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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받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 재판받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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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장화순은 대단히 중요한 증언을 남겼다. 

면회 중에 형님으로부터 들었던 내용이다. 감옥에 있던 어느날 정권의 고위 인사가 찾아와 장일순에게 "우리와 함께 일하자"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장일순은 일순의 생각할 여지도 없이 단번에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군인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생각해보자"라든가, 어느 정도 뜸을 들였다면 감옥에서 풀려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실제로 실천에 옮겼다면 박정희 정권의 한 자리 요직을 차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일순에게 권도(權道)는 정도(正道)가 아니었다.

쿠데타 세력은 1963년 2월 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면서 각계의 유망한 인물들을 포섭하였다. 청정한 법조인이었던 정구영 변호사도 이때 가담하고, 나름의 전문성과 명성을 가진 인사들이 상당수 공화당과 박정희 정권에 참여하였다.

강원지역의 유력 인물로 장일순에게도 유혹의 손길이 뻗쳤지만, 그는 '군인의 정치불관여' 원칙의 선을 그었고, 미련없이 옥살이를 감내하였다. 

뒷날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가 집권하여 국무총리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 또한 단호히 거절하였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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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수인번호가 찍힌 수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수인번호가 찍힌 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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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이 춘천교도소로 이감되어 수형생활을 하고 있을 때 대성학교 시절의 제자가 면회를 왔다. 제자의 회고에서 스승의 인품과 지혜의 한 자락을 찾는다.

춘천교도소에 계실 때, 나는 군대에 있었어요. 선생님이 감옥에 가신 줄도 모르고 있었지. 일등병이 돼서 첫 휴가를 나왔는데 감옥에 가계시다는 거야. 감옥에 가시게 된 이유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들었지. 그 길로 춘천교도소로 선생님 면회를 갔어. 면회시간이 10분도 안됐어. 간수가 옆에서 우리가 하는 말을 모두 기록하고 있는 것 같았어. 죄수복을 입고 면회실로 나오신 선생님을 본 순간 눈물이 쏟아지는 거야. 

그런데 선생님이 나를 보자마자 "자당(慈堂)은 안녕하시냐? 집안 식구들은 다 무고하냐? 네 친구 누구는 요즘 뭐하고 지내냐?" 뭐 이딴 질문만 계속하시는 거야. 나는 왜 감옥에 들어오셨는지 물어보고 싶었고, 내 나름대로 이러이러한 질문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갔는데 내가 말할 틈을 주질 않고 계속 선생님이 혼자서만 말씀하시는 거야. 그러다보니 면회시간이 끝난 거야. 나는 선생님 말씀에 대답하다가 끝난 거야. 돌아오면서 왜 선생님이 내가 말할 틈을 주시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 

그리고는 무릎을 쳤지. 내가 엉뚱한 질문을 해서 정치적인 얘기를 하게 되면 군인인 내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봐 내가 딴 얘기 못하게 하시려고 그러신 거라는 것을 알았지. 간수가 다 적으니까 가족이나 친구들 안부 물으시면서 내 입을 막으신 거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주석 1)

주석
1> <김상범 선생님과 대화>, '무위당 사람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