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재난문자
 재난문자
ⓒ 강성준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26일 오전 10시 43분]

2018년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KT아현지사에서 화재사고가 났다. 인근 주민들의 전화기는 '먹통'이 됐다. 가게에서는 카드 결제가 안 됐고, ATM도 작동하지 않았다.

주말을 맞아 모인 사람들은 약속 장소에서 삼삼오오 모여 각자 현금이 얼마있는지 확인했다. 연락이 잘 되지 않은 이들은 공중전화에 줄을 섰고, 상점에서는 매장 직원과 고객이 각자의 이유로 서로 난감해 했다.

한 마디로 '혼란'스러웠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 주변 모습.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 주변 모습.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이는 분명한 '재난'이었다. 참 익숙지 않은 재난.

지금까지의 재난은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했다. 폭우로 지하층 주거지가 잠겼고, 폭설로 도로가 마비됐고, 폭염으로 작물이 말라죽었다. 인간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고 발만 동동 구르는 수밖에 없었고 일상은 무너졌다.

위의 자연재해들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해결이 가능해졌다. 물론 현재도 자연재해는 대단히 큰 피해를 끼친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타인들은 약간 불편해 할 뿐 일상을 그대로 영유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어컨을 틀고, 상하수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한 가게 앞에 전날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장애로 카드결제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현금만 가능합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한 가게 앞에 전날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장애로 카드결제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이번 KT 화재로 인한 IT 마비 사태는 화재가 일어난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나 재산 피해를 입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을 혼란 속에 넣었다. 다양한 곳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기능들이 먹통이 되어 해당 지역에 있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상과 괴리된 시간을 보냈다.

이는 자연재해와 전혀 다른 재난이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만든 일상이 무너진 것을 모두가 목도했다. 우리가 경험한 혼란은 분명한 재난이었다. 실제로 당뇨를 앓던 한 70대 노인은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가슴이 답답하다며 반려자에게 말했다. 이에 반려자는 119에 신고하려 했으나 전화가 먹통이었다. 하지만 의료 조치가 늦어져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2018년 11월 25일은 우리가 새로운 재난을 발견한 날인 것이다. 정부와 시민들은 이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재난 문자를 보내는 것 외에 정부나 우리가 따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었던 게 아무 것도 없었던 그 시간이 길어졌다면 이는 자연재해와는 전혀 다른, 어쩌면 훨씬 더 큰 재난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새로운 재난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태그:#KT 화재,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재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