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정키가 4년 만에 정규앨범 < RETRO >로 지난 5일 컴백하였다

정키는 과거 김나영, 구윤회, 선우정아, 나비, 마마무 휘인, 여자친구 유주, 레이디스 코드 소정 등 다수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로 화제를 모은 프로듀서다.

또한 정키는 이번 정규 2집 타이틀곡 '니가 내 곁에 머물렀던 시간', '그래서'를 비투비 육성재, 윤종신의 '좋니' 답가로 알려진 '좋아'의 주인공 민서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국민 프로듀서'로서의 입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정키 소속사 도우즈레코즈 본사 사옥에서 정키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프로듀서 정키 정키는 4년만에 정규앨범 'RETRO'를 발매하였다

▲ 프로듀서 정키 정키는 4년만에 정규앨범 'RETRO'를 발매하였다 ⓒ 도우즈레코즈

  
- 1년 만에 정규 앨범 < RETRO >로 컴백하였습니다. 그간 근황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사실 말 그대로 대부분 시간을 곡 작업에 할애했고, 가끔 친구를 만나서 아지트로 삼은 커피숍 같은 곳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반복하면서 지냈어요. 이제 CD도 드릴 겸 지인들도 만나고 하려고요."

- 이번 정규 앨범은 기존 싱글곡들도 포함되어 있던데 어떤 점이 차별화되어 있나요?
"아무래도 싱글 앨범과 정규 앨범이 주는 의미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요즘은 특히 성적이 좋다는 기준이 차트이기 때문에 싱글 앨범을 낼 때는 큰 부담감이 존재했고, 결과 유무에 따라 기분이 많이 좌우되었다면 정규 앨범은 그런 것들로부터 다소 벗어나 아티스트로서 어떤 기록물을 남겼다는 뿌듯함(?) 같은 게 있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정규 2집을 생각하고 계획했던 게 아니기에 여기까지 진행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뿌듯할 뿐입니다."

- 정규 앨범으로서는 4년 반 만에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정규 1집을 돌이켜 보면 지금의 정키의 음악과 어떤 점이 많이 달라졌나요?
"개인적으로 더 좋아졌다고 느끼는 건 사운드에요. 정규 1집을 준비할 때는 일명 '지인 찬스'라는 걸 썼다면, 이번 앨범은 편곡, 믹스, 마스터링 등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과 협업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1집에 비해 사운드가 많이 풍성해졌다고 생각해요. 또한 전 앨범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조금 더 도시적인 음악이 되었다는 거예요.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따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영감들의 결과물이기에 저는 그냥 이 또한 정키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거든요. 그렇기에 3집을 발매할 때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스스로에게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 이번 앨범에 가수 민서와 비투비 멤버 육성재가 참여하였습니다. 대단한 라인업인데 같이 작업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참여를 부탁드렸고, 흔쾌히 반겨주셨어요. 평소 종종 민서씨의 개인 앨범을 듣곤 했었는데, 민서씨의 목소리에서 제가 원하는 부분을 발견할 거란 설렘이 있었어요. 민서씨가 불러왔던 기존 방식과는 다른 톤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 톤은 마치 허스키와 청아함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고 중간 어딘가에서 떨림을 주는 느낌이랄까요? 그 목소리로 권태기를 겪는 여자의 심정을 담은 '그래서'를 부른다면 감성이 딱 맞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가장 컸어요. 

육성재씨 또한 제가 부탁을 드렸는데, 때마침 제안을 받았을 때 제 노래를 듣고 계셔서 깜짝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육성재씨가 참여해 준 '니가 내 곁에 머물렀던 시간'은 민서씨가 참여해 준 노래 '그래서'의 답가 같은 곡이에요. 사랑하는 연인에게 원치 않는 통보를 받았을 때의 감정을 표현했는데 순수하지만, 마냥 착하기만 해서도 안 되는 목소리를 필요로 했고, 육성재씨 톤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여담이지만 사람은 정말 순수하시더라고요.(웃음)"

- 앞서 설명해주셨지만 민서, 육성재를 타이틀곡 피처링으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작곡가다 보니 어느 성별에 치우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입장을 최대한 양쪽에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얼핏 들으면 발라드나 팝, 알앤비 같은 장르에서 하고자 하는 사랑 얘기가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요즘 저는 익숙함 속에서 다름을 느낄 때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나름대로는 서로의 입장에 최대한 빙의(?) 해서 쓰고자 노력했는데, 하필 빙의가 너무 잘 되어서 곡을 쓰고 나서 한참을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힘들었어요. (웃음)"

"은퇴 직전에 노래하는거 아니면 노래하지 말래요"
 
프로듀서 정키 정키는 롤모델은 특별히 없지만 다수 국내 프로듀서들을 리스펙한다고 밝혔다

▲ 프로듀서 정키 정키는 롤모델은 특별히 없지만 다수 국내 프로듀서들을 리스펙한다고 밝혔다 ⓒ 도우즈레코즈

  
- 데뷔 초부터 꾸준히 프로듀싱만 하고 있는데 정키 목소리를 담은 앨범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제가 처음 발매한 '진심'을 불러준 세준씨가 친한 동생인데, 제게 보컬 레슨을 해준 적이 있었어요. 딱히 가창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노래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거든요. 그때, 세준이가 해준 말이 가슴에 못이 박힌 것처럼 빠지질 않아요. '은퇴 직전에 노래하는 거 아니면 노래하지 말라'며…"

- 프로듀싱을 하다 보면 자신의 색상을 다른 가수 목소리로 입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발매한 곡 중에 녹음 중 가장 오랜 시간 작업했던 곡은 어떤 곡인가요?
"제가 노래를 잘 못 하긴 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은 꽤 명확한 편이어서 제가 원하는 걸 못 찾아서 녹음이 오래 걸리는 경우는 드물어요. 거기다 원하는 건 어떤 감정이지 기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교는 어지간하면 맞춰가는 편이에요. 음, 그래도 가장 오래 걸린 게 있다면 나영이와 함께했던 '홀로'일 거 같아요. 제가 써놓고도 어떻게 진행하고 어떻게 매듭을 지어야 할지 몰라 애꿎은 나영이만 며칠을 녹음실로 불렀는지 몰라요. 지금 생각해도 흔쾌히 와주고 열창해 준 나영이에게 너무 고마워요."

- 어떤 계기로 프로듀서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몇 살부터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수능에 쫓기는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어머니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셔서 음계가 익숙한 건 있었지만, 전공할 실력은 안 되었거든요. 근데 공부로는 가망이 없고, 그나마 친숙한 음악을 택하게 된 거죠. 덕분에 4수 했어요. (웃음) 

정키라는 이름으로 프로듀서 앨범을 발매한 계기는 되게 단순해요. 제가 작곡하는 곡들을 당시 메이저 회사에서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했어요. 그럼 제가 음악을 하려면 제 곡 스타일을 메이저 회사에 맞추든가 그냥 제 이름으로 발매하는 것뿐이었죠. 원체 무언가에 맞추는 게 익숙하지 않았고, 맞출 자신도 없어서 발매하게 된 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 정키가 롤모델로 삼고 작업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사실 저는 롤모델로 누군가를 정해본 적은 없어요. 만약 있다면, 지금 저와 같은 포지션에서 저보다 더 오래 음악을 하신 분들일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분들만 해도 윤종신 선배님, 김도훈 선배님, 유희열 선배님 등 이분들은 지금 제가 겪은 반성과 깨달음의 시간을 겪고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니까요. 신선하고 트렌디한 음악을 가져오는 신인 분들의 음악도 너무 좋게 듣고 있지만, 제 마음을 움직이는 '리스펙'이라고 할까요? 그런 건 아무래도 저보다 더 음악을 꾸준히 오래 하고 계신 선배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 대중들이 정키만의 프로듀싱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사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작곡을 하고 고치고 수정하고 다시 듣고 하는 과정이 되게 많아요. 그렇게 해서 누군가와의 협업에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끝내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가 곡에 쏟는 고민과 생각들이 더 짙게 묻어 나올 수밖에 없고 그게 제 곡의 감성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요?"

- 지금까지 많은 앨범을 발매하였습니다. 그 중 가장 애착 가는 곡 1곡을 선정한다면 어떤 곡인가요?
"지금까지 발매한 모든 곡이 전부 제 안에서 어떤 감성이 우러나왔을 때 작곡된 거라, 정말 기분에 따라 애정 곡이 바뀌어요. 처음엔 첫 발매의 감격스러운 마음에 '진심'이었다가, 정규 앨범을 발매했을 땐 타이틀인 '내가 할 수 없는 말', 제가 감정을 심히 몰입하며 작업했던 곡 '부담이 돼', '홀로'... 그리고 이번 타이틀곡 '그래서", "니가 내 곁에 머물렀던 시간'까지. 이러면서 제 곡을 소개하게 되는 건가요? (웃음) 일단 현재는 기분이 매우 좋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So Beautiful'이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 과거 여자친구 멤버 유주와의 작업으로 요즘 세대에게도 익숙한 정키입니다. 평소에 주변에서 어린 친구들도 정키를 알아보는 경우가 있나요?
"원체 핫플레이스를 정신없어 해서 그런지 "와~" 하고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게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고 있으면 몇몇 분들이 조용히 와서 "혹시 정키 아니세요?"라고 물어봐요. 연령대는 주로 10대에서 30대 초중반인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거 같아요." 

-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정키의 이름을 알려야 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활동에 대한 욕심이나 계획은 없나요?
"먼저 질문 주신 기자님께 참 감사합니다. 국내에서도 아직 많이 부족한데 해외까지?! (감동) 사실 작곡가라서 할 수 있는 게 많진 않아요. 근데 저는 음악으로 사랑받은 사람이고, 이 사랑에 보답하는 건 음악 활동으로 보여드리는 거라 생각해서 여러 가지 콜라보를 생각하고 있어요. 재작년에는 Sisqo와 거미씨와 함께 콜라보를 했었고, 사실 곧 또 다른 콜라보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에요. '작정하고 해외 활동을 시작하겠다'라기보다는 어떤 경계 없이 꾸준히 성실히 문을 두드리면서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프로듀서로서 2018년 자신에게 매겨주는 점수는 몇 점을 주실 수 있나요?
"89점이에요. 사람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저는 90점만 해도 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업의 성과는 일기와 같아서 다음 날 보면 부끄럽고 쑥스러워지니까요. 그래서 89점을 줬어요. 스스로 만족하는 범위가 90점이라면 그 지점을 향해 노력하자는 의미에서요."

- 지금도 정키를 보면서 꿈을 키우는 프로듀서 친구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감성과 맞는 예술을 다양하게, 적극적으로 접하는 걸 추천해요. 도움이 된다고, 공부가 된다고 이것저것 섭취하지 말고. 무엇보다 연출, 기획자의 포지션은 자신만의 표현력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 연말 공연 계획이나 팬미팅 계획이 있는지, 없다면 언제쯤 계획하고 있나요?
"사실 아직 공연 계획은 없어요. 감사하게도 제안은 많이들 주시는데, 보컬도 섭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니 쉽진 않네요. 회사에서도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팬들과 소통하길 원하세요. 예전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그게 제가 팬분들께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생각하니 피해만 왔던 게 죄송스럽더라고요. 음, 그래서 팬미팅보다는 일종의 음감회 개념으로 다음 앨범 때쯤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 중입니다." 

- 올 한해 끊임없이 사랑해주신 정키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키입니다. 사실 요즘 변화가 빨라지면서 예술 작품이라는 게 무언가를 추억하게 하고 소장하는 쪽보다는 소비하고 쏟아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 안에서 놀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유일하게 잘하는 거라고는 제 안에 있는 감성을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연출하는 작품들이 때로는 여러분께 공감 받고 사랑받기도 하겠지만, 반면에 실망시키거나 방향이 다른 경우도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계속 이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건 부족한 저를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매 작품마다 처음과 같이,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라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키 R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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