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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토) 오후 4시, 부산 중앙동 영화체험박물관 다목적 영상홀에서 열린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부산 시민모임' 발족식에 참석했다. 홀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가 적힌 손 플래카드를 저마다 들고서 힘껏 외쳤다.
 
"조선학교 차별 반대" "함께해요 조선학교"   

 
 부산 초량동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과 함께 한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사람들
 부산 초량동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과 함께 한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사람들
ⓒ 사진 작가 최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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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는 일본 재일교포들이 건립한 민족학교다. 해방 직후 '아이들에게 민족의 언어와 문화, 역사 그리고 혼을 계승하려는 일념'과 '지혜 있는 자는 지혜를, 돈이 있는 자는 돈을, 힘이 있는 자는 힘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힘겹게 세워진 '국어강습소'가 그 전신이다. 조선학교의 역사는 차별과 배제, 탄압 그리고 그에 맞선 투쟁이라는 고난의 역사라 할 수 있다(<조선학교 이야기>, 지구촌동포연대 엮음, 도서출판 선인, 2014).

2012년 아베 정권은 일본 내 외국인 학교를 포함한 모든 고급학교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취학지원금을 조선학교만 제외했는데 그것은 고교무상화제도의 배제를 의미했다. 2013년부터는 각 지자체에서 조선 유치원과 초, 중급학교에 지급하던 보조금까지도 일부 또는 전액 삭감하는 차별 정책을 강행했다. 조선학교는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고교무상화 배제 취소 소송과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학 상임대표(전 효암고 교장)의 간명한 인사말과 정성민 실행위원의 경과보고로 시작된 발족식의 백미는 조선학교를 지지·지원·연대 해온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나 개인의 연대사들이었다.

"재일조선인도 당신들의 동포 아니냐는 한 일본인의 말에 분단현실을 핑계로 조선학교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손미희, '우리 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대표)
 
 따뜻한 연대사가 이어지는 무대에 쏠린 참석자들의 눈과 귀와 마음들.
왼쪽 세번 째가 이용학 상임대표
 따뜻한 연대사가 이어지는 무대에 쏠린 참석자들의 눈과 귀와 마음들. 왼쪽 세번 째가 이용학 상임대표
ⓒ 사진 작가 최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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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90%가 고향이 남쪽이고 특히 부산이 많습니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과 함께 활발했던 재일동포와의 교류가 이명박 정부 들어 삽시간에 끊긴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의 연대가 언제까지나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김명준,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몽당연필' 사무총장)

따뜻하고 든든했던 '조선학교' 향한 연대의 마음과 손길  

"진정한 동행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 단체는 그런 마음으로 20년을 조선학교와 함께 해 왔습니다." (최상구, '지구촌동포연대' 사무국장)

"저는 조선학교 1기 졸업생입니다. 부산시민모임이 발족한다고 해서 만사를 제치고 일본에서 왔습니다. 아베 신조,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최유복, 후쿠오카 조선학원 이사장)

"저는 재일동포 2세입니다. 우리 동네 동포들에게 통일 되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조국의 고향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재일동포도 우리의 동포입니다. 이제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박미순, 나고야 '꿈이요' 대표)


그런가 하면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회·키타큐슈'의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주이키 미노루 씨는 서툰 한국어 인사말 한 다음 2001년에 발족하여 올해로 18년째를 맞이했다는 키타큐슈의 활동 방향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몇몇 정치인의 축사와 몇몇 축하 영상 중에서도 유독 내 가슴에 남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로서 진상 규명과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투쟁에 앞장 서 온 김복동 할머니가 병상 침대에 누운 모습으로 보낸 영상 메시지다.

"내 전 재산을 털어서 다달이 후원할 테니 그리 알고..."
 
 병상의 김복동 할머니가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부산시민모임' 발족식에 축하, 격려 영상 메시지를 보내 왔다
 병상의 김복동 할머니가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부산시민모임" 발족식에 축하, 격려 영상 메시지를 보내 왔다
ⓒ 사진 작가 최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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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다른 이의 아픔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그래서일까. 무대에 오른 남녀 한 쌍의 예인이 춤을 추고, '가시리' 노래를 부를 때나 '행복한 공부방'에서 왔다는 8명의 아이들이 또한 노래를 부를 때 무대 뒤편 스크린에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여성들과 재일조선인들의 사진이 띄워졌다. 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조선학교의 현실과 끊임없이 겹쳐졌다.
 
 '가시리'를 부르는 가수 뒤편에 비친 일제하 강제징용노동자들
 "가시리"를 부르는 가수 뒤편에 비친 일제하 강제징용노동자들
ⓒ 윤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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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의 투쟁에 우리는 함께 할 것입니다. 해방 후 7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차별과 비인권적 현실을 널리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외 동포들과의 교류연대가 우리 모임의 목적입니다. 또한 우리는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과 재일조선인의 강제징용 역사 및 유적지 기록, 역사관 건립 사업도 추진할 것입니다."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부산시민모임'의 다짐이다.

"내 재산을 다 털어서…" 라는 김복동 할머니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산시민모임 사람들의 조선학교를 향한 지지·지원·연대의 마음은 그와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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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현직 교사이다.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원으로서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필진이기도 하다.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스무해의 비망록>, <윤지형의 교사탐구 시리즈>,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 등 몇 권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