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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를 앞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사무실은 사무실 문이 잠긴채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아직 여성가족부에서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며 언제까지 사무실이 운영되냐는 질문에 “여성가족부에 문의해 보셔야 한다”고 답변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일본정부 출연금 10억 엔으로 2016년 7월에 출범했다.
 여성가족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를 앞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사무실은 사무실 문이 잠긴채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아직 여성가족부에서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며 언제까지 사무실이 운영되냐는 질문에 “여성가족부에 문의해 보셔야 한다”고 답변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일본정부 출연금 10억 엔으로 2016년 7월에 출범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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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한일위안부 합의'를 맺은 뒤, 합의 이행을 위해 2016년 7월 탄생했던 '화해치유재단'이 지난 22일 공식 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 정확히 두 달 만이다.

일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해온 청년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 청년들은 박근혜 정부가 아베 정부와 한일위안부합의를 맺은 다음날(2015년 12월 29일)부터 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비닐 한 장 들고 '한일위안부 합의 폐기'를 외치며 농성을 시작했다. 다음 달이면 만 3년이 된다.

지난 23일 오후 소녀상 지킴이 청년들을 직접 만나 재단 해산 과정의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소녀상 지킴이들은 하나같이 "아직 농성을 끝낼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논란만 남긴 '화해치유재단'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한 회담을 시작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위안부 문제 논의, 한-일 장관회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한 회담을 시작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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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화해치유재단은 단 한 번도 재단 이름에 걸맞은 활동을 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논란이 됐다. 재단은 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약 100억 원)의 돈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단은 "생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유가족들에게 2000만 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나머지 금액 2억 엔은 기념사업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출연한 10억 엔의 성격을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이라고 정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국가 배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배상'은 국가가 잘못한 것에 책임을 지는 것이지만 '치유'에는 그런 뜻이 없다. 이는 곧 일본 정부가 한국에 돈은 주되 '국가'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소녀상 지킴이들은 2015년 12월 29일부터 1060일 넘게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다음달이면 만 3년이 된다.
 소녀상 지킴이들은 2015년 12월 29일부터 1060일 넘게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다음달이면 만 3년이 된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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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에서 올라와 800일 넘게 농성장 지켜 

청년들은 분노했다. 2015년 12월 28일 합의발표 다음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에 기습적으로 들어가 '한일합의 폐기'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동시에 소녀상 옆에 농성장을 마련했다. 26일 기준 1063일째다.

세 번의 겨울을 거치며 많은 일이 있었다. 당장 수많은 청년이 여러 이유로 농성장을 지키다 떠났다. 지금은 10여 명의 청년들만 남아 교대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그중 한 명이 전가람 '희망나비' 전국대표다. 그는 소녀상 농성장이 차려진 지 250일경부터 고향 경상북도 상주에서 상경해 800일 넘게 소녀상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전씨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분명한 성과"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농성은 화해치유재단을 목적으로 한 것만은 아니"라면서 "한일합의 폐기와 성노예제 공식사죄와 공식배상이 소녀상 지킴이들의 진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은 현실적인 걱정이 앞선다. 네 번째 겨울이 다시 왔다. 전씨는 "또다시 겨울을 나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며 "많은 분이 박사모의 폭력적인 언행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초리를 걱정하는데 이건 별 문제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소녀상 농성장은 칼바람이 부는 빌딩숲 한가운데 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맞아야 한다. 전기장판과 온열기구, 침낭 등이 2평짜리 비닐 천막에 준비돼 있지만 칼바람 앞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다.

"2년째 매일 오후 음식 갖다주는 시민도 있어"

소녀상 지킴이들은 버텨냈다. 지난 21일 농성 3년을 바라보는 시점에 전씨는 화해치유재단 해산 소식을 접했다. 큰 힘이 됐다. 이후 시민들로부터 "여러분들 덕분이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전씨는 "모든 시민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럴 것이 매일 농성장을 찾는 시민들이 있다. 전씨는 "늦은 오후 농성장에 들러 크로켓과 피자, 아이스크림 등을 갖다 주시는 택배아저씨가 있다"라면서 "벌써 2년째 정말로 매일 음식을 건네주고 간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전씨는 "겨울이면 항상 소녀상에 목도리와 장갑이 쌓인다"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목도리와 장갑을 풀어놓고 간다"고 했다. 실제로 농성장 옆에 있는 소녀상에는 시민들이 직접 뜬 양말과 목도리, 모자가 소녀상을 감싸고 있었다. 소녀상의 두 손에는 분홍 국화가 놓여 있었다.
 
소녀상 지킴이들은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소녀상 지킴이들은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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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지킴이 전가람 <희망나비> 전국대표, 800일 넘게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소녀상 지킴이 전가람 <희망나비> 전국대표, 800일 넘게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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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반발해도 한일합의 결국 폐기될 것"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됐다고 해서 한일합의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

당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부터 강력히 반발했다. 아베 총리는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된 뒤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라면서 "3년 전 한일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이뤘고, 일본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왔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하기 바란다"고 언론에 밝혔다.

일본이 반발은 하지만 전씨는 "지금까지 시민들의 도움으로 화해치유재단까지 해산된 만큼 한일합의도 폐기될 것"이라 낙관했다.

전씨는 24시간 소녀상 지킴이 활동과는 별개로 매주 토요일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인사동 등에서 외부 캠페인을 진행한다.

'전 세계 1억 명의 서명을 모아 한일위안부 합의를 온전히 폐기하고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겠다'는 것인데 느리지만 뚜렷하게 목표를 이뤄나가겠다는 의미다.

태그:#소녀상, #소녀상지킴이, #한일위안부합의, #화해치유재단,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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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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