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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이 촉발한 촛불민심으로 2017년 5월 당선된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제에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란 목표가 있었다. 그 당시 북한과 미국은 당장이라도 서로를 향해서 핵단추를 누를 것처럼 설전을 벌였다. 그 후로,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의 지도자는 세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천명했다.

북한은 올해 5월 24일 선언이행의 행동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에 외신과 한국의 언론을 초청하여 파괴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역사적인 핵 실험장을 폐쇄하던 그날 밤,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로 예고한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는 최초로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만났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한 비핵화는 곧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물 흐르듯 흘러가던 북미간의 대화는 또 다시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긴장 국면의 반복이었다.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도 한반도 비핵화의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한다.

한반도 비핵화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중재를 하는 문재인정부의 노력은 여론조사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평화체제를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해외언론의 보도를 사실 확인(fact) 없이 인용하는 국내 언론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보도가 많았다.

미국은 비핵화를 원치 않는다?
 
비핵화의 최후
 비핵화의 최후
ⓒ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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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에 얽힌 과거의 사례와 현재 상태를 진단하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내놓은 책 <비핵화의 최후>는 한반도에 드리워진 핵전쟁 위기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평화로 가는 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고, 왜 어려운 것인지 미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의 핵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 핵무기를 둘러싼 북미간의 대립이 한국전쟁부터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를 지속시키려는 세력의 공개된 비밀자료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다. 비핵화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은 지도자의 결심이 중요하지만, 미국의 정치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고 회유하는 기득권의 눈물(?)나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북미간의 전쟁위기설은 최고조에 달했다. 만약에 민주당의 힐러리 클링턴이 당선되었다면 평화메시지가 오고 갔을까?

2013년 6월 4일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골드만삭스에서 비공개로 한 힐러리의 연설문이 폭로전문 사이트<위키리스트>에 의해 공개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미국은 한국의 분단상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이 주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는 반길 만하다. 셋째, 김일성과 김정일까지는 양측의 이득을 보장해주는 상호작용도 암암리에 인정되었지만, 김정은은 조금 다를 수 있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 본문중에서
 
북한이 주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도발을 할 때마다 미국은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모함과 폭격기를 띄워서 한반도에 전쟁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또한, 미사일방어체제 MD(Missile Defense)를 강화하는 구실로 한국에 사드미사일을 배치했다.

남북군사 합의는 '신의 한 수'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의 안내로 백두산 천지를 수행원들과 함께 방문했다.
▲ 남-북 정상, 역사적인 백두산 천지 방문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의 안내로 백두산 천지를 수행원들과 함께 방문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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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 1차회담 이후에, 내년초 2차회담에 대한 낙관적인 소식도 들리지만 예측불허의 국면임은 분명하다. 저자는 비핵화의 길이 국제관계 구조 속에서 어렵고, 쉽지 않음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한다. 2017년과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희망의 근거는 남북관계에 달렸다고 한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한 정상은 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등을 담은 군사합의를 선언했다. 뒤이어 9월 19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각각 11개의 GP를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했고, 남북한이 굴착기와 폭발물을 이용해 GP를 파괴하는 영상을 TV를 통해서 지켜봤다.
 
"군사분야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 극우보수 진영에서 이를 두고 '무장해제'니 '신체각서포기'니 하면서 험담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는 근거 없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오히려 군사 분야 합의는 '신의 한 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본문 중에서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남북한이 함께 제거하며 길을 만들었고, 무장을 한 남북의 군인이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남북의 평화 의지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보여줄 시간이 가까이 왔다.

덧붙이는 글 | 비핵화의 최후 / 정욱식 / 유리창 / 2018.11 / 1만원


비핵화의 최후 - 보이지 않는 전쟁

정욱식 지음, 유리창(2018)


태그:#비핵화, #트럼프, #비무장지대, #군사합의, #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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