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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상록 허정택(왼쪽부터), 장경욱, 신윤경 변호사가 지난 8월 16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운동권 출신 대북사업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엉뚱한 증거를 제출, 구속했다며 고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8.16
 법무법인 상록 허정택(왼쪽부터), 장경욱, 신윤경 변호사가 지난 8월 16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운동권 출신 대북사업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엉뚱한 증거를 제출, 구속했다며 고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8.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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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한 것처럼 국내에 납품하고, 군사기밀을 북한에 유출한 혐의 등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김호(46)씨의 재판에 국정원 직원들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검찰은 16일 열린 김호·이아무개씨 제3차 공판준비기일에 국정원 직원인 최 이사와 권 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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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와 권씨는 2008~2013께까지 약 5년간 피고인 김씨와 메일 및 대면 보고 등을 통해 북한 장마당 물가와 김씨의 사업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IT전문가 ▲탈북민 ▲김호씨 회사 직원 ▲국정원 직원 순서로 증인 신청했으나 김씨 측 변호인단은 "순서를 바꿔 국정원 직원을 가장 먼저, 탈북민을 가장 나중으로 증인 신청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 "국정원 직원 진술 바꿀 수도... 가장 먼저 진술해야"

김씨 변호인 측 신윤경 변호사는 "(증인 신청한) 국정원 직원은 대공수사 업무 담당자"라며 "재판 진행 과정에 따라서 진술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진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이어 "또 (변호인단이) 탈북민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고자 해도 이들의 이력 등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며 "탈북자는 다른 증인들 다하고 난 다음에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 장경욱 변호사도 "기본적으로 현재 수사보고서 중 열람 가능한 부분에서 탈북자 증인이 몇년도에 뭘 했고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이력이 전혀 없다"면서 "<월간조선>을 보면 전직 해커 인터뷰가 있다. 그런 정도의 이력을 가진 이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이어 "변호인 측이 탄핵을 하려면 (수사기록의) 열람 및 등사가 가능해야 하는데 열람 거부된 게 꽤 된다. 이 부분을 보면 탈북자 분들의 증인 신문은 뒤로 미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검사 "사건 실체 파악하려면 순서대로"

반면 검찰은 "국정원 직원부터 먼저 신문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증인 신청한 국정원 직원들은 국가공무원으로, 법정에 나올 경우 위증을 하면 처벌받겠다는 선서를 하고 나온다. 대공수사 업무자라고 해서 진술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 실체 파악을 위해선 순서대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탈북자 증인신청에 대해서도 "탈북자 신원정보를 자세히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탈북민이 신원 보호를 받아야하는 부분이 조금 있다"며 "순서를 미룬다고 해서 신원 공개의  범위가 달라지지 않고,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김씨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증인에 대한 신문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사업의 내용을 먼저 알고, 사업이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거래업체와 거래하게 된 경위 등을 알기 위해 순서를 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호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김씨 회사의 전 이사 이아무개씨 측 변호인은 "악성코드 위험 여부를 먼저 수사한 게 아니다"라며 "(피고인 김씨의) 메일부터 뒤져서 수사를 했다"고 지적한 뒤 "실제 얼굴 인식 프로그램이 그런 가능성(사이버 테러)이 있는지는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밟으면 된다. 증인 신청 순서 자체는 혐의 입증과 상관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재 피고들은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프로그램 안에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국내 일부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에 납품했다.  
  
재판부, 탈북민 순서는 조정하고 국정원 직원은 언급 안해

이날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은 50명에 육박했다. 기존 40여 명이었으나 검찰이 거래업체 조사 등 수사를 보강해 증거목록을 추가 제출하면서 10여 명이 더 늘어났다. 이에 맞서 변호인 측은 경희대 교수 A씨를 증인 신청했다. A 교수는 김씨가 북한 개발자들과 공동으로 일한다는 것을 미리 인지한 상태에서 김씨에게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다. 

이날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탈북민 신문을 마지막에 하기로 정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 신문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 또 변호인에게조차 수사보고서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변호인단의 항의가 나왔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중요 수사정보에 대해 해당 사건에서 검찰이 열람만을 허용한 경우가 많고, 등사가 되지 않아 피고의 방어권 유지에 어려움이 많다고 문제 제기했다.             

장 변호사는 "수사 보고서가 다 누락돼 있다. 2012년부터 피고에 대한 내사가 진행됐는데 방어하는 입장에선 증거 설명을 하는 수사보고서가 어느 정도 나와야 방어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열람은 되지만 등사는 안 되는 것도 있다"며 "변호인에게조차 왜 등사가 안 되는 것인지 그 점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보고서 내용 대부분은 첨부 자료에 대한 소명자료다. 나는 이런 자료가 이렇게 해석된다는 경찰 수사관 개인의 의견에 대한 자료"라며 "이러한 내부적 의견이나 수사과정 전체를 모두 열람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피고에게 유리한 것이 누락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전체를 다 보겠다고 한 것 같다"면서 "수사보고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다 부동의되고 증거 채택된 부분이 거의 없었던 전례가 동종 사건에서 많았기 때문에 전체 수사보고서를 다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저희가 수사보고서 요약본 밖에 없다"면서 "이런 증거를 왜 수집했을까 싶은 게 더 많았다. 검찰 측이 적극적으로 제출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북한=반국가단체 규정, 재판부 판단 구할 것"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장경욱 변호사는 김씨가 북한과 공동 개발한 프로그램에 악성코드가 심겨져 있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IT 전문가를 섭외해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며 "국가보안법 제2조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알렸다.

변호인단은 이날 '위헌법률 심판 제청 신청'을 현재 김씨 재판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21부에 할 예정이다. 현 국보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것이 김씨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쟁점이 된다는 취지다. 다음 재판은 오는 21일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에서 열린다.

태그:#국가보안법, #국보법, #대북사업, #탈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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