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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노동계와 학계 등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현상을 우려해왔다. 10일 박광용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은 그 현황을 분석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지난 30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현저히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300인 이상 사업체와 그 이하 사업체의 임금 격차는 1980년 1.1배 이하로 미미했지만, 2014년에는 1.7배까지 커졌다. 성별·학력 등 인적자본이 동일한 경우, 대기업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받는 '임금 프리미엄' 추정치는 같은 기간 6.3%에서 46.1%로 상승했다. 

최근 10년 상황을 들여다봐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심각하다. 비정규직 임금은 2000년대 중반 정규직의 62%에 머물렀다가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소폭 개선돼 지난해에는 70%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노동자가 취업 1년 뒤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5년 3.6%에서 2016년 2.0%로 악화됐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 또한 같은 기간 15.6%에서 4.9%로 크게 하락했다. 연구팀은 또 2014년 기준으로 대기업 연봉이 100만 원 높아질 때 하도급업체는 6700원 올랐다고 추정했다. 

스웨덴, 네덜란드는 이렇게 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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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연구팀은 이 문제를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에선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봤다. 스웨덴의 경우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추구하는 연대임금정책을 추진하자 임금불균형이 크게 감소했다. 약 30년에 걸쳐 고임금 노동자들이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대신 그 비용을 사회연대기금으로 만들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에 사용하는 등 이해당사자들의 합의가 있어 가능했던 정책이었다.

네덜란드는 파견·시간제 노동 등을 적극 활용하되 정규직과의 차별은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했다. 그 결과 노동의 유연성은 높이고 이중화는 해소할 수 있었다. 한은 연구팀은 이러한 개혁이 성공한 것 역시 노동재단, 경제사회협의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가 크게 기여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해외사례를 보면 정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노사정 등 모든 당사자들이 참가해 장기적인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에 앞서 정부는 대기업 독점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수평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로 중소기업 이익이 낮아지고, 노동자의 임금도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실질적으로 '공정거래'가 이뤄지도록 감독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조합을 꾸려 납품단가 등을 공동으로 대기업과 협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격차'... 한국경제의 덫

연구팀은 또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우선 임금격차 문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임금을 공개하고 비교하는 임금공시제를 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독일은 지난해 임금공개법을 제정하고 남녀 사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임금공개제도를 채택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국은 현재 대기업, 공공기관에서만 평균임금을 공개하고 있다.

연구팀은 기업 안에서 임금이 정해지는 것을 넘어 산별노조 등 상급단체에서 임금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노조법에 따르면 노동자 절반이 넘는 노동조합의 경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약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비정규직 등이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갈수록 노동시장 안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만큼 대기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늘릴 필요도 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저임금 계층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영세사업자의 경우에도 국가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태그:#한국은행, #노동시장, #임극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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