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첼시전에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공식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고대하던 첫 골이 터졌다. 2주 동안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한 손흥민(토트넘)이 무패 행진을 내달리던 첼시를 상대로 환상적인 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토트넘은 25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첼시와의 2018-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홈경기서 델리 알리, 해리케인,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3-1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리그 3연승을 기록, 9승 3무 승점 30으로 첼시를 밀어내고 3위로 뛰어올랐다.
포체티노 감독, 손흥민 수비 부담 줄이는 투톱 가동
이날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평소와 다른 4-4-2를 내세웠다. 미드필드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성했는데 에릭 다이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위치도 다소 하향 조정했다. 다이아몬드의 꼭짓점에는 알리가 포진했다.
그리고 투톱은 손흥민-케인 조합이었다. 경기 상황에 따라 4-3-2-1과 4-4-2를 오갔다. 케인은 최전방에서 붙박이었고, 손흥민이 다소 2선으로 내려오며 알리와 함께 저지선을 구축하는 모습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알리에게 첼시의 키 플레이어 조르지뉴를 전담 마크시킨 것이 가장 주효했다. 조르지뉴는 피지컬이 좋은 알리의 강도 높은 압박에 고전했다. 경기당 평균 86개의 패스를 시도하며 프리미어리그 1위에 올라있는 조르지뉴가 토트넘전에서는 겨우 52개의 패스를 시도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수비 부담을 한껏 덜어줬다. 평소 4-2-3-1 포메이션에서 2선 측면 윙어로 출전할 경우 손흥민의 수비 범위는 매우 넓어지고 체력 소모를 야기시킨다. 하지만 이번 첼시전에서는 수비 가담이 전방 압박에만 국한됐다. 첼시의 빌드업이 하프 라인을 넘어서면 손흥민은 전방에서 대기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그리고 공격 상황에서 모든 힘을 쏟아냈다.
'독보적 활약' 손흥민, 팀 내 최다 슈팅-높은 패스 성공률
토트넘은 중원을 완전히 움켜쥔 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컨트롤했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첼시의 빌드업을 무력화시켰고, 조르지뉴를 기점으로 상하좌우로 뻗어나가는 패스의 경로를 차단했다.
공 소유권을 빼앗아오면 빠른 공격 전개를 통해 첼시 수비를 곤욕에 빠뜨렸다. 토트넘은 초반부터 맹공을 펼치며 승기를 잡았다. 선제골은 전반 8분만에 터졌다. 프리킥 기회에서 에릭센이 올려준 공을 알리가 절묘하게 잘라먹는 헤더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15분에는 케인이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케파 아리사발라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전반 45분 동안 득점은 없었지만 손흥민은 공격에서 가장 발군의 활약을 선보였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총 6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그리고 패스 성공률도 무려 83.3%였다. 공격수의 특성상 높은 패스 정확도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에릭센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알리는 70.4%, 케인은 63.6%에 그쳤다.
이뿐만 아니다. 드리블 성공 2회, 키패스 1개 등으로 전방에서 공격을 완성하고 조립한 것은 오히려 케인이 아닌 손흥민이었다. 11월 A매치 기간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손흥민의 몸놀림은 상당히 가벼웠고, 빠른 공간 침투, 세밀한 퍼스트 터치 등 한창 좋았을 때의 플레이를 재현했다.
손흥민은 전반 10분 에릭센과의 2대1 패스로 첼시 뒷 공간을 파고든 뒤 슈팅을 시도한 것을 시작으로 전반 13분에는 알리의 침투 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슈팅으로 이어갔으나 모두 불발에 그쳤다. 전반 31분엔 손흥민이 첼시 수비 셋을 앞에 두고 중앙으로 치고 나오며 왼발로 감아찼지만 골문 왼편으로 살짝 벗어났다.
손흥민, 환상적인 50m 단독 드리블로 리그 1호골 작렬
전반에 소득을 얻지 못한 손흥민은 절치부심한 채 후반을 맞았다. 존재감을 발휘한 것은 후반 9분이었다. 알리의 패스를 받은 뒤 하프 라인부터 단독 드리블을 전개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조르지뉴를 빠른 스피드로 제쳐냈다. 이후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한 손흥민은 각도 없는 상황에서 커버링을 들어온 다비드 루이스마저 가볍게 따돌린 뒤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왼발슛으로 마무리했다. 토트넘에 진출한 이래로 손흥민 커리어 최고의 골이었다.
▲ 11월 25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이 득점에 성공했다. ⓒ EPA/연합뉴스
세 번째 골이 터지면서 승부의 추는 완전히 토트넘으로 기울었다. 손흥민은 후반 33분 홈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교체 아웃됐다. 토트넘은 후반 40분 올리비에 지루에게 한 골을 내줬지만 승리에는 변함 없었다.
이날 손흥민의 활약이 더욱 의미가 값진 것은 올 시즌 무패를 내달리는 강호 첼시를 상대로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다는 데 있다. 첼시는 이 경기 전까지 유럽 4대 빅리그에서 이번 시즌 유일한 무패 팀이었다.
지난 1일 웨스트햄과의 리그컵 이후 24일 만에 기록한 시즌 3호 골이었으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첫 득점이었다. 올 시즌 손흥민은 혹사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2018 러시아월드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9월과 10월에는 A매치에 차출되는 등 쉴새없이 장거리 비행을 반복했다.
결국 해답은 휴식이었다. 최근 2주 동안 휴식을 취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첼시전에서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으로 포체티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공식 홈페이지는 손흥민의 슈팅 장면을 메인으로 장식하는 등 활약상을 높게 평가했다.
축구 통계업체 '스쿼카'는 손흥민에게 양 팀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 9점을 줬다. 스쿼카는 "손흥민은 경기 내내 위협적이었고, 올 시즌 베스트 골 후보에 오를 만한 득점을 터뜨렸다. 센세이셔널했다"고 칭찬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손흥민의 세리머니 사진을 메인으로 장식했다. 손흥민은 9점을 받은 에릭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을 부여받았다. 케인, 알리, 벤 데이비스가 손흥민과 같은 8점을 기록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