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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NPO지원센터는 2017년 활력신공(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신나는 공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5개 분야에 9인의 멘토가 수업을 진행했고, 활동가 115명이 참여했습니다. 멘토링 종료 후 12곳의 후속 모임(학습 네트워크 팀 3곳, 정보 교환 등 일상적 네트워크 팀 9곳)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 한 곳 '발코니 클럽'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회고' 중인 발코니 클럽 멤버들.
 "회고" 중인 발코니 클럽 멤버들.
ⓒ 서울시NPO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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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만나 발코니에 올라서서, 내가 열심히 보낸 지난 한 달에 대해 멤버들과 내려다보며, 공유하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 '발코니 클럽'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지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한 달간 본인이 목표로 진행한 일과 도전과제는 무엇인지, 진행 과정을 공유하는 게 포인트에요. 과정에서 학습과 성장의 지점을 얻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 안에서 배움이 생길 수 있으니 내가 할 얘기가 없어도 괜찮아요." - 발코니 클럽 멤버 '뿅'


발코니 클럽은 한 달에 한 번 조직 밖 사람들이 모여 지난 한 달을 '회고'하는 커뮤니티다. 일종의 조직 밖 실천공동체(참고 기사: 회사 밖에서 보면 반가운데, 왜 회사에서는...)로 2018년부터 시작됐다. 멤버들은 2017년 서울시NPO지원센터의 활력신공(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신나는 공부)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애자일 컨설팅 대표 김창준 멘토의 '일상적 협력,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를 들은 활동가 중 일부가 모였고, 독서 토론이나 공부 외에 다른 방식으로 성장을 촉진할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회고'다.

"먼저 15분 정도 개인별 회고하는 시간이 있어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지난달 발생한 사건/이벤트를 나열해요. 사건 별로 제가 성장했다고 느낀 점과 아쉬운 점 두 가지를 쪼개서 정리해요. 그다음에 멤버들과 나누죠. 이런 시간을 1년 가까이 매월 만들다 보니 흐름이 보여요.

예를 들어 3개월 전 내가 이 부분을 발견했는데 이번 달에 하지 못했네. '사람들은 생각보다 목표를 크게 잡는구나'도 깨달은 점이에요.(웃음) 한 달, 한 달간 대단한 일은 못해도 꼭 지킬 약속을 공유해요. 사실 이것마저 잘 안되는 경우도 많죠. 목표를 크게 잡지 않고, 내가 성장할 영역과 포인트를 정리하며 큰 도움이 됐어요." - 발코니 멤버 '후이'


발코니 클럽의 만남 주기는 한 달에 한 번으로 정했지만, 모임 장소는 매번 바뀐다. 멤버의 거주지를 고려해 을지로, 종로, 성수동 등 다양하게 바꾼다. 멤버 개인의 내밀한 회고뿐 아니라, 모임 자체에 대한 회고도 이어간다. 오랫동안 잘 이어지는 모임의 특성을 참고했다.

발코니 역시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배려하고, 되짚어보는 모임으로 진화 중이다. 발코니 멤버들을 지난 11월 11일, 사회 혁신을 꿈꾸는 체인지메이커들의 공유 공간,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뿅, 엄니, 치타, 후이, 보라, 정성
▲ 발코니 클럽 멤버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뿅, 엄니, 치타, 후이, 보라, 정성
ⓒ 서울시NPO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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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코니 클럽'은 김창준 멘토의 '협력적해결역량강화' 수업 참여자들의 후속 모임이라고 들었어요! 멤버들의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뿅 "알트랩 활동가입니다.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적인 방법론을 연구하고, 단체에 뿌리내리도록 자문 및 지원하는 활동을 해요. 발코니에선 리액션을 담당합니다(웃음). 어색하지 않도록 틈틈이 이야기 사이사이를 웃음으로 메워요."

엄니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이에요. 아이쿱협동조합 지원센터에서 조합원 리더분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와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앱을 기획하고 있어요. 다른 모임이나 주변 동료들에게 발코니 클럽을 '개인의 성장을 독려하고, 지지해주고, 모니터링해주는 사람들의 모인, 일반적인 학습회나 독서회와 차원이 다른 모임'이라고 소개해요."  

치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위촉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저는 늘 무언가를 배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그런 환경을 찾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우연히 활력신공 오픈 수업 날 참여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뒤통수를 치는, 새로운 통찰을 주는 발견이 많았죠. 후속 모임이 열린다길래 기꺼이 참여 중입니다."

정성 "누구나데이터 캠페이너스 팀에서 프로덕트 스토리매니저로, 마케팅과 CS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요. 사회문제해결에 좀 더 뛰어들고 싶어 비영리단체 온라인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시작 했고, 지금은 소셜섹터의 온라인 마케팅 영역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수업 이후 두 차례의 이직에 적응하느라 발코니 클럽에는 최근에 합류해서 현재 스펀지(?) 또는 노약자를 담당합니다."

보라 "인권 매거진 <이슈이슈>를 발행하고 반성폭력 운동 중 성폭력 피해자 지원 활동가로 일하고 있어요. 발코니 모임에선 사건 담당으로, 매달 새로운 사건을 갖고 와서 모두의 걱정을 만들어요(웃음). 특히 지난 한 달 성폭력 사건과 재판이 많았죠."

후이 "알트랩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저는 '발코니 클럽'에서 정보 공유를 맡고 있습니다.(웃음) 발코니 멤버들은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회고'를 해요. 각자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공유하는 시간인데요, 제가 가진 모임 및 강의 정보 중 멤버들에게 도움이 될 것들을 나눠요."
 
김창준 애자일 컨설팅 대표가 2017년 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신나는 공부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수업
▲ 일상적 협업,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김창준 애자일 컨설팅 대표가 2017년 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신나는 공부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수업
ⓒ 서울시NPO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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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코니의 시작점, 김창준 멘토님의 수업은 어땠나요? 정말 협력적 해결 역량이 강화됐나요(웃음)?

정성 "두 배 정도 커진 것 같아요, 3점에서 6점?(웃음) 멘토님의 첫 수업 때 갈등 상황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문제해결은 커녕 참여자 전체가 참패했어요. 수업 끝무렵 회고를 마치고 얼떨떨해져 있을 때, 멘토님이 2차시 수업 주제를 참여자들끼리 정해오라는 거에요. 10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멀리서 오신 분들도 있어서 급히 카톡 단체방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수업을 마쳤어요. 

그 날부터 저 딴에는 '협력적 상황을 많이 겪으며 협업을 배우라'는 취지를 살려 2차 수업을 준비하려고 애를 썼어요. 실패를 만회하고, 목표 도달에 기여하고 싶다는 야심도 있었어서(웃음). 열심히 카톡에 의견을 남기고, 반응 없는 분들께 전화연락도 하고 애를 썼는데, 결론적으로 그 때 또 망했죠. 제 업무에도 무리가 가고 사람들의 의견을 끌어내기는 커녕 비효율적으로 애만 썼더라고요. 그 경험이 저를 많이 보게했고, 배움의 시작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협업의 방법을 계속 찾고 적용해보려 하고 있어요. 한가지 예를 들면, 협업을 시작할 때 '어떻게 진행해볼까요?'라는 질문을 슬쩍 하는 거예요. 별거 아닌 말 같지만 이 질문으로 시작하면 참여하는 사람들이 추후에도 협업의 방향이나 진행 발언을 꺼낼 때 좀 덜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협업에는 좀 더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 방법은 회고해 볼 수록 효과가 있어서 계속 활용하고 있어요."

- 멘토링 프로그램 종료 후 어떻게 이 모임이 결성된 건가요? '발코니 클럽'의 의미도 궁금해요.

엄니 "자연스러웠어요. 비슷한 문제로 고민 중인 사람들끼리 학습회를 하면 좋겠다고 참여자 사이에 이야기가 나왔죠. 대신 기존의 방식, 책으로 공부하고 지식을 얻는 학습회는 지양했어요. 학습이란 주제로 개인의 성장은 물론 조직까지 성장하는 일을 도울 수 있는 큰 범위의 학습회를 생각했죠. 우리가 가진 역량은 다르지만, 달라서 더 좋았어요. 각자의 시행착오로 간접경험도 얻을 수 있고요."

뿅 "한 달에 한 번 만나 발코니에 올라서서, 내가 열심히 보낸 지난 한 달에 대해 멤버들과 내려다보며, 공유하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 '발코니 클럽'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지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한 달간 본인이 목표로 진행한 일과 도전과제는 무엇인지, 
진행 과정을 공유하는 게 포인트에요.

과정에서 학습과 성장의 지점을 얻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 안에서 배움이 생길 수 있으니 내가 할 얘기가 없어도 괜찮아요.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오래 지속되는 모임의 특성도  참고했어요. 잘 되는 모임은 진화하더라고요. 저희도 모임에 대한 피드백과 회고를 많이 했어요. 진행자와 기록자, 역할, 기록을 공유할 플랫폼(에버노트) 등을 정했어요.

모임은 주기적으로 만나되 공간은 다양하게 시도했고요. 서울시NPO지원센터, 종로의 새로운 스터디 공간, 여름엔 위워크, 오늘은 헤이그라운드. 각자 사는 곳이 다르니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모임에 불어넣은 거죠. 따뜻하게."
 
자, 지난 한 달을 나눠볼까요?
▲ 발코니 클럽 자, 지난 한 달을 나눠볼까요?
ⓒ Artem B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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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코니 클럽 멤버들이 모이면 뭘 하나요? 멘토링 핵심 키워드가 '회고'였는데,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후이 "먼저 15분 정도 개인별 회고하는 시간이 있어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지난달 발생한 사건/이벤트를 나열해요. 사건 별로 제가 성장했다고 느낀 점과 아쉬운 점 두 가지를 쪼개서 정리해요. 그다음에 멤버들과 나누죠. 이런 시간을 1년 가까이 매월 만들다 보니 흐름이 보여요.

예를 들어 3개월 전 내가 이 부분을 발견했는데 이번 달에 하지 못했네. '사람들은 생각보다 목표를 크게 잡는구나'도 깨달은 점이에요.(웃음) 한 달, 한 달간 대단한 일은 못해도 꼭 지킬 약속을 공유해요. 사실 이것마저 잘 안되는 경우도 많죠. 목표를 크게 잡지 않고, 내가 성장할 영역과 포인트를 정리하며 큰 도움이 됐어요." 

뿅 "사람마다 책이나 업무, 일상 등 학습과 성장 포인트를 찾아내는 분야는 다양하죠. 저는 일상 속 취미에서 찾아내요. 바이올린을 배운 지 얼마 안 됐는데, 올해 오케스트라에 참여한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참여하겠다고 멤버들에게 공개했죠."  

- 발코니 클럽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참여 후 어떤 변화가 생겼다고 느끼시나요?

치타 "가장 큰 변화는 제가 '성장형 사고'를 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일이 재미있어요. 예전엔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지 스트레스가 심했죠. 지금은 '이번엔 어떻게 접근할까', '어떻게 실험해볼까'하는 마인드가 생겼어요.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주변에 물어보죠. 발코니 멤버들과 말하면서 내가 모르는 게 뭔지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피드백을 받기도 해요. 해결하고 싶다면 해결할 방법은 많은 것 같아요. 멘토링 프로그램과 발코니 덕에 생각의 한계를 깨는 계기가 생겼어요.

엄니 "멤버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에 매여 있지 않죠. 주변의 갈등에 대해 솔직히 말하고 도움받을 수 있어요. 새롭게 시도하는 일도 발코니에 공유하니 혼자라는 느낌도 들지 않고요.

(어떤 일을 새롭게 시도하셨나요?) 멘토링에서 배운 애자일 기법을 제 일에 적용했어요. IT나 공학도가 쓰는 방식이지만 PPT나 기획서 제작 등 사무직도 일의 시작 단계부터 활용할 수 있더라고요.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아, 결과물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어요."

- 멤버 분들께 '발코니 클럽'은 어떤 의미인가요?

치타 "발코니는 공부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곳이에요. 예전엔 그냥 무작정,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공부 전에 내가 왜 하는지, 뭘 가장 먼저 하는 게 좋을지, 내가 모르는 건 뭘지부터 접근해요. 그럼 원했던 효과가 더 잘 나타나요."
 보라
"저는 협업할 기회가 적었어요. 공대에서 공부했고, 혼자 연구하는 직업을 가졌고, 이제 독립활동가로 일하죠. '이런 저도 바뀔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김창준 멘토님이 조언해주셨어요
 
바뀔 수 없다고 믿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만, 
바뀔 수 있다고 믿으면 바뀌긴 한다.  

 바뀔 수 있다고 믿으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스스로를 믿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다.

지금은 나를 조금 더 믿고 한 발자국씩 걸음을 떼어가는 중이에요. 그 과정을 발코니 멤버들과 함께 해서 행운이죠. 지난 한 달간 내 삶을 정리하고, 직접 말하는 경험은 매우 중요해요. 인생에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시행착오가 생기는데, 그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덜 외로워진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혼자서 싸매면 곪아 터지죠.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서 NPO지원센터에 고마워요. 사회 운동, 사회 혁신 활동가들은 자기 발전과 성장에 고민이 많은데 그걸 꺼내서 공유할 기회가 생겼죠. 우리가 덜 외롭게, 더 따듯하게 사회를 바꾸는 기회를 마련해줬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회가 많을수록 개인 활동가들이 더 안정감 있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인터뷰 영상 보러 가기 - [2017활력신공] 발코니클럽을 만나다(김창준멘토와 함께한 멘티들의 후속모임)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곽승희 월간퇴사 편집장입니다. 박수연 서울시NPO지원센터 소통협력팀 매니저가 인터뷰 지원했습니다. 이 기사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발코니 클럽, #서울시NPO지원센터, #김창준, #애자일,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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