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알레나 없는 인삼공사를 제물로 연패에서 탈출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KGC 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20, 25-18)으로 승리했다. GS칼텍스는 이소영과 강소휘,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등록명 알리)가 나란히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가볍게 승점 3점을 챙기고 3위 자리를 유지했다(9승 4패).

반면에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가 부상을 당한 이후 4경기 연속 0-3 패배를 당했다. 서남원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있는데 16일 GS칼텍스전에서는 박은진이 데뷔 첫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다. 전날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전에서 8득점을 기록한 이주아(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본격적인 신인왕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볼거리 적었던 V리그 여자부의 신인왕 경쟁
 
 박은진은 또래 중 가장 먼저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박은진은 또래 중 가장 먼저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 한국배구연맹

 
종목을 막론하고 좋은 신인들이 등장하는 것은 리그의 미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뛰어난 신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치면 팬들의 관심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라이더' 조용준과 '7억팔' 김진우(질롱 코리아), '쿨가이' 박용택(LG트윈스) 등이 한꺼번에 좋은 활약을 펼친 2002년의 KBO리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V리그 여자부에서는 최근 수년 동안 치열한 신인왕 경쟁이 벌어진 적이 없다. V리그 초창기에는 황연주(현대건설)와 김연경(엑자시바시)처럼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신인이 있었다. 한수지(인삼공사)가 '무혈입성'을 하며 신인왕을 받은 2006-2007 시즌엔 5개 구단 중 세 팀에서 2라운드 지명을 포기할 정도로 인재가 부족했다.

2007-2008 시즌엔 여고생 국가대표로 유명한 '천재소녀'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190cm의 신장을 자랑하는 '거요미' 양효진(현대건설)이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양효진은 큰 신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하면서 루키 시즌 팀 우승에 기여한 배유나가 신인왕에 선정됐다. 2007-2008 시즌은 '그나마' 역대 신인왕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즌으로 꼽힌다.

2001-2012 시즌엔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김희진과 박정아(도로공사)가 집안대결을 펼쳤다. 득점은 박정아(305점)가 김희진(265점)보다 약간 앞섰고 공격 성공률은 김희진(44.18%)이 박정아(36.64%)보다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센터로 활약한 김희진보다는 윙스파이커로 나서며 서브리시브까지 참여한 박정아의 팀 공헌도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았고 박정아가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신인왕은 이소영(GS칼텍스), 이재영(흥국생명)처럼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가 등장했고 인재가 없던 2015-2016 시즌엔 강소휘(GS칼텍스)가 만장일치 신인왕에 선정됐다(그렇다고 강소휘가 '역대급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다). 특히 지민경(인삼공사)과 김채연(흥국생명)이 신인왕을 받은 최근 두 시즌엔 신인왕 경쟁이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이던 이주아와 박은진의 경쟁이 배구 팬들에게 큰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높이의 박은진과 스피드의 이주아, 차세대 최고 센터 경쟁 시작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이주아는 빠른 이동 공격을 앞세워 흥국생명의 주전 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이주아는 빠른 이동 공격을 앞세워 흥국생명의 주전 센터로 자리 잡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 팬들에게 먼저 이름을 알린 쪽은 박은진이었다. 박혜민(GS칼텍스), 이예솔(인삼공사), 정호영, 구솔 등 호화멤버를 자랑하는 선명여고의 주전 센터 박은진은 지난 6월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대회에 출전하며 일찌감치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박은진은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며 2018년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정작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이름이 불린 것은 원곡고의 센터 이주아였다. 비록 신장(185cm)은 박은진(187cm)보다 조금 작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이동공격에 능해 박미희 감독으로부터 새로 영입한 김세영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 받았다. 이주아 역시 박은진과 함께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선발돼 언니들을 도와 동메달에 힘을 보탰다.

시즌 초반 김채연과 김나희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채 원포인트 블로커로만 간간이 코트를 밟던 이주아는 2라운드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흥국생명의 주전 센터로 나서고 있다. 아직은 세트당 블로킹이 0.2개에 불과할 정도로 높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42.11%의 공격 성공률은 신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주목할 만 하다. 12월 초 허리 부상으로 2경기에 결장했던 이주아는 15일 현대건설전에서 8득점을 올리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박은진 역시 시즌 초반에는 베테랑 유희옥에게 밀려 경기 출전 횟수가 많지 않았지만 알레나 부상 이후에는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하며 팀 내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히 16일 GS칼텍스전에서는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리며 신인 중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했다. 아직 이재은 세터와의 호흡은 완벽하지 않지만 187cm의 신장에서 나오는 블로킹 높이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V리그 여자부는 지난 9번의 시즌 동안 양효진이 한 번도 블로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양효진도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1세가 된다. 여자배구가 언제까지 양효진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루 빨리 양효진의 후계자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프로무대에 박은진과 이주아라는 걸출한 유망주가 둘이나 등장한 것은 큰 행운이다. 이번 시즌 두 선수의 신인왕 경쟁은 '포스트 양효진'을 가리기 위한 첫 번째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박은진 이주아 양효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