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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밭에 심어 수확한 누런 호박의 모습
 시골 밭에 심어 수확한 누런 호박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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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호박으로 호박죽 만들기

올 봄에 심은 호박이 이렇게 자라 누런 늙은 호박이 되었습니다. 지난달 몇 개를 따서 아파트 베란다에 놓아두었는데, 옛날 자주 해먹었던 호박죽 생각이 나서 하나를 꺼내 바로 두 동강을 내었습니다. 호박이 워낙 두껍다 보니 자르고 깎고 하는 건 남편인 제 몫입니다.

먼저 호박 안에 있는 씨를 전부 꺼내 씻어두었습니다. 씻은 호박씨를 신문지 밑에 깔고 햇빛에다 말립니다. 말린 호박씨는 내년에 또 사용해야 하니 서늘한 곳에 잘 보관해야 합니다.

여러 토막으로 자른 호박을 도마 위에 올려 겉껍질을 자릅니다. 자를 때 호박이 미끌하므로 손을 다치지 않게 조심해 가며 자릅니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라는 호박이라, 그야말로 마음 놓고 먹어도 되는 안심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겉껍질은 얇게 깎아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누런 호박을 잘라  냄비에 삶는 모습
 누런 호박을 잘라 냄비에 삶는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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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껍질을 빗어 낸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얇게 자르면 빨리 익어 좋지만 조금 크게 잘라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호박은 익혀 으깨어야 하고, 호박죽을 만들 때까지 계속 저어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풀리기 때문입니다. 살짝 익힌 호박을 믹스기로 갈아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차피 호박죽 끝낼 때까지 계속 저어 야 하기 때문에, 굳이 믹스기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하는 게 더 좋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호박은 먹을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비닐팩에 싸서 냉동 보관하였다가 다음에 또 사용하면 됩니다.

냄비에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호박을 넣고 물을 부어 익힙니다. 어느 정도 호박이 으깨어졌다 싶으면 그때 기호에 따라 준비한 우리 콩이나 팥을 넣어 저어주면 됩니다. 이때 팥은 자체가 여물기 때문에 넣기 전에 한번 삶아 넣어야 합니다. 팥은 비타민B가 많아 호박죽 할 때 많이 넣어 먹습니다

맨 마지막 찹쌀가루를 넣는데 채를 쳐서 넣기도 하지만, 그냥 호박죽 위에다 찹쌀가루를 골고루 여러 번 걸쭉할 정도로 뿌려 주고 뚜껑을 닫습니다. 조금 있다 김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 꿀이나 설탕 그리고 소금을 넣어 몇 번 저어주다가, 푸득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호박죽은 완성입니다.
  
삶은 호박에다 찹쌀가루를 얻어 놓은 모습
 삶은 호박에다 찹쌀가루를 얻어 놓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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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가루를 넣고 그냥 두는 것은, 덩어리가 자연스럽게 생겨 먹을 때 식감을 좋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꿀이나 설탕 그리고 소금은 조금씩 넣어 맛을 보아가며 추가하면 됩니다. 호박죽 양에 따라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몇 큰 술 등 이런 표현은 맞지 않고, 그때그때 호박죽 양을 봐가며 넣어주면 됩니다. 수미네 반찬 프로그램이 생각납니다. '무슨 몇 큰 술이야? 대충 어림짐작으로 해' 이 말을 듣고 우리 가족들이 많이 웃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우리 집은 객지로 멀리 나가있는 아이들이 올 때 호박죽을 자주 해 먹는데, 옛날에는 한 끼 식사로도 먹었지만, 저녁 밤참인 간식으로도 많이 해먹었습니다. 주말에 만들어 놓으며 시간 없을 때 냉장고에서 꺼내 덥혀 먹으면 되니 참 편리합니다. 오래 냉장 보관하면 안 되니 2~3일 안에 전부 먹을 수 있도록 호박죽 양을 조절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누런 호박을 두 동강 낸 모습
 누런 호박을 두 동강 낸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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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붓고 산후부종에 '누릉디 호박'이 명약

요즘은 영양학 박사들이 성분 분석을 하여 호박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당류, 나트륨, 포화지방산, 비타민, 칼륨 등이 있어 몸에 좋다고 근거 있는 이야기를 하지만,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그냥 몸이 붓거나 산후 여자 부종에는 누런 호박이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누릉디 호박'이 좋다고 먹으면 특효라고 말했지요. 부모님들한데 왜 호박이 좋으냐고 물으면,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 선조들의 경험에 의해 전해지는 한방 비법이라고 하며, 이게 바로 증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누른 호박을 실제 먹으면 몸이 부어있는 부종이나 산후부종에 명약임이 며칠 후 나타납니다. 늙은 호박을 푹 고와 꿀을 조금 넣어 그 물을 마시는데, 호박 물은 산후 부기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호박은 영양덩어리 음식재료

요즘은 간식거리 먹거리 종류도 많지만, 예전에는 먹을 것이 없을 때 집집마다 누런 호박을 가져와 채를 썰 듯 썰어, 호박전을 많이 부쳐 먹었습니다. 이웃집에 호박 전 부친다 하면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가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호박은 심어놓고 어느 정도 자라면 애호박으로 된장찌개도 만들어 먹고, 호박볶음으로도 많이 해 먹었으며, 카레 할 때 재료로 넣어 먹습니다. 어린 호박 잎은 삶아 쌈으로 싸먹었는데, 양념으로 젓갈도 사용하지만, 호박잎에는 된장 양념으로 쌈을 싸 먹는 것이 최고 별미입니다. 이렇듯 호박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영양 많고 귀한 음식재료입니다.

특히 누런 호박으로 말린 호박오가리는 집에서 백설 떡을 만들어 먹을 때, 호박오가리를 넣으면 씹을 때 식감이 꿀맛입니다. 호박씨도 영양 덩어리입니다. '얌전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깐다'는 속담이 전해 내려올 정도로, 호박씨를 까먹으면 남자들은 체력증강에도 좋으며, 여자들은 피부미용에 좋다고 합니다.
  
울릉도 여행 갔을때 찍은 호박엿 공장 모습
 울릉도 여행 갔을때 찍은 호박엿 공장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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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 갔을 때 대표적인 토종 식품인 호박엿 공장에 가보았더니 누런 호박을 공장에 가득 쌓아 놓은 모습도 보았습니다. 호박엿 공장에 들어가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니 호박은 정말 우리 몸에 좋은 영양 보고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누런 호박은 풍부한 수분과 칼륨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에도 뛰어나 남자들 소변이 찔끔찔끔 나오는 사람한테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호박은 항암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으며, 인체의 면역력을 증가시켜 감기에도 좋고, 비염이나 편도염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 밖에 호박은 섬유질이 많은 식이섬유라 변비에도 좋고 고혈압,동맥경화,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고 설명합니다.
 
누런 호박으로 만들어 본  호박죽 모습
 누런 호박으로 만들어 본 호박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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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엿과 관련한 추억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엿장수가 가위질을 신명 나게 하면서 리어카에 엿을 한가득 싣고, 온 동네를 다니며 '울릉도 호박엿'이라고 외치고 다닐 때, 엿이 먹고 싶어 뒤따라 다녔던 추억도 있습니다.

참다못해 집에 달려가 빈병이 없나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찾았고, 알루미늄 냄비 못쓰는 것을 찾아 엿을 직접 바꾸어 먹은 기억도 납니다.

동네 아저씨들이 엿판 앞에서 '엿치기'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습니다. 서로 엿을 잘라 엿 구멍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인데, 게임에서 이겨 환호성을 지르는 아저씨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모든 제철 음식을 그때그때만 먹어도 건강 유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고 충분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건강보조식품으로 오메가3, 비타민 등을 추가로 또 구입하여 건강한 사람들도 상시 복용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필요 없는 곳에 지출하는 것뿐입니다.

요즘은 공중파는 물론 종편에서도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음식 관련 프로들이 많습니다. 수미네 반찬, 집밥 백선생 등 이런 방송들을 보면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제철 음식으로 만드는 재료들입니다. 제철에 나는 어류와 채소 등으로 만든 토종 영양 음식으로 우리 스스로 건강한 삶을 영위해야겠습니다.

태그:#누런 호박, #울릉도호박엿, #호박의효능, #호박엿과관련한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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