 어우러짐이다."

36년 경력의 수필가로서 문혜영 작가는 1982년 등단, 저서로는 수필집<언덕 위에 바람이>,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고통을 알리>, 선집 <바닥의 시간> 등이 있으며, 시와 사진전으로 2017년 <더 가까이, 더 멀리>, 2018년< 시간이 머문 자리>를 개최해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신란숙 화가는 작년 첫 개인전시<She story>를 열었던 내공 깊은 신예다. 바로 그 전시에서 운명처럼 문혜영 작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신란숙 화가에게 문혜영 작가의 수필과 시는 "하얗게 쏟아져 내린 별들의 언어로 다가와 상상력을 끌어 올리고 창작열을 자극하는 샘물처럼 그림에 영감을 준다"고 하였다. 

그리고 글의 끌림과 향기에 취해 일 년이 넘는 시간동안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말한다.
 
캔버스의 유채 80x117. 2018 /신란숙
▲ 의자  캔버스의 유채 80x117. 2018 /신란숙
ⓒ 신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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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 지친 길손에게
빈 의자 내 놓은 적 있었던가

난 누군가의 삶에 
편안한 의자 되어본 적 있었던가

- 문혜영 <포토포엠> 중에서

 

꽃을 꽃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사실'이 되지만, 꽃을 꽃이 아니라고 말할 때 그것은 '예술'의 출발점이 된다. 전자는 '명사'라는 규정적 속성에 제약된 꽃으로 발화(發話)되지만, 후자의 꽃은 명사의 바깥에 존재하는 '무규정적인 가능성(chaos)'을 청자에게 던져준다.

신란숙 작가의 작품은 꽃을 꽃으로 그리지 않는 '생각의 비틀기'로 부터 출발한다. 작가의 그림은 관성적 사고의 '탈주'가 시작점이 되어 컴퍼스가 원을 그리듯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언어를 통한 사유와 영적인 감각은 들숨과 날숨이 되어 작품의 '숨결'을 이룬다.

작품 곳곳에 나타나 있는 '결'은 작가의 호흡이 만들어낸 상징이자 '마음결'을 쓰다듬는 치유의 손길이기도 하다. 일상의 고단함과 지루함, 내면의 상처와 불안은 우리를 종종 자기 자신의 포로로 만들곤 한다. 의식의 방어막으로 둘러친 겹겹의 존재는 신란숙 작가만의 고요, 평정, 너그러움의 시선 속에서 겉모습 너머에 있는 '존재의 특별함'과 대면하게 된다. 익숙하지만 낯선 존재는 색의 감각을 통해 다시 질문을 던진다. 열려있는 질문으로 감상자를 이끄는 게 신란숙 작가의 철학이기도 하다.

질문은 내면 깊은 곳에 뿌리를 둔 치유적 힘을 이끌어 낸다. 작가의 예술(art) 세계는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음으로써 일상에 무뎌진 심장(He-art)에도 리듬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리토르넬로(ritornello)는 음악이 연주될 때 어떤 악주가 반복되면서 연주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반복이 아닌 변주를 통해 리듬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신란숙 작가만의 특별한 색色이 갖는 '희망의 리토르넬로'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원주 시립 중앙도서관 1F 전시실, 2018년 12월 26일(수)~12월 30일(일)
문학의 코스모스와 예술의 카오스 '사이'

태그:#신란숙, #바닥의시간, #문혜영, #언어에색을입히다, #문학예술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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