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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사표를 냈습니다. 10년 만에 얻은 쉼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다시 묻는 시간을 줬습니다. 그동안 삶의 정답이라고 여겨온 것들이 수많은 생각과 기회를 막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마침표를 찍은 문장들에서 마침표를 지우고 물음표를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표 대신 물음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함께 찾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귀하의 열정만큼은 높이 사지만 이번엔 함께할 수 없게..."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금번 채용에서는 부득이하게..".


구직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받아 봤을 이별의 메시지. 나 역시 기자를 준비하며 수없이 봐왔던 가슴 아픈 문구다. 구인 구직 관계에서도 남녀 사이만큼이나 많은 이별이 이뤄진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한 것이 남자와 여자 관계 뿐일까.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깊게 파인 상처를 미사여구로 덮으려 하지만 쉽사리 위로되지 않을 때도 있다. 면접관이 보여준 태도가 정중하지도, 예의 있지도 않을 때가 그렇다.

기자로서 마지막 면접을 봤을 때였다. 그날 면접에서는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다. 면접 전날 메시지로 온 '꼭 시간을 지켜달라'던 주의사항이 무색하게 면접은 당초 일정보다 1시간가량 지연됐다. 불길한 징조라고 느껴지는 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

1시간 넘게 기다린 후에야 이름이 호명됐고 나를 포함해 5명이 함께 들어갔다. 면접관은 한두 사람에게 먼저 질문을 건넸다. 스펙에 대해 상세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세 번째 질문 역시 조금 전 질문을 받은 면접자에게 돌아간다.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간절한 눈망울로 질문을 기다리는 면접자들이 안타까웠는지 하나씩 질문을 던져준다. 먹이를 기다린 보람은 없었다. 그 질문이라는 것이 정말 궁금해서가 아닌 형식이라는 것은 나를 포함해 3명의 지원자 모두 느꼈을 것이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 한 지원자에게는 출근 후 일과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다. 그는 "지금은 일을 안 하고 있지만"이란 말로 한동안 닫혀 있던 입을 뗐다. 당황한 기색을 보인 면접관은 이력서를 2초간 내려다보고 "어? 그렇네요"라며 멋적어 했다.

그후 나를 포함한 나머지 2명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주어졌다. 5명의 면접관들은 일제히 노트북만 쳐다볼 뿐이다. 내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간절함을 상실한 무미건조한 말뿐이었다. 예의 없는 면접에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았다. 책상 아래로 보이는 면접관의 신발 벗은 발을 보니 더욱 그랬다.

수일을 고민했다. 그리고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지원자 임효정입니다. (...) 향후 후배들도 같은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 물론 면접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마냥 시간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하나의 질문, 그것도 이력서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의 질문을 받고 돌아가야 하는 면접자들의 마음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 회사 입장에서도 서류 전형에 이어 면접을 보는 것은 서류상으로 볼 수 없는 능력이나 가능성을 보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메일을 전송하고 나서야 그간 명치에 응어리진 느낌이 가셨다.

올해 청년 실업률이 10%대를 넘어섰다. IMF 이후 19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이처럼 열악한 구인·구직 환경에서 구직자는 절대적으로 을일 수밖에 없다. 면접 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불평할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압박 면접을 위장한 인신공격이나 조롱, 심지어 성희롱적 발언들이 난무한다는 말들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면접 방식이 유능한 사람을 선별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그 회사의 평판을 스스로 낮추는 일이다. 면접자들은 매스컴이나 지인 등 다양한 소스를 통해서 그 회사에 대한 1차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정보원은 그 회사에 근무하는 조직원이다. 능력이 출중하거나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근무하는 곳이라면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면접관은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지원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면접 과정에서 받은 느낌을 기업에 대한 평가로 연결시키게 마련이다. '이런 멋있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면접장이 오히려 조직을 PR하는 자리인 것이다.

내가 상대를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 역시 나를 반드시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고백을 받았고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중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상대방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최고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업에 이러한 정중함을 기대하기는 아직까지 요원한 일일까?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오늘 저녁에는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이나 들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https://blog.naver.com/hobag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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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오늘도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일상생활을 특별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Oh! my New special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