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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리근절 3법 즉시 통과와 비리유치원 비호세력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이 지난 17일 오전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앞에서 동탄유치원사태 비대위, 정치하는엄마들 등 유치원학부모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자유한국당 현판에 항의글이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 "자유한국당 지지율 콩가루 내주마" ‘유치원 비리근절 3법 즉시 통과와 비리유치원 비호세력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이 지난 17일 오전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앞에서 동탄유치원사태 비대위, 정치하는엄마들 등 유치원학부모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자유한국당 현판에 항의글이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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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차고 흐렸다. 감기 때문에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17일, '비리유치원 비호세력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당사로 향하는 길이었다.
   
11월 14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의정부을) 등이 개최한 국회토론회에서 이경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뭣 모르는 엄마'와 '가짜엄마'라고 발언한 내용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사용되는 국가 재정은 투명해야 한다는 상식이,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 행사가, '뭣 모르는 일'로 치부됐다. 더 이상 정치권에 이 문제를 맡길 수 없어서 직접 행동에 나선 양육당사자들은 '가짜엄마'가 됐다.

정당하지 않은 사회에서 침묵하기를 강요하는 대상을 향해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라고 요구하러 나서는 길은 그래서 힘을 내야만 했다. 하루라도 빨리 정신 차려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보태야 했다.

누가 한유총을 비호하는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3법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3법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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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은 좋겠다. 자유한국당이 있어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2일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유피아 3법(유치원+마피아, 별칭 박용진3법,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고 이 같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에서 우리는 한국당 의원들의 심사 거부로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서조차 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앞서 법안소위 방청을 신청했으나 의사진행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됐고(그러나 이날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교육위 간사인 김한표 의원(경남 거제) 사무실을 방문해 회의참석을 요구했으나 의원실 관계자는 "왜 여기에 왔냐"라며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한유총 관계자들은 유피아 3법 반대를 위해 버젓이 국회를 드나드는 상황에서 오히려 양육당사자들은 박대당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참담함을 느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대해 회계·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할 때마다 번번이 위력으로 무산시켜온 것은 사립유치원을 대표하는 한유총이었다. 그리고 한유총의 막무가내식 대응을 비호하고 이를 대변해온 정치권의 책임도 못지않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의정활동과 각종 회의기록을 통해 '누가 한유총을 비호하는가'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제작, 의원 명단을 공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8차 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이장우 의원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8차 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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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대전 동구)은 대표적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의원은 '정치하는엄마들'이 카드뉴스를 내보낸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유은혜 교육부총리에게 "(사립유치원은) 국가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난할 때 많은 분이 사재를 털어서 인재를 육성했다, 사립유치원 하는 분들이 모두 적폐집단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하며 사립유치원의 입장을 대변했다.

역사는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6월 21일 한유총 임원진은 국회를 방문해 이 의원에게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당시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예고한 상태였다. 이후 이 의원은 "공립으로 전환하면 그분들이 그동안 전 재산을 투입해서 교육에 헌신해 왔는데, 그분들 망하라는 것"(2017년 9월18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라고 말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평등권확보차원에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대전 지역은 전체 어린이집(1502곳) 중 국·공립(35곳) 비율이 2.3%에 불과하고, 이용률도 4.4%에 그치는 등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국공립 시설 비중이 최하 수준이다. 올해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참여한 사립유치원 비율도 낮다. 당초 마감일이던 지난 10월 31일에는 10.1%, 시교육청의 대책 발표와 기간 연장 후 43.7%를 기록했다. 세종과 충남이 각각 100%와 9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단연 비교된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어느 곳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역 민심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의 활약은 이처럼 겉돌고 있다.
 
사학 재단을 통해 70억 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하고 횡령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학 재단을 통해 70억 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하고 횡령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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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과 함께 국회토론회를 마련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에 배정된 것부터 논란이 있었다. 올해 초까지 경민유치원 모 법인 경민학원 이사장직을 맡았고, 사학비리 의혹에 휘말렸으며, 75억 원대 횡령배임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5월 국회체포동의안 부결로 '방탄국회' 덕을 봤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은 '업무에 공정을 기할 수 없을 경우, 위원으로 선임하거나 선임을 요청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홍 의원은 지난 10월 29일 국정감사에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 김용임 한유총 전북지회장 등을 불러 "저한테 한유총에서 국회에 와서 우리 입장을 좀 설명할 수 있게 해달라 그래서 지금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는 지난 14일 급기야 "여러분(사립유치원 원장)의 마음이 불편해지면 결국 그게 자기 아들 딸들에게 간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양육자들의 공분을 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저출산은 국가적 재앙'이라며 해결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운운했지만 최근 한유총의 편에서 발언했다. 같은 당 이군현 의원(경남 통영고성)은 사립유치원 예산 지원 확대를 지속 요구해왔고,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옹호하며 국·공립 확대에 반발해왔다.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지난 9일부터 국회의원 299명 의원실을 통해 유피아 3법 찬반의견조회서를 발송한 결과 자유한국당은 단 한 명의 의원도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유피아 3법'이 시급히 제정·도입돼야 하는 이유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유피아 3법(박용진 3법)은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부실급식으로 아이들이 굶주리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막고, 교비회계의 사적 유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법안이다.

앞서 언급한 한유총 주최 국회토론회에서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정부 돈 받아서 명품백 사면 안 됩니까?"라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는 데, 이것을 '안 된다'라고, 유치원비는 교육 목적에만 쓰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법안이 바로 유피아 3법이다. 또한 유치원비로 외제차를 렌트하고도 횡령죄로 처벌받지 못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법안이다.

'유피아 3법'은 결코 사립유치원 전부를 비리유치원으로 매도하거나 과도하게 압박하는 법이 아니다. 법 조항 어디에도 유치원 설립자나 원장의 가계부를 들여다보고 재산을 침해하는 내용이 없다. 국가 재정으로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지원한 부분이 잘 쓰였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보면 유치원이 징계나 중대한 시정명령을 받고도 명칭을 바꿔 다시 개원하는 일이 없도록 유치원 설립을 제한하고 결격 사유를 명시하도록 했다. 비리를 고발하고 문제제기하는 종사자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며 일터에서 내몰면서도, 정작 양육당사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비위를 저지르거나 문제가 생겨 재개원한 기관에 대해 알 길이 없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법이다.

계란 세 개를 푼 국으로 93명의 아이들을 먹이고, 썩은 감자가 식판에 오르는 급식 비리를 막기 위한 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유총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유재산'을 운운하면서 자신들이 투자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국회에 의견서를 돌렸다. 그런가 하면 설문조사를 빙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행동에 나섰고, 사실 관계가 다른 내용의 만화를 제작·유포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의해 설립된 학교이며, 학교는 교육기본법에 따라 공공성을 갖는다. 이 점에서 사립유치원은 학원과 다르며 그 이유로 세제 혜택은 물론 국고 지원을 받기 때문에 교육감의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마찬가지로 유치원 설립부터 건물과 시설에 일정부분 제한이 있음을 알고 서약했다는, 비영리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아무런 제재 없이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사립유치원들에 대해 양육자들은 더욱 분노하며 법안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50만 아이들의 권리를 외면할 것인가
 
최근 사립유치원 등에서 배포되고 있는 만화 전단. '사립유치원은 개인사업자'이며 '사립유치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사유재산의 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사립유치원 등에서 배포되고 있는 만화 전단. "사립유치원은 개인사업자"이며 "사립유치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사유재산의 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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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하면서도 관련 정책을 만들거나 결정할 때 정작 양육 당사자는 배제하고 홀대하는 풍조는 여전히 굳건하다. 연장선에서 유아교육·보육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정책 입안자의 입과 귀가 누구를 향했는지 비위 유치원 사태와 한유총의 대응, 정치권의 행보에서 선명하게 목격된다.

고작 4000여 명 사립유치원 설립자를 대변하기 위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50만 아이들의 교육권과 건강권, 안전권, 행복추구권이 외면되고 있다.

해마다 2조 원에 이르는 국가재정이 사립유치원에 투입되는데도, 국고지원금의 사적 유용을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도 마련하지 않겠다면 이것은 분명한 책임 방기다.

사립유치원들은 자신들이 배포한 만화 홍보물에서 "아이는 유치원에서 배운다"라고 적어놨다. 그렇다. 아이는 기관에서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것이다. 사립유치원들은 과연 그들 말처럼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유치원 비리는 감사에서 적발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교육기관을 사업장으로 보며, 돈이 안 되면 폐업하겠다는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의 민낯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사태 해결을 고대하고 있다.

마침 유치원 원아모집 시기다. 지금까지 폐원을 통보한 유치원이 전국 6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폐원은 아니어도 내년도 신입 원아모집을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차량 운행 지역을 줄여 원아수를 축소하겠다는 공지를 전한 유치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계획된 공사를 앞당겨야 하는데 그래도 아이를 보내려면 보내라'고 엄포를 놓는 곳도 있다.

양육자들은 불확실한 불안감을 '사실'로서 확인받았다. 더 이상 양육자들만 모르고 넘어가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비위 사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부실급식이나 아동학대 사고의 여부, 양육자 부담금의 규모가 적당한 기관의 정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가장 처음 비리유치원 실명 공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위해 정보공개청구와 촉구 기자회견, 행정소송을 진행해왔다. 일부 비리유치원의 실명이 공개 이후에는 정부에 실질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한편, 그동안 한유총의 위력을 통한 불법 행위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이유와 책임을 묻고 있다. 앞으로 '유피아 3법 통과'라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양육당사자로서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 중 소인국 '릴리펏'에서는 줄타기로 관료를 뽑는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를 놓고 관료들은 줄의 굵기 등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놓고 논쟁을 벌이지만 걸리버는 왜 줄타기로 관료를 뽑아야 하는지 물음을 던진다.

교육의 기본속성에 '공공성'이 자리한 근본적인 이유를 돌아보자. 모든 아이가 동등하게 교육받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동체의 책무다. 또한 정치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은 제도의 근간이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백운희씨는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입니다.


태그:#유피아3법, #한유총, #사립유치원, #박용진,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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