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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청소년을 지원하면 언제나 '피해자 지원도 부족한 마당에 왜 가해자를 돕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도대체 가해 청소년들은 왜 지원을 받아야 할까. 전국에서 유일하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돕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가 만난 청소년들의 사연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기사 내용은 실화를 토대로 했으나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을 쓰고 세부 사항도 재구성했다. - 기자 말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잡아 가둘 수는 없다. 청소년이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는 그들이 비행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소년법에는 비행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청소년을 법정에 세워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통고' 제도다.

이 제도는 죄를 짓지 않은 청소년을 소년부 보호사건(소년재판)으로 처리할 수 있다. 대상은 크게 ▲ 무리를 지어 다니며 주위를 불안하게 하는 청소년 ▲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한 청소년 ▲ 술을 마시거나 유해환경을 접한 청소년 세 가지다. 심지어 신청이 들어오면, 경·검찰 수사 없이도 곧바로 해당 청소년을 법정에 세울 수 있다.

물론 이 행동들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친구들끼리 몰려다녀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이유 없이 집에서 나왔다고, 술을 마셨다고 범죄자라 할 수 있을까. 죄를 지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수상한 청소년'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교육이나 훈계가 아니다.

법원은 이 제도가 청소년의 비행을 사전 예방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며 적극 활용하라는 홍보까지 한다. 이것은 법원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타임머신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느 누가 어떤 청소년이 곧 비행을 저지를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까. 또 어떤 청소년이 자신이 곧 비행을 저지를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받고, 처분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납득할 수 있을까.

현석도 그 중 하나였다.

아들이 또 사고 쳤다... '나를 잡아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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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소년법에는 비행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청소년을 법정에 세워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통고" 제도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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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의 어머니가 나를 찾아온 날은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와 무조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우겼다. 자신이 아들에게 죄인이라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난 뒤, 그는 제 손으로 아들을 소년원에 보냈다는 말을 어렵게 내뱉었다. 그렇게 하면 아들이 착해져 돌아올 줄 알았는데 걷잡을 수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닌다고 했다. 나는 고민 끝에 사건을 맡겠다고 했다. 그제야 어머니는 어린 소녀처럼 웃었다.

어머니의 손으로 소년원에 보내졌다는, 출소 후에 더욱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아들. 직접 만나봐야 했다. 하지만 현석은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도와줄 변호사가 있으니 함께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그의 전화번호를 받아 직접 연락했다.

현석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하지만 재판을 앞둔 터라 순순히 사무실로 찾아왔다. 재판을, 그것도 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재판을 앞둔 청소년이 태연하기란 쉽지 않다. 허세를 부렸지만 분명 현석도 떨고 있었다.

현석은 소년법 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을 받아 소년원에서 2년을 보냈다. 대개 10호 처분을 받으면 수용기간 서너 달을 남기고 임시퇴원을 하는데, 현석은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2년을 모두 채우고서야 나왔다.

그리고 퇴원한 지 하루 만에 사고를 쳤다. 현석은 동네 친구를 불러내 다짜고짜 스마트폰을 빼앗았고, 그 스마트폰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접속해 오토바이 판매자에게 연락해 만났다. 현석은 시운전을 해보겠다며 열쇠를 건네받자마자 그대로 달아났다. 친구도, 오토바이 판매자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외에도 경찰이 파악한 범죄는 두 건 더 있었다. 모두 소년원 퇴원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현석은 마치 경찰에 잡히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 같았다. 자신이 누군지 뻔히 아는 친구의 스마트폰을 빼앗고, 그것으로 오토바이 사기를 쳤다. 완전범죄는커녕 '나를 잡아가시오' 하는 것 같았다. 나머지 두 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시위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에게 현석이 소년원에 간 이유를 물어봤다.

"제가 통고 신청을 했어요..."

대답은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상상도 못한 엄마의 행동...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어머니가 통고 신청을 했어도 10호 처분은 납득할 수 없었다. 비행을 저지르지도 않은 청소년을 소년원에 보낸다는 것은 소년사건 전문 변호사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중학교 3학년 시절, 현석은 학교에 가는 날보다 가지 않는 날이 많았다. 마땅히 할 일은 없었다. 그저 자신과 같이 학교에 가지 않고 동네에서 어슬렁거릴 뿐이었다. 딱 소년법이 규정한 통고대상 청소년이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은 어머니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학교에 찾아온 어머니는 통고란 제도가 있고, 현석을 대상으로 신청하자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들을 법정에 세워야 할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남편 없이 혼자 키워온 아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언젠가부터 현석은 엄마의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현석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조만간 큰 사고를 칠지 모른다고 했다. 사고를 치기 전에 법원에 보내 적절한 조치를 하면 전과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재판만 받고 다시 나오면 또 다시 사고를 칠 수 있으니 최대한 소년원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소년원이라는 말에 움찔했다. 그러자 담임 선생님은 소년원은 교도소가 아니라 기술도 가르쳐주고 여러 가지 교육도 해주는 학교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찾아보니 정말 소년원이 아니라 ○○학교가 정식 이름이었다. 어머니는 결국 통고 신청을 했고, 법원에 현석을 최대한 소년원에 보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가둬놓고 공부라도 가르치겠다는 심정이었다.

나는 도저히 이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다. 사건자료에도 현석이 소년원에 간 사유가 쓰여 있지 않았다. 어머니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법원은 현석에게 보호관찰처분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석이 보호관찰소에 가지 않았고, 보호관찰소가 그의 처분 변경 신청을 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몇 차례 처분이 변경되다보니 결국 소년원에 가게 된 것 아닐까?'

그런데 2016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2016년 6월 통고처분 사건 중 소년원에 보내는 9~10호 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무려 51건에 달했다. 현석이 어머니의 통고로 소년원에 보내졌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있었다.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현석아, 엄마가 너를 소년원에 보냈니?'라고. 너무 가혹한 질문이었다.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선생님의 권유와 설득이 있었다고 해도, 엄마가 자신을 소년원에 보낸 것을 '날 위한 일'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일 청소년은 없다. 하지만 현석의 분노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현석아, 소년원에는 왜 간 거야?"
"모르겠어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내 생각에 현석이가 어떻게 소년원에 갔는지가 지금 네 마음을 이해하는데 중요할 것 같아서 그래."
"정말 기억이 안 나요."


가혹한 진실, 너무 멀어진 두 사람
 
 "하느님, 사랑 깊은 아이로 점지한 내 아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말씀만 하소서!"
 소년원에 있던 현석은 분노만 쌓았을 것이다. 그 분노를 조금이라도 식혀주고 싶었다. 어머니의 마음도 전해주고 싶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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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은 끝내 소년원에 간 사연을 말하지 않았다. 2년이 조금 지난 사연을 기억 못한다는 것은 핑계였으리라. 그는 '그 일'을 아예 생각조차 하기 싫은 듯했다.

'엄마가 나를 소년원에 보냈다.'

소년원에 있던 현석은 분노만 쌓았을 것이다. 2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으니 세상과 엄마를 향한 분노 속에서 나쁜 일을 벌였고, 그렇게 자신의 원망을 분출했다고 생각했다. 그 분노와 원망을 조금이라도 식혀주고 싶었다.

어머니의 마음도 전해주고 싶었다. 돈이 없어 변호사 선임은 어렵고, 비행의 원인은 자신을 향한 분노일 테니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그러던 중 무료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도움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무작정 찾아왔을 것이다. 막상 변호사를 만났을 때, 어머니는 얼마나 긴장했을까? 눈물은 당연했다. 어머니는 내게서 수임 약속을 받고서야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털어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석은 더 이상 내 전화도 받지 않았다.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 검찰은 소년원을 나오자마자 네 건의 범죄를 저지른, 곧 성년이 될 18살 현석에게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재판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다. 현석의 사건은 일반 형사재판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는 현석이 재판에 나올지 여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그와 연락두절인 채로 변론을 준비했다. 다행히 현석은 재판 당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어머니는 항소하자고 했지만 나는 만류했다. 2심에 가더라도 벌금이 줄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사건을 얼른 마무리 짓고 현석의 마음에 남은 앙금을 털어내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보다 더 늘어날지 줄지 알 수도 없는 벌금 때문에 그를 한 번 더 법정에 세우는 것이 현석에게 더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았다.

현석은 그후로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상상한다. 어느 날 문득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현석이다. "변호사님 첫 월급 탔는데 엄마 선물은 어떤 걸 사면 좋을까요?"라고 내게 묻는다. 이 행복한 상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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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