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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생일도의 금곡리 갯돌 해변. 이 해변 앞 산자락에 크고 작은 바위가 널브러진 너덜이 자리하고 있다.
 완도 생일도의 금곡리 갯돌 해변. 이 해변 앞 산자락에 크고 작은 바위가 널브러진 너덜이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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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있는 걸 '멍 때린다'고 한다. 요즘은 멍 때리기도 여행의 한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쉼의 방편이다. 몇 해 전 서울광장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려 화제도 됐다.

멍 때리기는 긴장의 끈을 풀어준다.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에 아주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게 쉬다 보면, 자연스럽게 뇌가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시나브로 새로운 에너지가 스며들고, 삶의 활력소도 얻게 된다고.
  
완도 당목항 풍경. 당목항을 출발한 배가 '멍 때리기' 좋은 섬 생일도로 향하고 있다.
 완도 당목항 풍경. 당목항을 출발한 배가 "멍 때리기" 좋은 섬 생일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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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목항에서 생일도로 가는 바다 풍경. 미역과 다시마, 전복 양식장이 지천이다.
 당목항에서 생일도로 가는 바다 풍경. 미역과 다시마, 전복 양식장이 지천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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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이 아름답고 한적한 곳을 '멍 때리기' 좋은 곳으로 선정해 여행객을 유혹하는 섬이 있다. 완도에 딸린 섬 생일도다. 재작년에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으로, 쉬기에 맞춤인 섬으로 추천했다.

생일도는 배를 타고 30분 만에 닿는 섬이다. 완도 본섬에서 동쪽으로, 완도와 고흥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신지도, 약산도, 평일도에 둘러싸여 있다. 강진 마량에서 고금대교와 약산대교를 차례로 건너 만나는 약산도(조약도)의 당목항에서 배를 탄다. 배는 오전 6시30분부터 7시50분, 9시40분, 11시40분 출발한다. 하루 일곱 차례 오간다. 
 
금곡 해변 앞 산자락의 너덜. 크고 작은 바위가 널브러진 너덜을 동백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금곡 해변 앞 산자락의 너덜. 크고 작은 바위가 널브러진 너덜을 동백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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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의 너덜에 앉아서 내려다 본 바다 풍경. 금빛 모래와 갯돌로 이뤄진 금곡 해변이 보인다.
 생일도의 너덜에 앉아서 내려다 본 바다 풍경. 금빛 모래와 갯돌로 이뤄진 금곡 해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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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가 '멍 때리기' 좋은 데로 추천한 곳은 세 군데다. 첫 번째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금곡해수욕장 앞 너덜이다. 크고 작은 바위가 산자락에 널브러져 있다. 바위로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할 정도다. 하늘나라에 궁궐을 지으려고 가져가던 큰 바위가 땅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는 전설을 지닌 바위들이다.

이 '바위숲'을,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뤄 감싸고 있다. 앞으로는 다도해를 품은 바다가 펼쳐진다. 여기 너덜의 널따란 바위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는 것이다. 그렇게 앉아서 쉬다 보면, 몸과 마음이 금세 편안해진다.

멍을 잘 때리려면 몇 가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먼저 가장 편안한 자세로 바위에 앉아야 한다. 휴대전화는 멀리 둬야 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보거나,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 음식을 먹지 않고, 웃는 것도 삼가야 한다. 말 그대로 '멍-' 때려야 한다. 
 
멍을 때리려고 크고 작은 바위를 차지하고 앉은 여행객들. 저마다 편한 자세로 앉아 가을햇볕을 만끽하며 앞바다를 내려다 볼 참이다.
 멍을 때리려고 크고 작은 바위를 차지하고 앉은 여행객들. 저마다 편한 자세로 앉아 가을햇볕을 만끽하며 앞바다를 내려다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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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를 체험하는 여행객들.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가 눈을 감고 앉아 있다.
 멍 때리기를 체험하는 여행객들.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가 눈을 감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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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에서 또 다른 '멍 때리기' 좋은 곳은 용출 갯돌밭과 구실잣밤나무 숲이다. 용출 갯돌밭은 금곡의 너덜에서 그리 멀지 않는, 용출리에 있다. 검은 돌과 원석으로 이뤄진 500m 남짓 되는 갯돌밭이다. 출렁이는 파도가 몽돌에 부딪치며 해조음을 들려주는 마을이다.

구실잣밤나무 숲은 용출 갯돌밭에서 가까운 굴전마을에 있다. 나무 가운데 탄소 흡수율이 가장 좋다는 구실잣밤나무가 상쾌한 기분을 안겨준다. 이 숲의 나무의자에 앉아서 멍을 때리는 것이다. 잣 맛이 나는 작은 밤, 구실잣밤을 줍는 것도 이 계절에 쏠쏠한 재미를 준다.
  
생일도에서 멍 때리기 좋은 것으로 추천된 용출 갯돌밭. 출렁이는 파도가 몽돌에 부딪치며 들려주는 해조음이 감미롭다.
 생일도에서 멍 때리기 좋은 것으로 추천된 용출 갯돌밭. 출렁이는 파도가 몽돌에 부딪치며 들려주는 해조음이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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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의 구실잣밤. 작은 밤에서 잣 맛이 난다고 붙은 이름이다.
 생일도의 구실잣밤. 작은 밤에서 잣 맛이 난다고 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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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에 생일도를 찾으면 특별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섬의 이름을 따서, 생일면이 해주는 이벤트다. 생일을 맞은 여행객이 섬에 도착하면, 대형 케이크 조형물이 설치된 서성항 대합실 전광판에 면장이 전하는 축하메시지를 띄워준다. '생일엔 생일도에서 생산된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며 생일도에서 난 미역도 선물한다.

생일축하는 면사무소에 미리 방문 날짜와 여객선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생일도를 찾아 특별한 이벤트를 받는 것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된다.
  
생일도이 관문인 서상항 대합실 풍경. 옥상에 대형 케이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 아래에 전광판이 보인다.
 생일도이 관문인 서상항 대합실 풍경. 옥상에 대형 케이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 아래에 전광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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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 주변 바다에서는 미역과 다시마, 전복을 많이 양식하고 있다. 생일도로 오가는 뱃길에서 본 양식장 풍경이다.
 생일도 주변 바다에서는 미역과 다시마, 전복을 많이 양식하고 있다. 생일도로 오가는 뱃길에서 본 양식장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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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는 주민들의 심성이 갓 태어난 아기처럼 착하다고 이름 붙은 섬이다. 바다에서 조난 사고가 잦고, 해적들의 횡포가 심해 섬의 이름을 새로 짓고 새로 태어나라고 생일도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900여 명이 살고 있다. 주변 바다가 온통 양식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복과 다시마, 미역을 주로 키운다.

그 중에서도 다시마가 많이 난다. 다시마는 칼로리가 낮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와 비만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노화를 억제하고 성인병도 예방해준다.

다시마는 바다에서 키우고, 건져서 말려야 하고, 비가 내리면 거둬들여야 한다. 일손이 많이 가는 해조류다. 섬사람들이 다시마를 수확하고 나면 '다시는 안 하마' 한다고 해서 '다시마'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섬주민들에게 큰 소득을 가져다주는 해조류다. 생일도에서 논이라곤 다랑이 뿐이다. 그것도 미역과 다시마를 말리는 곳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생일도의 백운산 임도. 섬에 크고 작은 길이 이리저리 이어져 있어 싸목싸목 걸으면 더 좋다.
 생일도의 백운산 임도. 섬에 크고 작은 길이 이리저리 이어져 있어 싸목싸목 걸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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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 용출갯돌밭 풍경. 갯돌과 갯돌 사이로 난 골을 따라 바닷물이 드나든다.
 생일도 용출갯돌밭 풍경. 갯돌과 갯돌 사이로 난 골을 따라 바닷물이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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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에서 눈여겨볼 만한 곳이 더 있다. 섬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섬길이 호젓하다. 서성항에서 당숲, 굴전마을, 용출마을 갯돌밭, 금곡해수욕장을 거쳐 서성항으로 돌아오는 10㎞의 길이다. 옛날에 금이 나왔다고 '쇠금이'라 불렸던 금곡마을의 금빛모래 해변도 아름답다.

금곡마을과 용출마을에 갯돌밭도 있다. 용출마을 앞의 섬, 목섬과 용낭도 풍경도 아름답다. 목섬은 옛날에 나무를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고, 용낭도는 굴에서 용이 나왔다고 이름 붙은 섬이다. 용이 나온 굴 앞에 있다고 이름 붙은, 굴전마을에서 보는 바다 풍광도 오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완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해발 483m의 백운산 중턱에, 학이 사는 상서로운 절집 학서암도 있다. 학서암은 조선 숙종 때 창건돼 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생일도에 있는 유일한 문화재이다. 
 
생일도 학서암 풍경. 학이 사는 상서로운 절집이라고 이름 붙었다. 300년 역사를 지닌 절집으로 백양사에 속해 있다.
 생일도 학서암 풍경. 학이 사는 상서로운 절집이라고 이름 붙었다. 300년 역사를 지닌 절집으로 백양사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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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생일도, #멍때리기, #용출갯돌밭, #학서암, #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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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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