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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이 지난 6일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에 대해 금속노조가 1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울산지방법원이 지난 6일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에 대해 금속노조가 1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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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가을, 민주노총과 전국금속노조,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아래 대책위)가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를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엉터리 재해조사와 부당한 행정처분을 했다"며 지사장 면담을 요구했다. (관련기사 : "사업주 허위진술로..." 노동계, 근로복지공단 검찰 고발)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과 지사 직원들 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약 1년이 지난 12월 6일, 울산지방법원 제1형사단독(재판장 오창섭)은 당시의 일을 두고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사는 집행유예를 구형했었다.

이 판결을 두고 노동계가 들썩이고 있다. 11일 노조 관계자들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노조혐오'가 만든 소설같은 판결"이라면서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와 문제제기에 족쇄를 채우는 울산지법 판결을 규탄한다"고 항의했다.

같은 행동도 노동자가 하면 불순?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CCTV에 나오는 시간과 공소사실이 다름에도 그대로 인정한 판결"이라면서 "판결에서는 '노조성향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노조를 혐오하는 위헌적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어 "공공기관에 대한 면담 요구는 노조가 아니라도 일반시민 누구나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요구인데 법원은 이를 '다수의 위력으로 관철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정의했다"라면서 "철저히 노조를 무시하고 혐오하는 법원의 불순한 의도가 깔린 판결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6일,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장 면담을 위해 지사장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주요 문제점이 확인된 산재 28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이에 지사 직원이 지사장과의 통화를 마친 뒤 '외부 업무중이라 오후 5시 경 사무실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이후 대책위 관계자들이 지사장을 기다리고 있던 중 직원 20여 명이 지사장실로 들어와 반말과 폭언을 섞어가며 나갈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들도 이에 맞서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 지사장실에 있던 화분을 던졌고, 그 파편이 직원을 맞추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뒤 대책위 측이 문제제기한 사건 중 일부에 대해 산재 승인이 났고, 화분을 던졌던 대책위 관계자가 근로복지공단 주최로 피해자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사과를 건넸다. 피해자 역시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은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노조 측이 박세민 금속노조 노안실장을 공동퇴거불응, 업무방해, 특수상해 및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법원으로까지 넘어갔다. 

신승민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박세민 실장은 지난 6일 변호인도 없이 공판에 출석했다가 법정 구속됐다"면서 "당시 약간의 기물파손이 있었지만 의도적이거나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았고 공단 측도 사실확인서를 통해 이를 확인해 준 사항이다. 검사도 집행유예를 구형했는데 판사가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오로지 노동자에게만 범죄자 낙인"

금속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 담당 간부들과 근로복지공단 지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상적으로 민원과 협의를 진행해 왔고 면담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럼에도 유독 당일 울산지사에서는 민원인들의 면담 요구를 폭력적으로 과잉 대응하며 충돌을 유발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도 울산지법은 오로지 면담을 요구했던 노동자만을 범죄자로 낙인 찍어 감옥에 가뒀다"면서 "근로복지공단의 잘못된 재해조사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했던 면담은 울산지법 판결문에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잘못된 '노조 성향'의 이들에 의한 집단 폭력으로 매도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울산지법 판결은 철저히 노조 혐오를 기반으로 한 왜곡·편파 판결"이라면서 "법원은 당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 담당 간부들의 지사장 면담 요구를 '적법한 절차를 통하지 않고', '다수의 위력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진행된 '잘못된 관행과 사고'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히려 적법한 산재 조사와 심사 절차를 위반한 것은 근로복지공단이었다. 공공기관의 부실하고 부당한 조사 과정 때문에 산재불승인이 남발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바로잡고자 했던 행위에 도대체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단 말인가"면서 "오히려 현실과 관행은 모조리 무시한 채 금속노조를 불순한 세력으로 몰아가는 법원의 의도가 무엇인지 도리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금속노조는 또 "법원은 객관적인 사실 관계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고발인 측 주장만을 받아들였다"면서 "울산지사 방문 시간, 지사장실에 머문 시간 등 가장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왜곡해서 기술하고, 현장에서 벌어졌던 지사 직원들의 폭언과 성희롱은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추측하며 사실로 인정하지 않고 노동조합 면담 요구자들의 폭언을 증명할 어떠한 증거도 없음에도 사안이 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박세민 금속노조 노안실장은 울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지난 7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태그:#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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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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