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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 햄의 일종인 하몽. 얇게 썰어 익히지 않고 먹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생 햄의 일종인 하몽. 얇게 썰어 익히지 않고 먹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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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다섯 끼를 먹는 스페인 사람들

스페인의 수도의 마드리드에서 우리는 유서깊은 왕궁을 구경한 후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옆자리 가이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린 하루 세 끼를 먹는데, 이곳 사람들 몇 끼를 먹을 것 같아요?"
"그야 세 끼 먹겠죠."
"아닙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 다섯 끼를 먹어요!"
"간식 같은 걸 먹는 거 따지면, 우리도 그렇게 먹는 사람 있잖아요."
"물론 그렇지만, 여긴 일반가정에서 보통 1일 5식을 하죠."


문화와 생활 습관이 다르다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다고 하니 의외입니다. 뜨거운 태양과 연중 온화한 기후,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비옥한 땅, 그리고 지중해와 대서양에서 건져 올린 풍부한 해산물이 있는 스페인. 그래서 그런가? 스페인 사람들은 먹고 즐기는 것 자체가 삶의 기쁨이요, 그게 행복이라는 낙천적인 문화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은 7시경 빵과 커피, 우유 등으로 가벼운 식사를 합니다. 오전 11시 경에는 간식으로 단단한 빵에 고기나 치즈, 달걀 등을 끼워먹는 샌드위치 '아무르에르소'로 식사를 해결합니다.

세 번째 식사는 우리로 치면 점심에 해당되는 데, 보통 2시부터 여유를 갖고 즐깁니다. 전채요리, 메인요리, 디저트 순으로 하루 중 비중 있는 만찬을 즐깁니다. 그리고 6시경 퇴근하면서 술과 함께 곁들여 먹는 소량의 타파스 같은 걸 먹고, 저녁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9시가 되어서야 먹습니다.

"그러니까 스페인 사람들은 저녁 늦게까지 먹고 마시기를 즐기지요. 그만큼 밤문화가 발달한 편이란 거죠."

스페인은 세계적으로 '바르(Bar)'가 많기로 유명하고, 광장 주변에 클럽이나 식당에서 밤 문화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먹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 전통시장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저녁식사를 마치고 시계를 들여다보니 오후 7시. 아직도 태양은 대낮처럼 뜨겁게 빛나고 있습니다. 해가 지려면 아직도 3시간은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드리드의 상징 중의 하나인 마요르 광장을 항해 걷습니다. 골목 골목마다 100년도 훨씬 넘는 가게, 식당들이 즐비합니다. 고풍스런 건물에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가게가 많다는 게 부럽기도 합니다. 
 
 19세기에 지어 진 철골구조의 산 미구엘 시장. 각종 식료품과 작은 음식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시장입니다.
 19세기에 지어 진 철골구조의 산 미구엘 시장. 각종 식료품과 작은 음식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시장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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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미구엘 시장은 단순히 식재료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음식을 먹고 갈 수 있는 푸드 코트 역할이 큽니다.
 산 미구엘 시장은 단순히 식재료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음식을 먹고 갈 수 있는 푸드 코트 역할이 큽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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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미구엘 시장은 싱싱한 각종 식재료에서부터 가공된 식품을 팔기도 합니다.
 산 미구엘 시장은 싱싱한 각종 식재료에서부터 가공된 식품을 팔기도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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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산 미구엘 시장'이란 곳을 찾았습니다. 우리 앞에 나타난 건물은 시장치고는 철골구조물의 근사한 외관이 멋스럽습니다. 알고 보니 산 미구엘 시장은 중세 때부터 개방된 시장이었는데, 1916년에 지금과 같은 시장을 지었다고 합니다.

시장 안은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에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다양한 과일, 채소, 햄과 치즈, 올리브를 비롯 해산물 튀김 타파스 등의 먹거리와 맥주와 와인과 같은 마실 거리가 풍부합니다. 그런데, 여느 일반 시장과는 좀 차이가 느껴집니다. 시장 구석구석마다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음식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습니다. 식재료를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은 서서 먹거나 시장 중앙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먹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낯선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마드리드 사람들의 일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 미구엘 시장에서 머지않은 곳에서 가이드가 건물 하나를 가리킵니다.

"저기 '보틴'이라는 상호가 보이죠? 29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이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라고 합니다."
 
 725년 처음 문을 연 290년 전통의 세계 최장수 레스토랑 '보틴'. 이곳에서는 새끼돼지를 통째로 구운 '코치니요 아사다'가 최고 인기 메뉴라고 합니다.
 725년 처음 문을 연 290년 전통의 세계 최장수 레스토랑 "보틴". 이곳에서는 새끼돼지를 통째로 구운 "코치니요 아사다"가 최고 인기 메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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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보틴의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기네스북에 올라간 인증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래된 보틴의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기네스북에 올라간 인증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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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틴은 1925년에 처음 문을 열어 기네스북에도 올라가 있는 유서 깊은 레스토랑입니다.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이 마드리드에 오면 꼭 들른다는데 특히, 헤밍웨이는 이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보틴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 중의 하나'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헤밍웨이가 즐겨먹었고 보틴의 주 메뉴인 '코치니요 아사도'는 여기를 찾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코치니요'는 젖을 떼지 않은 새끼돼지를 말하고, '아사도'는 구운 요리라는 의미입니다. 어린 새끼 돼지 내장을 들어낸 후 갖은 양념을 하여 통째로 구워낸 일종 바비큐인 셈입니다.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을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에 반한다고 합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예약을 필수! 유명세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데, 우리는 가게 앞에서 입맛만 다셨습니다.

색다름이 있는 마요르 광장, 그리고 하몽
  
 마드리드의 중심지인 마요르 광장. 광장 주변에 기념품 가게와 커피숍, 고급 식당 등이 자리잡고 있으나 예전에는 악명 높은 종교재판이 열리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마드리드의 중심지인 마요르 광장. 광장 주변에 기념품 가게와 커피숍, 고급 식당 등이 자리잡고 있으나 예전에는 악명 높은 종교재판이 열리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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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드디어 마요르 광장에 도착합니다. '마요르'는 말 그대로 중심을 뜻합니다. 광장의 첫인상은 도시의 밀림 속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줍니다. 4층 건물들로 둘러싸인 직사각형 공간이 마드리드의 예스러움과 현재를 이어주는 것 같습니다.

광장 사면의 화려한 건물 대부분은 1619년 펠리페 3세의 명을 받아 건설되었는데, 세 번의 화재를 입은 후 현재 광장 주변의 5층 건물들은 마지막 화재 후 재건하여 층을 높인 것입니다. 광장은 마드리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요르 광장이지만, 예로부터 왕의 취임식, 투우, 승마경기, 종교재판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가이드가 광장의 북쪽 벽면을 가리키며 설명합니다.

"저 쪽이 '카사 데 라 파나데리아'인데, 벽면에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참 멋지죠? 아름다운 여신이나 우화 속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해요."
  
 마요르 광장에서 빵의 집이라는 '카사 데 라 파나데리아' 벽면의 프레스코화가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마요르 광장에서 빵의 집이라는 "카사 데 라 파나데리아" 벽면의 프레스코화가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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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사로잡는 프레스코화에 정신이 팔려있는 우리를 향해 가이드가 우리를 불러 모읍니다.

"자! 여러분, 여덟시가 다 되어가는 데, 해가 넘어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하몽 박물관이 여기서 가까워요. 그곳으로 이동해보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하몽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장사하는 하몽 전문 음식점입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하몽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장사하는 하몽 전문 음식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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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이 스페인의 대표 음식이라고 하지만, 박물관까지 있다니! 우리는 기대를 안고 가이드를 따라 갑니다. '무세오 델 하몽'이란 간판이 보입니다. 이름은 하몽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하몽 요리 전문 음식점이었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서서 생맥주와 하몽을 즐기고 있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서서 생맥주와 하몽을 즐기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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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자 발 디딜 틈 없이 가게 안은 사람들로 꽉 차있습니다. 하몽 특유의 꿈꿈한 냄새가 가게 안을 진동합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천정이며 사방 벽의 하몽이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하몽은 원래 스페인 대항해시대 전 세계로 식민지를 개척하던 시절, 군인들에게 단백질을 보충하던 전투식량이었다고 합니다. 
 
 하몽 전문음식점에 진열된 하몽입니다.
 하몽 전문음식점에 진열된 하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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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은 소금에 절여 6개월 이상 장기 숙성한 생 햄의 일종으로 익히지 않고 얇게 썰어먹습니다. 그냥 먹기도 하지만, 빵에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멜론과 함께 먹으면 짭조름한 하몽과 달고 수분이 많은 멜론과 잘 어울립니다.

"여보, 우리도 하몽에 생맥주 한 잔 어때?"
"그야 좋지! 하몽 전문점에서 맛은 보고 가야지!"

  
 아내도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아내도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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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 틈에 끼워 아내와 잔을 부딪치며 서서 먹는 시원한 생맥주, 그리고 하몽이 색다른 맛으로 다가옵니다. 장시간 숙성에 따른 단백질이 변성되어 나오는 돼지고기 특유의 꿈꿈한 맛이 좋습니다.

생소한 하몽을 먹으면서 스페인 문화에 가볍게 적응한 듯한 여행의 즐거움이 불현 듯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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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