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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개방을 위한 부여지역의 과제’를 놓고 토론회에 앞서 부여군 의장의 인사말이 이어지고 있다.
 ‘백제보 개방을 위한 부여지역의 과제’를 놓고 토론회에 앞서 부여군 의장의 인사말이 이어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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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깨끗한 물로 농사짓고 싶다."

농민들도 4대강 수문개방에 따른 생각은 같았다. 다만 수문개방으로 인한 농민들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대안과 제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에서 모아진 의견이다.

충남 부여에서 백제보 개방을 위한 토론회가 6일 오후 5시부터 충남 부여군 읍사무소에서 진행됐다. 금강유역환경청, 금강유역환경회의, 부여군이 주체하고 부여환경연대, 금강유역환경포럼, 세종·충남지역포럼이 주관했다. 백제보 인근 시설재배 농가 및 부여군 의회 군의원,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서로의 공방이 오가면서 3시간가량 진행됐다.

금강유역의 수자원 이용은 늘어나고 강과 자연환경의 변화의 폭이 커지고 있다. 금강유역현안에 대한 적극적 대응, 유역관리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 발전방향의 행정, 시민단체, 전문집단 및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유역통합관리의 방향을 정립하고 활성화를 논의하고자 이번 행사가 마련됐다.

추교화 부여환경연대 상임대표는 "행사를 앞두고 오늘 첫눈이 내려 기분 좋은 시작으로 백제보 개방에 이어 철거까지 가는 길이었으면 한다. 물은 흘러가야 생명을 품고, 백제보도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이 막으면 썩어 저주가 된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을 돌아보면서 알았다. 물고기 떼죽음, 녹조라떼라 불리는 지경까지 치달았다. 강물이 흘러서 많은 생명을 품어 금강이 생명이 춤추고 더 많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으면 한다"고 개회를 알렸다.

송복섭 군 의장은 "지역의 많이 주민들이 참석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깝다. 맑은 물 공급으로 부여 농산물이 친환경 생산의 주춧돌이 되었으면 한다. 백제보에 이어 서천 하굿둑의 수문개방까지 가야만 강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상덕 금강유역환경연구소 대표는 "오늘 좌장으로서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하겠다. 수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다. 많은 사람이 금강을 고민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건강한 강이 맑고 푸르게, 젖줄이 되어 흘렀으면 한다. 금강을 걱정하고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참석한 만큼 좋은 대안과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수문개방 후 수질 개선의 효과를 보인다
 
‘백제보 개방을 위한 부여지역의 과제’ 토론에 앞서 자리를 정돈 중이다.
 ‘백제보 개방을 위한 부여지역의 과제’ 토론에 앞서 자리를 정돈 중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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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김영일 충남연구원 연구자가 '금강의 보 수문개방에 따른 물환경 변화'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4대강 사업이 벌어진 2012년부터 금강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다. 금강은 전북에서 발원하여 400km 정도로 남한에서 3번째로 큰 강으로 8개 시군을 타고 흐른다. 4대강 사업으로 3개의 보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모니터링 결과만 놓고 본다면 사업 후 BOD 수질이 좋아졌다가 이후부터 급감하고 있으며 하굿둑 인근에서는 오염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COD는 사업 후에 좋아지지 않았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농도가 오르는 것이 확인됐다. 결국 사업 후에 오염의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조사에서 확인됐다.

사업 후에 녹조가 심각했으나 2017년 수문이 개방되면서 BOD, COD 등 모든 농도가 낮아지고 있다. 개방 전보다 개방 후 녹조가 확연히 줄어들고, 강바닥에 미세입장의 퇴적토도 사라지고 모래가 증가하고 있다. 수생태계 어류 우점종이 정수성 어종에서 유수성 어종인 피라미로 변화하고, 육상생태계 모래톱이 생겨나면서 물새류 비율이 높다. 백제보 개방으로 하천수위와 지하수위가 연동되어 지하수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과다한 지하수 사용을 막아야 한다

최병조 금강유역환경회의 집행위원장은 '금강 하류 통합물관리 위한 지역 거버넌스'라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섰다.

"4대강 사업 후 금강은 심각할 정도로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가 심각해서 수상레저는 물론 농업용수의 이용에도 제약을 받을 지경이었다. 녹조 해결을 위해 보 개방이 요구되고 있었으나 정부는 백제보 개방에 미온적이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백제보 인근 시설재배 농가와 제대로된 소통이 부족했다.

지난 2012년 백제보 인근에서는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다. 그리고 녹조가 발생하고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붉은깔따구 등 심각할 정도로 강의 생태계가 변화했다. 그래서 수문개방을 요구하는 것이다. 백제보 인근 수막재배 농가가 사용하는 지하수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시해 보겠다.


첫째, 비닐하우스 보온용으로 지하수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은 국가 지하수 관리체계에 큰 문제이므로 지하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 공동의 중요한 자원으로 현재의 허가기준을 지켜야 한다. 둘째, 지하수 관련 정부와 지자체는 지하수에 대한 현황조사와 법적 허가 기준을 초과하여 사용되는 것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농림부와 환경부, 지자체는 미신고 지하수 관정을 폐쇄하고 신고된 관정에 대해선 유량계를 부착해야 한다. 1일 사용량이 기준을 초과하는 수막재배를 금지하고 그러한 관정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농업의 기준에 부합되는 농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금강의 문제는 관과 농민, 단체들이 서로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금강은 이대로 방치하면 더 큰 비용이 투입될 것이다. 좀 더 많은 토론의 장이 되어야만 사회갈등을 줄일 수 있고 비용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각각 20분 과제 발표에 이어 백제보 개방을 위한 부여지역의 과제에 따른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는 이중우 부여군청 건설과장, 노승호 부여군의회 의원, 김영기 자왕펄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순우 금강유역환경청 수생태관리과장,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김기일 부여환경연대 운영위원 등이 참여했다. 아래 직책은 생략하고 이름으로 대신한다.

농민을 탓해선 안 된다
 
‘백제보 개방을 위한 부여지역의 과제’를 놓고 정부, 농민, 환경단체 등 민관이 함께했다.
 ‘백제보 개방을 위한 부여지역의 과제’를 놓고 정부, 농민, 환경단체 등 민관이 함께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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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우 "2017년 백제보 1차 개방으로 주변 농가에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부여군, 환경부, 농민들 등 협의체를 구성해서 운영 중이다. 그 이후 수차례 협의를 걸쳤으나 대책이 미흡하여 논의하던 중 임시로 중형 관정 14개 정도를 설치하고 2차 개방이 이루어진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내년에 4대강 사업에 따른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대한 주민 피해가 없는 상태로 보 개방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김기일 "개방과 관련해서 부여군과 주민의 불신이 없어야 한다. 환경정책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수문을 닫는 마지막 날 정부는 농민들 때문에 닫았다는 식의 일방적으로 농민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 금강에서는 보령댐 도수로 도민들에게 1일 11만 톤 정도를 공급한다. 8개 시·군이 가져가고 하류 전북이 사용하는 물에 대해서는 비용을 받아 피해를 보는 농민들 보존도 하나의 방안이다."

유진수 "낙동강 유역과 비교해서 금강은 세부적인 대책이 미흡하다. 낙동강은 피해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데, 금강은 피해 조사조차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환경부, 지자체, 농민, 수자원공사 등이 피해 조사를 하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가 신뢰하고 대화의 장이 이어질 것이다. 부여군도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하수 관련해서 어느 정도 물이 부족한지에 대한 산정이 안 되고 있어서 정확한 유량의 계층 자료가 필요해 보인다. 부여군이 민간협의체를 지원할 수 있는 조례도 필요해 보인다."

이순우 "대청호 상류에서 거버넌스를 하는 과정에서 하천변 주변의 축분만 제거하면 하천이 깨끗해진다고 생각했다. 금강이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보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환경, 농업 등 거버넌스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하나의 민관 협의체를 운영하다 보마다 필요하다는 생각에 보마다 다른 협의체를 구성해서 운영 중이다."

김영기 "오늘 토론회에 대한 자료를 미리 받지 못해서 안타깝다. 4대강 본질적인 문제를 토론하기보다는 농민들을 핑계로 농민들 때문이라고 했다. 4대강 사업 전과 이후에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하는데 전혀 다르지 않다. 4대강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 농민들도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볼모로 닫아야 한다, 열어야 한다고 해서는 안 되다.

4대강 사업을 우리가 원해서 한 것도 아니다. 원했든 원치 않았던 간에 우리는 농사를 지어왔고 앞으로도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막 재배 농가들 때문에 농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데, 잘못된 것이다. 수막 재배를 하지 않는 농가에서도 지하수가 고갈되어 물이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4대강 사업 이후 써왔던 물을 이제 와서 쓰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농업환경을 바꿀 수 있는 환경과 대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우리 농민은 4대강 중 금강에서 제일 먼저 수문을 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노승호 "산업건설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원천적으로 백제보와 하굿둑까지 개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농민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를 해달라는 것인데, 농민과 환경단체가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어 안타깝다. 갈등보다는 화해로 갔으면 한다. 4대강 수문개방을 농민들과 환경단체, 정부의 갈등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좌장을 맡은 이상덕 대표는 "자연은 생명체와 같아서 한곳이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까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16개 보를 만들고 6년 만에 심각할 정도로 중병이 걸렸다. 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최소한이 되었으면 한다. 한번 토론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이런 토론이 지속해서 마련되어야 한다."

토론이 끝나고 참석자 질문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누구나 깨끗한 물로 농사짓고 살아가고 싶은 것은 같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4대강 수문개방을 위한 토론회는 전국에서 최초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지난 8월 백제보에 녹조가 창궐하여 최악의 상태로 빠졌다. 이런 강물에서 수상레저를 줄기고 농사를 지어야 했다.
 지난 8월 백제보에 녹조가 창궐하여 최악의 상태로 빠졌다. 이런 강물에서 수상레저를 줄기고 농사를 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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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늘 토론의 장이 되었던 백제보는 2017년 12월 1차 수문개방이 이루어졌다. 당시 개방으로 인근 농가의 지하수 고갈이 발생하여 집단 민원이 발생했다. 부여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3억 5천만 원 정도의 농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환경부·부여군·농민 등의 협의로 15일간의 추가 개방을 하기도 했다.

태그:#4대강 사업, #백제보, #부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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