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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 관련 전현직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청사 도로 주변에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행사를 알리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 관련 전현직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청사 도로 주변에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행사를 알리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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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안동지원 법관 6명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해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원 내부에서 법관 탄핵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형관, 박노을, 박찬석, 이영제, 이인경, 차경환 판사(가나다 순)는 "저희 대구지법 안동지원 법관들은 오랜 고민 끝에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 개시 촉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 제안'이란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지난 9일 작성된 이 제안서는 12일 대구지법 법관대표 3인에게 이메일로 전달됐고, 13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게시됐다. 이들이 결의안 발의를 제안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인 상설 회의체다.

제안서를 작성한 판사 6인은 "지금 이 시점에서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하여 형사법상 유무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태에 대해 형사 절차의 진행과는 별개로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후 교정 절차인 탄핵 절차 진행을 촉구해야만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 특정 재판에 관하여 당사자가 아닌 정부 관계자와 비공개적으로 회동해 재판의 진행방향에 관해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 준 행위 ▲ 특정 재판에 관하여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방향의 판결 주문을 요구하거나 재판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 등을 대표적 재판 독립 침해행위로 꼽았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우리 사법부를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에 대한 법관들의 최소한의 실천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법부 스스로의 자정의 노력 없이 검찰과 같은 외부조직의 도움을 받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것은 법관들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외면하는 방관자적인 처신이라고 생각된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아무쪼록 이와 같은 법관 탄핵 발의 안건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그에 따라 채택되어 결의되기를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일동은 강력히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9일 예정돼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공보간사인 송승용 판사는 "정기회의에 상정될 의안의 발의기한인 12일 자정까지 위 제안과 관련된 의안이 정식으로 발의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전국법관대표회의 내규 6조 3항에 의하면 구성원은 회의 현장에서 다른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안건의 상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의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승태사법농단대응을위한시국회의'는 지난달 30일 권순일 대법관, 김민수·박상언·이규진·이민걸·정다주 판사를 상대로 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고 국회의 발의와 의결을 요구했다(관련기사 : "권순일·김민수·박상언·이규진·이민걸·정다주...법관 6명 탄핵해야").

아래는 대구지법 안동지원 법관 6인의 제안서 전문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 제안>

존경하는 대구지방법원 및 관내 지원 판사님들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일동입니다. 작금의 사태로 인해 법원의 권위는 물론 전체 판사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무너진 신뢰가 언제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저희 지원 법관 일동은 평정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고자 각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에 더하여 어떻게 하면 무너져 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관하여 법관으로서,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향후 특별재판부에서든 일반재판부에서든 법원의 재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형사 절차가 종료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고, 무엇보다 형사 절차에만 의존하여서는 형사법상 범죄 행위에는 포섭되지 않는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역사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는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지게 하고 그 신뢰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는 11월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하여 법관들 각자 여러 의견과 가치관이 있으시겠지만 저희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법관들은 오랜 고민 끝에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 개시 촉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대표적으로 "① 특정 재판에 관하여 당사자가 아닌 정부 관계자와 비공개적으로 회동하여 재판의 진행방향에 관하여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하여 준 행위, ② 특정 재판에 관하여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방향의 판결 주문을 요구하거나 재판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 등은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판부가 사건 처리에 관하여 동료나 선배 법관에게 조언을 구하고 이를 참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의 조언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등과 비교하여) 법원의 위상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나 '행정부와의 원활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면서 특정 사건의 재판에 관하여 조언이나 요청을 하는 것은 어떠한 선의의 의도나 명분을 갖다 대더라도 헌법이 요구하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사법부 스스로 자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하여 형사법상 유무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형사 절차의 진행과는 별개로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후 교정 절차인 탄핵 절차 진행을 촉구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사법부를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에 대한 법관들의 최소한의 실천적인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법부 스스로의 자정의 노력 없이 검찰과 같은 외부조직의 도움을 받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것은 법관들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외면하는 방관자적인 처신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이와 같은 법관 탄핵 발의 안건이 전국법관대표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그에 따라 채택되어 결의되기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일동은 강력히 희망합니다.

2018. 11. 9.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가나다순) 권형관, 박노을, 박찬석, 이영제, 이인경, 차경환

태그:#사법농단, #법원, #법관,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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