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송된 JTBC < 인간지능 - 가장 완벽한 A.I. > 캡처.

지난 18일 방송된 JTBC < 인간지능 - 가장 완벽한 A.I. > 캡처. ⓒ JTBC

 
<효리네 민박> <히든싱어> <비긴어게인> 등 색다른 예능으로 사랑받은 JTBC가 또 하나의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그 주인공은 < 인간지능: 가장 완벽한 A.I >다. 

지난 18일 방송된 1회는 비슷비슷한 신규 예능의 범람에 지루함을 느꼈던 시청자에겐 제법 신선한 웃음을 줄 만한 구성과 내용을 담았다. <인간지능>은 총 2회 짧은 분량의 파일럿을 선보인 후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간지능>의 전반적인 구성은 이러하다. '인간지능'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들 A.I가 집에 배달된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간지능은 각기 인간이 원하는 분야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이 모든 과정을 영상에 담아서 방영하는 게 이 프로그램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 < A.I >에서 봤을 법한, 인간에 가까운 A.I나 <블레이드 러너> 속 복제인간 등은 아직 실제로 주변에 존재하지 않고 먼 미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걸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인간지능>에선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 혹은 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배경을 설정했다. 그 일환으로 김정기 작가, 소녀시대 효연, 코요태 김종민 등이 각각 '인간지능' 미요, 예삐, 비앙으로 분해 위너 송민호, 버즈 민경훈, 걸그룹 아이즈원을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18일 이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23일, 2회가 방영될 예정이다. 아직 많은 화제를 모으진 못한 탓일까. 첫 방영분은 1.0%(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로 그리 높지 않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1회에선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 <인간지능>에 대한 호평 및 기대감을 피력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관찰 예능 비틀기? 뻔뻔한 상황극 설정이 주는 웃음
 
 지난 18일 방송된 JTBC < 인간지능 - 가장 완벽한 A.I. > 캡처.

지난 18일 방송된 JTBC < 인간지능 - 가장 완벽한 A.I. > 캡처. ⓒ JTBC


'인공지능'을 연기해야 하는 다소 낯선 상황이지만 김정기, 효연, 김종민은 최대한 진짜 인공지능을 흉내내며 조력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특히 연예인이 아닌 김정기 작가조차 이 방송에선 '나는 인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인공지능 로봇처럼 어설픔이 묻어나는 상황극 연기를 한다. 

방송에서는 그림에 대한 능력을 더 키워보고 싶은 송민호, 캠핑에 도전하고픈 민경훈, 이제 막 데뷔해 모든 것이 낯설기만한 아이즈원과의 생활을 최근 흔히 활용되는 관찰 카메라로 영상에 담아낸다.

관찰카메라 형식은 MBC <나 혼자 산다> SBS <미운우리새끼> 등 리얼리티를 표방한 예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법들이지만, <인간지능>에선 그저 화면을 담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활용될 뿐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허구라는 걸 출연자 및 시청자 모두 알고 있지만 실제처럼 행동하고 받아들이는, 이른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형식을 빌려왔다는 것이다. 

너무 작위적으로 보이면 자칫 질책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연출이지만, 방송은 '인간지능 vs. 인간'이라는 콘셉트에 미래 시대 같은 배경을 보여주며 각종 실수도 유려하게 무마시킨다.

요즘의 관찰 예능을 비틀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은 과거 프로그램들에선 보기 힘들었던 시도이기도 하다. 검정색 레터박스를 화면 상하단에 배치시키고 필름 질감의 영상으로 표현해 마치 영화를 연상시키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각 출연진 별 에피소드의 비중 편차 및 이야기의 호흡 조절이 고르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인간지능>은 기존 예능과의 차별성을 충분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규 편성 기대감을 높였다.

"못해도 된다" 인생 조언도 해주는 A.I
 
 지난 18일 방송된 JTBC < 인간지능 - 가장 완벽한 A.I. > 캡처.

지난 18일 방송된 JTBC < 인간지능 - 가장 완벽한 A.I. > 캡처. ⓒ JTBC


<인간지능>의 기본 배경은 분명 최첨단 기술이 보편화된 디지털 환경이다. 그러나 그 뒤편에는 아날로그 정서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연출로 보여줬다. 이는 <인간지능>이란 프로그램의 진가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간지능> 첫 회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한 건 요즘 주목받는 걸그룹 아이즈원과 '예능 대상' 김종민의 에피소드였다. 언제부터인가 각종 예능의 '치트키'로 활약하는 김종민은 최근 방영 중인 tvN <짠내투어>에 이어 <인간지능>에서도 기대 이상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특유의 허술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그는 종종 자신이 'A.I'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등 말과 행동에서 잦은 실수를 범한다. 여기까진 제작진들이나 시청자 모두 충분히 예측 가능한 그림들이다.

단순히 이 정도 선에서 촬영이 마감되었다면 자칫 <인간지능>이 일반 예능과 큰 차이 없는 프로그램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종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예상 외의 조언을 아이즈원 멤버들에게 해줬다.

"맨 처음에 예능했을 때 힘들었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못하는 것보다 노력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더 사랑해준다"면서 "못한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못해도 된다"라는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준다. 그의 말은 작위적이거나 뻔한 조언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1회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 하진 않았지만 김정기 작가 역시 방송 말미에 소개된 2회 예고편을 통해 슬럼프, 공황 등 심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송민호에게 애정어린 말을 들려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인간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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