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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의 가을 
  
도솔천과 어우러진  선운사 단풍
▲ 선운사 도솔천 도솔천과 어우러진 선운사 단풍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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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하가 붉은빛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매체마다 절정에 달한 아름다운 단풍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덕분에 직접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눈이 호강이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았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풍이 아름답다는 내장산의 백양사, 내장사, 불국사 대신 조금은 한적한, 그러나 결코 아름다움에서 뒤지지 않는 도솔천 따라 펼쳐지는 선운사 붉디 붉은 숲 길을 찾아 나선다. 
  
도솔천 주변의 단풍
▲ 선운사 도솔천 도솔천 주변의 단풍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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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는 철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기대하게 하는 절이다. 봄이면 처연한 핏빛 동백꽃이, 여름이면 울울창창한 푸른 숲이, 가을에는 꽃무릇과 오색창연한 단풍이 손짓을 해대니 철마다 선운사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서정주 시인을 비롯해 김용택, 최영미 시인 등이 선운사의 동백을 노래했지만, 동백만큼이나 단풍도 아름다운 선운사다. 백제의 영토에 세워진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 도솔천을 따라 걷는 길에서 도솔암과 진흥굴, 용문굴 등 신라 진흥왕과 관련된 장소를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선운사 송악 
  
선운사 3대 쳔연기념물 하나인 송악.
▲ 선운사송악 선운사 3대 쳔연기념물 하나인 송악.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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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일주문을 지나면 왼편에 선운사의 3대 천연기념물 중 하나인 '선운사 송악'(천연기념물 367호)이 먼저 반긴다. 바위를 반으로 가른 듯한 절벽에서 키 작은 푸른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절벽 위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 같기도 하다. 송악은 언뜻 나무로 보이지만 분명 덩쿨 식물이다. 가지가 뿌리가 되어 바위에 붙어 자란다고 한다. 푸르기만 할 것 같은 송악도 계절의 변화를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군데군데 누런 빛이 물들어가는 모습이 영락없이 가을 나무다. 

김용택 시인이 '여자에게 버림받고 이 악물고 건넌 살얼음 낀' 선운사 도량물을 건너 도솔천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도솔천변의 낙엽 쌓인 돌길을 걷는 것이 훨씬 운치있기 때문이다. 
  
선운사의 단풍
▲ 선운사 도솔천 선운사의 단풍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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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단풍은 참 다양하다. 빨간색 아기단풍, 은행나무, 갈참나무 여러 수종이 만들어내는 단풍의 향연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이 다양하면서도 일관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도솔천을 따라 그 숲속을 따라 걷노라면 어떤 이의 말처럼 '마치 천국을 향해' 올라가는 듯한 황홀감에 빠진다.

황홀감에 빠져 걷다보면 어느새 극락교에 이른다. 극락교 주변의 노란 단풍나무들이 숲이 그야말로 황금빛이다. 수많은 사진가들과 관람객들이 이곳에서 가을을 담느라고 분주하다.  
  
극락교 주변의 단풍
▲ 선운사단풍 극락교 주변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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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교를 지나 도솔천과 선운사 담장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도솔암이 나온다. 길은 평탄해서 걷는데 어려움은 없다. 등산로로 접어들면 인파는 순식간에 줄어든다. 한적한 숲길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호젓하게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도솔천 수면 위로 붉은 단풍잎이 후두둑 떨어진다. 낙화... 낙엽이다. 순간 붉은색 나비들이 도솔천 위로 날아드는 것 같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도솔천을 뒤덮는다. 

봄에는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에 눈물짓고 가을에는 뚝뚝 떨어지는 붉은 단풍에 눈물짓는다. 그까짓 사랑 때문에 울지 말자던 시인도 도솔천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단풍 앞에서는 눈물을 짓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신라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과 장사송
  
신라 진흥왕이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
▲ 선운사 진흥굴 신라 진흥왕이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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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을 따라 계속 오르다보면 신라 진흥왕이 수도를 하다 생애를 마쳤다는 '진흥굴'이 나온다. 그러나 과연 진흥왕이 선운사 좌변굴에서 수도를 하였는지는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진흥굴 안은 깊지 않고, 굴 안도 꽤 넓직했다. 굴 안벽의 주름이 견뎌온 세월을 말해준다.
 
신라 진흥왕이 심었다는 장사송,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 선운사 장사송 신라 진흥왕이 심었다는 장사송,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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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굴 바로 옆에는 부채골 모양으로 퍼진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가지가 나온 반송이다. 수령이 600년을 넘고 높이가 23미터에 달한다. 이 지역의 옛 이름인 장사현을 따서 장사송이라고 부른다. 진흥왕이 심었다고 해서 진흥송이라고도 부른다. 천연기념물 354호이다. 
   
진흥굴 앞의 단풍이 유난히 붉다
▲ 선운사 단풍 진흥굴 앞의 단풍이 유난히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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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과 마애여래좌상 그리고 용문굴 
 
 
선운사 마애블과 소나무
▲ 선운사 마애여래좌상 선운사 마애블과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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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을 지나 조금 더 산길을 따라 오르면 마애여래좌상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수직 암벽에 새겨져 있는 마애불 옆의 소나무 두 그루는 마치 마애불을 지키는 호위무사같다. 사람들이 한없이 왜소하게 보일 정도로 마애불은 거대하다. 

마애불에서 100미터 정도 더 오르면 '용문굴'이 나온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는 조금 험하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다. 용문굴은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 어미가 피신해 있다 죽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화산 작용으로 생성된 선운산에는 기암절벽이 많아서 단풍과 어우러진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넓은 절마당과 대웅보전, 만세루가 단아하게 서 있다.
▲ 선운사 경내 넓은 절마당과 대웅보전, 만세루가 단아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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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굴에서 내려오는 길에 선운사를 둘러보자. 만세루와 대웅보전과 넓은 앞마당과 그 너머의 산세가 또 한폭의 그림이다. 붉은 단풍비 날리는 도솔천의 풍경은 쉽게 잊히지 않는 가을 풍경으로 각인될 것이다.

태그:#선운사, #선운사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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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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