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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생일도에서 살기 시작한 지 3년째. 용출리 갯돌밭에서 만난 박세남 씨가 환하게 웃으며 얘기를 하고 있다.
 완도 생일도에서 살기 시작한 지 3년째. 용출리 갯돌밭에서 만난 박세남 씨가 환하게 웃으며 얘기를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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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날을 위해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일하면서 미래에 대한 꿈도 꾸고요. 도시에서 별다른 일 없이 '뻘짓' 하며 지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더 나아요."

이제 귀어 '초보' 딱지를 뗀 박세남(60)씨의 말이다. 박씨는 도회지 생활을 접고 생면부지의 섬으로 터전을 옮겨 3년째 살고 있다. 박씨가 살고 있는 곳은 완도에 딸린 섬 생일도다. 완도와 고흥 사이에 떠 있는 섬이다. 900여 명이 살며, 전복과 미역·다시마를 많이 양식하고 있다.

"주민들이 정말 순박해요. 외지인들에 대한 거부감도 농촌보다 훨씬 덜 해요. 같은 섬이지만, 연륙·연도교로 이어진 섬에 비해서도 덜 합니다. 섬에는 일손도 많이 필요하잖아요. 인구는 적고요."

박씨가 뭍에서 떨어진 섬, 그것도 연륙·연도교로 이어지지 않은 섬을 새 둥지로 선택한 이유다.
  
박세남 씨와 만난 용출리 갯돌밭 풍경. 갯돌밭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다.
 박세남 씨와 만난 용출리 갯돌밭 풍경. 갯돌밭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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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남 씨가 금곡해변 앞 너덜에서 여행객들과 함께 멍-때리기를 하고 있다. 왼쪽 아래, 모자를 쓴 사람이 그다.
 박세남 씨가 금곡해변 앞 너덜에서 여행객들과 함께 멍-때리기를 하고 있다. 왼쪽 아래, 모자를 쓴 사람이 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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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섬으로 옮겨오기 전, 도회지에서 사업을 했다.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 등을 출판하는 일이었다. 사업을 하면서 섬에도 가끔 다녔다. 사업을 그만두기 몇 년 전부터선 여기저기 섬에 자주 드나들었다. 귀어를 염두에 둔 걸음이었다.

"뭍에서 가까운 섬의 주민들이 생각보다 배타적이더라고요. 여기서 가까운 데에 낚시를 왔다가 생일도를 알게 됐죠. 풍광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사람들은 다정다감하고요. 이곳 섬사람들한테 반했어요."

박씨는 그 길로 봇짐을 싸서 생일도로 들어갔다. 일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했다. 전복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쩍' 작업을 했다. 미역과 다시마의 포자를 붙이고, 바다에서 수확하고, 말리는 일도 했다. 바닷일은 뭍에서 하던 일보다 몇 배 더 힘들었다.

여름엔 해수욕장에서 안전요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산불 감시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면사무소에 소속된 산불 감시 활동은 넉넉하지 않지만, 기본 생활을 보장해주는 고정 수입원이다.

"도시에서 어영부영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일한 만큼 보람도 있고요.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바닷일도 어느새 익숙해졌고요. 앞으로도 잘 할 것입니다. 자신감도 있어요."
  
박세남 씨가 용달차를 운전하며 얘기를 하고 있다. 박 씨는 도회지에서 살다가 섬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박세남 씨가 용달차를 운전하며 얘기를 하고 있다. 박 씨는 도회지에서 살다가 섬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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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 주변의 양식장 풍경. 생일도 주민들은 전복과 미역, 다시마를 주로 양식하고 있다.
 생일도 주변의 양식장 풍경. 생일도 주민들은 전복과 미역, 다시마를 주로 양식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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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섬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 위해 일정한 농지를 구입했다. 어촌계에도 가입했다. 앞으로 청각을 양식해 볼 계획이다.

"전복이나 다시마, 미역 같은 양식에 비해서 투자비가 적게 들어요. 10분의 1쯤 들까요. 청각은 매년 3~4월에 포자를 끼우고, 10월에 채취해서 팔거든요. 큰 일손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전망도 밝고요."

박씨는 결코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차분히 하나씩, 그러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섬에 들어와 살고 있으니 가끔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도 한 번씩 온다고 하고요. 저는 오지 말라 합니다. 솔직히 편하지 않아요. 저한테는 이곳이 어엿한 직장이고 일터잖아요. 시간도 빼앗기게 되죠."

박씨는 어느새 '섬사람'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섬살이 예찬론자가 됐다. 그는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참고, 또 인내하고, 배려하며 살 생각이다. 상대방의 입장도 존중하며 살 생각이다. 자신의 인생 2모작이 될 행복한 섬살이를 위해서. 
 
박세남 씨가 섬에서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얘기를 나눈 곳은 생일도의 한 식당 앞이다.
 박세남 씨가 섬에서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얘기를 나눈 곳은 생일도의 한 식당 앞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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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태그:#박세남, #생일도, #귀어, #귀농귀촌, #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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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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