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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아들의 아빠다. 게다가 이 두 녀석은 아홉 살 터울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나와 인사를 나누고 호구조사를 할라치면 십중팔구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심지어 어떤 이는 "재미없겠다. 지금이라도 딸을 낳아"라며 쐐기를 박는다. 졸지에 나의 삶은 재미없는 루저의 것이 돼 버렸다.

내 나이 마흔여섯. 언젠가 네 살배기 둘째의 어린이집 체육대회에 갔더니 다른 아이들의 부모는 나보다 열 살 이상은 어렸다. 그들의 젊음이 부러웠다. 꼭 9년 만에 다시 하는 육아가 40대 중반의 내 체력으로 버텨내기에는 힘들어서 내뱉는 푸념이다. 두 번째 육아인데도 도대체 정답을 모르겠다.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표지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표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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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까지는 아니라도 공감을 자아내고 마음을 다잡게 하는 책이 나왔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림에다 작가의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가 바로 그것이다. 마침 이 책의 북콘서트가 열린다고 해서 지난 17일 파주에 있는 별난독서캠핑장을 찾았다.

북콘서트가 열린 캠핑장에는 나처럼 육아에 대해 고민이 많은 부모가 삼삼오오 모였다. '그림에다'라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는 육아의 일상에 그림을 곁들여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다. 그림과 글이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그림에다 작가는 광고대행사 출신이란다.

작가가 책을 쓴 계기는 어느 날 집 안 청소를 하다가 아내가 쓰다 만 노트를 발견하면서부터이다.

"아내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 노트에 기록하고 있었다. 몇 장을 넘기고 나니 바로 빈 페이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육아가 바빠서 기록할 시간이 없었을 거라고 짐작할 뿐. 문득 아내의 일상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계속 이어 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선물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그것만큼 좋은 선물이 없을 것이라고…"

그림에다는 그렇게 아내의 일상 이야기들을 먼저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냉소적이었다. 아내는 육아로 여전히 바빴고, 한없이 지쳐갔다. 부부싸움의 횟수도 잦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는 것이 있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아내의 일을 분담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를테면 늦은 귀가 후 30분 정도 놀아 주던 작가의 모습이 바뀌어 갔고, 그로 인해 아이도 아빠를 이전과는 다르게 대했다. 아빠 육아의 비중이 높아지자 재충전한 아내도 아이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됐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서로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비집고 들어가는 육아의 틈이 커질수록, 아내는 조금씩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늘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아내는 휴식을 통해 재충전이 가능해졌고, 그때부터 아내는 나의 기록에 관심을 갖고 때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북콘서트 현장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북콘서트 현장
ⓒ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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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다 작가의 가족은 핀란드도 다녀왔다. 가족이 더 행복해질 방법을 핀란드 부모로부터 찾고자 다녀왔단다. 핀란드의 부모는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린다고 한다.

예를 들어 두 살 아이가 생일케이크의 초를 꺼야 하는데 몇 번을 시도해도 끄지 못했다. 나라면 내가 끄고 말았을 텐데 핀란드의 부모는 아이가 30분이 지나도록 끄지 못해도 기다려 주더란다. 여기서 작가는 깨달음을 얻는다.

"말이 빠른 아이도 있고 걸음이 느린 아이도 있다. 어쩌면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시행착오를 기다려주는 것부터가 아닐까?"

또 다른 핀란드 육아의 특징은 적게 가르치고 많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떼를 쓰던 아이의 문제가 부모로부터 해결됐다면, 앞으로도 그 아이는 부모가 해결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콘서트에 참여한 부모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에다의 말에 공감했다.

북콘서트가 끝난 후 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주로 사교육이 필요하냐는 것과 작가의 살림 형편에 대한 것들이었다. 물론 그림에다 작가의 아이도 태권도 학원 등 최소한의 사교육은 받는단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직장을 관두고 전업작가의 길을 택했다고.

정답을 구하기 위해 찾은 북콘서트였지만, 육아에 정답은 없다. 다만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한결 나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큰 깨달음이라면, 완벽함을 바라기보다 조금 서툴지만, 그 모습 그대로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과정을 함께 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 그래도 천천히 크렴
ⓒ 그림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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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 뻔하지만 이 말밖엔 (기프트 에디션)

그림에다 지음, 위즈덤하우스(2018)


태그:#그림에다, #완벽하게사랑하는너에게, #육아,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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