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 아버지 너무 억울합니다."

한 달 열흘 전 경남 창원에 있는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중에 추락해 사망한 이아무개(58)씨의 아들이 "아버지의 사고가 세상에서 잊히지 않게 도와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산재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고 장례도 치렀지만 유족들은 "의문점이 많다"며 현장을 찾아 조사하기도 하고, 경찰과 고용노동부를 찾아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참사'는 지난 11월 5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 소재 마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벌어졌다. 공사 현장은 철골구조와 판넬로 건축하고 올해 말까지 공사 완료할 예정이었다.

이씨는 12.8미터 높이 에이치(H)빔 구조물에 앉아서 작업하다 이동하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안전모와 안전화, 안전벨트를 모두 착용했지만 사고 현장에는 추락을 대비한 망이나 발판 등 안전장치는 전무했다. 그곳에서 이씨는 빔에 매달려 구조해 달라고 외치다가 버티지 못하고 떨어졌다. 

고인의 아들은 "아버지가 추락해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4시간을 울면서 달려갔다"라면서 "아버지는 아무런 안전장치 하나 없이 12.8미터 높이에서 작업하다 추락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다음날 작업... 보존 조치도 없었다"
 
11월 5일 작업자의 추락사망사고가 난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공사 현장.
 11월 5일 작업자의 추락사망사고가 난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공사 현장.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이어 그는 "사고 다음 날 현장에 가보았다. 작업자들이 출근해서 사고 지점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정리정돈을 하고 있었다"며 "이후 노동부에 연락해서 작업자들이 현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장례를 치르고 나서 현장에 가보니, 안전망과 안전고리를 연결할 수 있는 줄(로프)이 설치되어 있었다"며 "그런데 작업자들은 로프가 있음에도 연결하지 않고 작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은 "사고 후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관리자가 빈소에 찾아와 사과했지만, 대표자는 오지 않았다. 전무이사 이외에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청업체 소속인 고인은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닷새 동안 일했다. 업체 측은 참사가 난 뒤에야 고인의 근로계약서와 작업일지를 챙겼다. 현장에서 일했던 작업자들에게 이씨와 관련한 인적사항을 물어 서류를 작성하고 도장도 파서 찍어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이를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며 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사고 현장은 사고 이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가 지난 11월 26일 해제됐다.

원청업체 "다음날 안전망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11월 5일 작업자의 추락사망사고가 난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공사 현장.
 11월 5일 작업자의 추락사망사고가 난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공사 현장.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산재사망사고가 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아들은 "산재사망사고가 났는데 대표자는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 아버지는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원청업체 현장소장은 "현장에서 작업하다 보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망과 안전줄이 없었던 게 맞다. 다음 날에 안전망을 설치할 계획이었다"며 "고인이 잠시 매달려 있는 상황 속에 구조를 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못했다"고 했다.

현장소장은 이어 "당시 사장은 외국에 나가 있어 조문하지 못했고 전무이사가 가서 유족을 만났으며 욕을 많이 들었다"며 "유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합의가 되고 나면 사장이 유족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하청업체 관계자는 "많이 안타깝다. 작업자들은 매일 하는 일이니까 당시에 방심했던 것 같다"며 "산재가 확정되고 나면 합의가 될 것이다"고 했다.

근로계약서와 관련해 그는 "사고가 난 뒤 현장에서 서류를 갖추어야 한다고 해서 작업자들한테 물어 근로계약서와 작업일지를 만들었고, 도장을 파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일할 때는 안전발판이나 안전망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당시 현장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은 사고 이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가 심사위원회를 열어 지난 11월 26일 해제했고, 해당 업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 수사지휘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태그:#추락사, #산재사망, #창원고용노동지청, #산업안전보건법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