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장난감 가게 진열장에 놓인 인형과 블럭들을 보면 아이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일정한 가격에 한해서는 사줄 수 있지만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아이의 연령에 맞지 않거나, 집에 이미 있는 장난감인데 또 사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사주기가 어렵다.

"집에 있는 거니까 다음에 사자."

타일러보아도 아이는 오직 눈 앞의 장난감에만 정신이 팔려서 떼를 쓴다. 급기야 드러눕기도 악을 쓰며 울어대기도 한다. 아이와 이런 씨름을 한 날이면 기운이 쭉 빠진다. 별일 아닌 일이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엄마도 지친다. 이런 일들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이 있다.

아이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모습
▲ 동화로 아이 바라보기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모습
ⓒ Pixabay

관련사진보기

  
바로 아이의 세상에 들어가서 이해하기 위해 아이의 입장에서 동화를 써보았다.  
최근 힘들었던 일 중 하나를 아이 눈높이에 맞는 시각으로 글을 썼다. 다음은 아이의 시점으로 쓴 동화.

장난감 가게 진열장에 놓인 큐브를 본 나는 엄마에게 갖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그 가게는 피규어를 파는 곳이라 비싸다며 엄마는 서점에 있는 문구점에 가보자고 합니다. 나는 큐브를 손에 쥐어볼 기대감에 잔뜩 신이 납니다. 문구점에 가보니 큐브 종류가 더 많고 모양도 세모, 네모로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멋진 걸로 골라 쥐었습니다. 엄마도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해했는데 가격표를 보니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너무 비싸다. 우리 조금 더 싼 거로 사자. 이건 수준이 높은 전문가용이래."
"싫어. 이걸로 할래."
"그건 과해. 넌 5살이잖아. 5학년 형아들이 하는 거래."
"나도 할 수 있어."
"알아. 그렇지만 이건 네가 좋아하는 경찰차 10개를 살 수 있는 돈이야. 여기보다 마트가 더 쌀 수 있으니, 내일 마트에서 똑같은 걸로 찾아보자."
"그래도 살래."
"사고 싶다고 모든 걸 다 살 수는 없어. 안 사야할 때도 있는거야."

아니! 왜 사준다고 해놓고 안된다고 하는지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다 갖다 붙여대는 엄마가 밉습니다. 가게를 나와서도 납득이 되지 않아서 안 가겠다고 울고 주저앉았습니다. 엄마가 멀찌감치 가도 울고 있으면 엄마가 와서 안아줄 것 같았는데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망의 말을 퍼부었는데 엄마는 또 듣기 싫은 소리만 합니다.

"엄마 미워!"
"속상한 건 알겠는데, 그런 말 들으면 엄마 기분이 어떨까? 그만했으면 좋겠어. 화날 것 같아."
"미워. 사줘."

결국 엄마는 큐브를 사주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차 안. 카시트에 앉아서도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발을 동동거리며 신경질을 부리고 팔을 휘둘렀습니다.

"팔 그만 휘둘러 이러면 엄마가 아파. 그만해."


엄마는 내 마음이 안 보이나 봅니다. 내가 이렇게 큰소리로 우는데 들리지 않는 걸까요? 날 봐달라고 손을 흔드는데 내 마음을 왜 이리 몰라주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엄마는 바보입니다.
     
잠시만 아이가 되어 생각하고 그 세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해보니 막무가내라고 여겼던 투정이 이해가 됐다. 큐브를 사고 싶었을 텐데, 그게 좌절되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공감이 되었다. 물론, 다시 그 상황에 닥치더라도 비싼 거라서 사줄 수 없어 단호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가 마냥 억지를 부린 거란 원망이 조금은 줄었다.

이것이 조금 어색하다면 아이의 입장이 아니라 제 3자의 시점에서 그 상황을 정리하며 써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위의 아이 입장에서 쓴 동화를 제 3자의 시점으로 변화를 시켜보면 '장난감 가게 진열장에 놓인 큐브를 본 아이는 엄마에게 갖고 싶다고 조릅니다.'로 쓰는 것이다.

엄마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6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행복감도 있지만 스트레스도 있다. 그걸 해소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 시간을 가지려 책을 보기도 하고 영화도 봤지만, 아이와 있었던 갈등 장면이 계속 떠오르며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그 갈등 상황을 외면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대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써보니, 그날 있었던 일을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답답했으나 아이 시선으로 바라보니 당시 힘들었던 마음과 그 후의 스트레스들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엄마가 널 이만큼 생각하고 있었어.'

나중에 아이에게 엄마가 널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단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을 털어놓는 일기도 매일 써보기도 해서 한권의 책이 될 만큼 많은 분량이 됐지만, 엄마의 답답한 속내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동화쓰기는 다른 부모님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문제상황이 생길 때 아이를 원망하기보다 아이가 왜 그러는지 제대로 공감하다보니 엄마인 내 마음도 치유가 되었다. 다음에 또 갈등이 생기게 되면 아주 조금은 더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육아를 하며 있었던 일을 기록한 책
▲ 아이 마음 공부 육아를 하며 있었던 일을 기록한 책
ⓒ 문예춘추사

관련사진보기

 

태그:#스트레스, #갈등, #동화, #아이 마음 공부, #육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