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리 어게인> 영화 포스터

<베일리 어게인> 영화 포스터 ⓒ 씨나몬(주)홈초이스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반려동물 보유가구 수가 593만 가구를 넘어섰다고 한다(2018년 6월 7일 <중앙일보> 반려동물 전담 정부부서 생겨). 지난 2015년 457만 가구였던 것에서 29.1% 대폭 상승한 결과다. 그만큼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왜 개는 20년도 채 못 사는 것일까? 도대체 왜?'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개의 짧은 수명을 원망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슴 아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을까. 모든 이별은 각자가 가진 역사에 따라 아픔의 모습도 제각각이지만 이미 예정된 이별을 가슴에 품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아직 겪지 않은 일에 대한 슬픔, 가슴 떨림과 함께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보다 기대수명이 낮은 반려동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래서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한 장면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한 장면 ⓒ 씨나몬(주)홈초이스

 
반려동물과 이별을 경험했거나 그 순간을 두려워하는 반려인들을 위로하는 영화 <베일리 어게인>이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인공 베일리는 환생을 거듭하며 삶의 목적에 대해 고민하는 개다. 베일리의 여러 인생을 함께하며 우리는 영화의 원제인 '개의 목적'이 아닌, 모든 살아있는 것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천생연분'이 있듯 사람과 개 사이에도 '천생연분'이 있지 않을까 믿게 된다.

1960년대 소년 이든은 차 안에서 질식사 직전의 개를 구출해 집으로 데려와 '베일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놀며 이든(데니스 퀘이드 분)은 어디를 가든지(물론 학교는 제외하고) 베일리와 함께한다.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도, 힘들고 슬픈 순간에도 항상 베일리가 있다. 그러나 늙고 병든 베일리는 마냥 이든 곁에 있을 수 없다. 결국 베일리는 이든의 품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난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한 장면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한 장면 ⓒ 씨나몬(주)홈초이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한 장면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한 장면 ⓒ 씨나몬(주)홈초이스

 
이든과 환상 궁합을 자랑하며 행복한 삶을 살았던 베일리는 경찰견 '엘리'로 환생했다. 엘리는 범인들을 쫓고 시민들을 보호하며 베일리와 전혀 다른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간다. 마냥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전부였던 베일리와 달리 엘리의 목적은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결국 엘리는 주인을 지키려다가 총을 맞고 숨을 거두게 된다. 이번에는 외로운 주인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귀여운 웰시코기 '티노'로 다시 태어난다. 티노는 전생들과 또 다른 삶의 목적을 가지고 그만의 행복한 삶을 충만하게 살아간다. 

베일리는 이제 떠돌이견으로 환생해 자신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방랑한다. 과연 베일리는 이번 생의 목적을 찾고 좋은 주인을 만나 정착할 수 있을까? 관객들은 견종도, 성별도 다른 베일리의 여러 생을 함께하며 '개의 목적'이라는 것이 그 형태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결국 함께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한 장면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한 장면 ⓒ 씨나몬(주)홈초이스

 
100분 동안 사랑스러운 개들을 보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지만, 이야기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든다. 우선 영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이미 너무 익숙하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이야기들을 가볍게 끌고 가는 바람에 영화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폭발되어야 할 감정은 훈훈한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럼에도 베일리가 직접 화자가 되어 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평소 '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반려견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는 동안 개와 소통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2009년 <하치 이야기>를 연출했고, 소소한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만들어 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베일리 어게인>은 보는 내내 훈훈한 미소를 짓게 되는 따뜻한 영화다. '이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관객들에게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오히려 위로를 주고 있다. 그렇다고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베일리가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코끝이 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눈물은 곧 희망으로 이어진다. 사랑스러운 베일리의 모습은 오는 22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추신.
원작자 W.브루스 카메론이 베일리 이야기를 처음 구상한 것은 반려견을 잃고 슬퍼하는 여자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소설로 완성되고 영화로까지 이어졌으며, 책도 영화도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화는 이미 제작비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속편 개봉이 준비 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베일리 어게인 반려견 반려동물 이별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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