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춘기 맞나?' 싶을 정도로 무난하게 보낸 첫째와 달리 둘째는 좀 신경 쓰이게 하는 사춘기를 보냈다. 신경전이라도 벌인 날이면 뛰쳐나가 버리면 어쩌나? 밤새 현관을 들락거리기도 하고, 신발을 감춰놓기도 하는 등의 조바심으로 밤잠 설치기 예사였다. 

그런 둘째가 큰 문제없이 몇 년 전에 성인이 되었다. 다른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째도 무난한 편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참 힘들었다. 사려 깊고 온순한 둘째를 돌변하게 한 사춘기, 나도 지나온 사춘기가 새삼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랬다. 

<과학, 사춘기를 부탁해>(탐 펴냄)를 둘째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그때 만났다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청소년기를 거쳐 온 어른들도 사춘기는 어렵다. 뭐라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미묘하며, 섬세하고 변화무쌍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만의 특성인 사춘기를 과학적으로 조목조목 참 잘 설명한 책이라 반가웠다.
 
 <과학, 사춘기를 부탁해> 책표지.
 <과학, 사춘기를 부탁해> 책표지.
ⓒ 탐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가장 난감하고, 그래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한 것비 바로 '성교육'이었다. 아마도 다들 그러는 모양, 고향 친구들끼리 모이게 되면 고만고만한 아이를 둔 우리 누군가 반드시 성교육에 대해 이야기했고, 너나 없이 진지해지곤 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아이 둘을 낳은 우리들인데도 성교육을 할 정도의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 성에 편협하다'는 것이었다. 

책은 7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주제는 사춘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많은 부모들이 난감해하고 힘들어 한다는 성교육과 직결되는 '이차성징'에 대해서다. 이런 1장을 읽으며 초등학생 아이를 둔 후배가 떠올랐고, 책의 존재를 알려줬다. 후배도, 후배의 아이도 사춘기가 되기 전에 책을 먼저 읽는다면 도움이 클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멜라토닌의 분비에 변화가 생겨. 멜라토닌이 점점 더 늦은 시간에 방출되고, 방출이 줄어드는 시간도 뒤로 밀려. 그래서 잠이 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도 늦어진단다." - 43쪽

"오토바이를 타고 복잡한 도로를 곡예 하듯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청소년을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 어쩌면 저렇게 위험한 행동을 할까? 저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저러는 저럴까?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소년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위험을 쫓아. 왜 그럴까? 유아기와 아동기를 보내는 동안 성장을 거듭했던 뇌가 청소년기에 전면적으로 재구성되면서 위험한 행동을 부추기도록 변하기 때문이야." - 51쪽

책은 청소년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이차성징(1장)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유독 잠이 많아지는 청소년기 수면 패턴에 대해, 그리고 청소년기에 그 수위가 유독 높아지는 위험 행동의 이유와 충동성의 정체, 한번 빠지면 쉽게 끊을 수 없는 중독 문제, 청소년들의 친구와 또래집단에 대한 의지와 동조, 이성문제 등을 7장으로 분류해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이중 가장 솔깃하게, 뭣보다 읽은 것은 5장, '중독' 편이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나이를 막론, 누구에게나 두루 위험할 것이다. 거북목이 되는 등 척추에 이상이 생기거나, 눈이 건조해지는 등 눈에 보이거나 몸으로 느끼는 부작용은 물론 뇌와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특히 위험하며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청소년기에 뇌가 대대적인 변화를 하는데 그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책에 의하면 '출생 직후부터 아동기 동안에 급격하게 발달한 뇌는 청소년기에 대대적으로 재구조화된다. 그동안(청소년기 이전) 증가에 신경 썼다면 이제부터는(청소년기) 가꾸는 것에 신경 쓰는 것. 필요한 것만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일종의 가지치기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그 사람이 어떤 활동을 자주 하는가에 따라 취사선택, 뇌가 그쪽으로 발달한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어떤 것들을 주로 했는가에 따라 잘 할 수 있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성향 등이 어느 정도 결정되는 것(51~57쪽 정리)'이다. 

청소년기에 중독되면 어른들보다 훨씬 긴 시간 중독되는 부작용도 있다. 청소년기는 또한 새로운 것, 위험한 것에 탐닉하는 시기로 스마트폰을 통한 위험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도 월등히 높다. 그런데 이는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보다 많은 위험과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청소년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해. 2011년 미국 워싱턴 대학교 정보과학부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팝콘 브레인'이라는 현상을 소개했어. 팝콘 브레인이란 뇌가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것.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고 느리게 변화하는 진짜 현실이나 감정, 잔잔하고 미묘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지는 현상이야.

2011년 중국 연구진은 하루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14~21세의 청소년들의 뇌와 하루 2시간 미만 동안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서 인터넷 중독이 뇌의 구조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하루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하루 2시간 미만 사용자들에 비해 뇌의 백질 부위가 뚜렷하게 두꺼웠어. 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거나 커지면 감정 조절, 의사 결정, 자기 통제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 98쪽  

책은 '중독=노예 신세'라 단정,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포함한 인터넷이나 게임 등, 디지털기기 중독의 위험을 여러 측면으로 이야기한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매일 스마트폰 때문에 가슴 졸일 때가 많기 때문에 더욱 솔깃하게 와 닿았다.

3호선과 4호선 환승역인 충무로역(서울 지하철)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로 휩싸이곤 한다. 이렇다보니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은 물론 계단 오르내리기도 쉽지 않다. 앞사람을 따라 쉬었다 한발 떼기를 반복하며 오르내리기 예사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릴 때 누군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얼떨결에 휩쓸려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는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것. 아마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미끄러지듯 계단을 내려가거나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그들 뒤를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그 짧은 시간 내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와중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들까지 종종 보여 아찔해질 때가 많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자료. 한국정보화진흥원 홈페이지에 연령별 각각의 척도가 제시되어 있다. 이는 청소년, 성인, 60대를 통합한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자료. 한국정보화진흥원 홈페이지에 연령별 각각의 척도가 제시되어 있다. 이는 청소년, 성인, 60대를 통합한 것이다.
ⓒ 한국정보화진흥원

관련사진보기

  
위는 94쪽에 실려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다. 스마트폰 사용이 지나치다 생각되면 자신의 위험 정도를 체크, 적절하게 이용하려는 노력과 행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다. 

저자는 해박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뿐더러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청소년기의 중독 등, 청소년기만의 두드러진 특성들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청소년기를 보다 안전하고 지혜롭게 보낼 수 있는 대안들까지 녹여 들려주고 있어서 설득력이 높을 것 같다.

이런 이 책은 당사자인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들과 자신의 몸을 아는데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내 아이, 나아가 청소년 혹은 비행청소년들을 이해하는데 보다 요긴한 자료가 될 것이다.
 
"1843년 영국 수상의 비서를 살해한 '대니얼 맥노튼'은 정신 이상을 진단 받고 교도소가 아니라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영국 정부가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려 수상을 살해하려다가 실수로 비서를 살해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당시 영국인들은 격분했고, 이에 빅토리아 여왕이 상원을 설득하여 정신 이상을 주장하는 범죄의 항변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도록 했다. 이를 '맥노튼의 규칙'이라고 부른다." - 84쪽   

최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 '심신미약 때문에'라며 가벼운 처벌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술에 취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의 범행'이란 배려(?)로 고작 12년 징역형을 받은 조두순의 만기 출소(2020년 12월)가 가까워지면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씁쓸하고 아쉽게도 현재의 법으로는 그의 사회 복귀를 막을 수 없는 상황. 하루 빨리 명쾌한 해답을 간절히 바란다.

위의 '맥노튼의 규칙' 글은 '4장- 충동성' 별도 코너 중 하나. 이처럼 알게 되면 본문이 훨씬 흥미로워지는 관련 사실이나, 지식들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정리해 쪽지처럼 끼워 넣은 코너 덕분에 보다 폭넓게 알아가는 재미도 얻을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계간 <우리교육> 2018년 겨울호에 실립니다.


과학, 사춘기를 부탁해

오윤정 지음, 원혜진 그림, 탐(2018)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