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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일전에, '이사하면 떡을 돌리자'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관련 기사 : 이웃이지만 철저히 남인 사람들, 이런 방법은 어떨까). 아무렇지 않게 이사떡을 심부름했던 어렸을 때의 기억이지만, 실제 하려니 무척 '뻘쭘'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개인주의화된 현대 도회지의 생활인가 봅니다.

그래서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는 어쩌면 과유불급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라인 전체에 떡을 돌리려다 옆집 그리고 윗집과 아랫집 딱 세 곳에만, 맛있지만 부담없을 2000원짜리 떡을 돌려 이사왔음을 인사합니다. 그러던 차에 <층간소음 '살인 부를 뻔'…위층 부부에게 흉기 휘두른 40대>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접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얼마전 이사 후 집에 왔던 딸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딸은 "아빠, 아파트에서는 걸을 때 쿵쿵거리면서 걷지 않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나는 쿵쿵거리면서 걷지 않은 것 같았는데, 쿵쿵 걷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쿵쿵거리면서 걷는다고 인식했으면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조심하며 걷는다고 생각하는데 "쿵쿵거리며 걷지 말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황당할 법합니다.

아마 이렇게 황당함을 느끼는 것들이 쌓여, 그것이 기사처럼 이웃간에 말다툼으로 번지고 싸움으로 비화되어 살인사건까지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사를 하면 떡을 돌리자는 글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모습을 찾자는 것도 있었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의 보도들을 보면서 '안면과 체면'으로 무마해보자는 의미도 있었지요.

우리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서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아파트생활이니 조심하자고 홍보활동을 전개하거나, 의자에 완충제를 부착하는 등 가구재의 생산 때부터 소음을 방지하려는 행정지도와 KS규격화, 그리고 바닥슬라브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등 건축법을 강화하는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긴 합니다.

어쨌든 최근에 지어진 공동주택이 아닌 경우, 구조적으로 혹은 의식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층간소음을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겠느냐는 화두를 딸이 던진 꼴이 됐습니다. 
 
층간소음 예방과 에너지절약을 위한 실내용 슬리퍼
 층간소음 예방과 에너지절약을 위한 실내용 슬리퍼
ⓒ 이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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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궁리를 해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마트에 가서 사진처럼의 슬리퍼를 사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실내화 주머니 들고 다녔던 추억과, 아이들을 키우면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실내화주머니를 챙겨 보냈던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왜 실내화를 가지고 다니게 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지요.

슬리퍼를 사와 신어보니 확실히 쿵쿵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발등 위에 덮개가 달려있고 뒷꿈치는 비어있는 슬리퍼를 신고 움직이려면 아마도 자연스럽게 뒷발을 들고 걸을 수밖에 없는 과학적인 이치가 숨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요새 나오는 실내용 슬리퍼는 바닥에 쿠션이 있어서 그런 과학적 이치와 더불어 이중으로 쿵쿵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생활을 하는 아파트는 구조적으로 여러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요사이는 층간소음을 방지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냥 서로 조심하자는 등 사람들의 감성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감성적인 면만 강조되다보니 혹시라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계속하여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가구들에 완충제를 부착하듯이 인간의 발에도 완충제를 부착하는 효과를 주는 실내화를 착용하자는, 그런 과학적 근거가 있는 운동도 함께 하면 훨씬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예전 전통주거생활과 달리 요사이의 아파트생활은 대개 소파와 식탁의자 그리고 침대생활을 하기 때문에 슬리퍼를 집안에서 사용하는 것을 아파트생활 문화로 승화 발전시켜도 그리 큰 어색함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쿠션있는 실내화를 신는 것은 훨씬 추위를 덜 느끼게 합니다. 그러니 에너지절약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실내화착용을 바람직한 아파트 생활문화로 정착시킨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실내화착용 문화의 추진과 확산은 '도랑치고 게 잡는다'거나 '일거양득'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운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공사를 하면서 크게 나는 소리는 대개 그려려니 하는 데 비해, 조심하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것에는 조심하지 않는다고 화를 냅니다. 어쩌면 큰일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지만 작고 사소한 것에 감정이 상하고 힘들어한다는 것이지요. 아마 그런 조심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람을 무시하는 것처럼 비화돼 칼부림이 나고 살인사건이 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대 도시생활이란 작고 사소한 것이 어쩌면 우리들에게 더 큰 것이 돼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배려(配慮)란 큰 것에 있지 않다는 어느 분의 얘기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아랫집 사람을 마주칠 기회가 있으면 쿠션 있는 슬리퍼 생활을 하는 있는데 혹시라도 쿵쿵 소리가 나서 불편함이 없으신지 꼭 물어봐야겠습니다.

태그:#층간소음 예방, #실내화 착용, #아파트생활, #에너지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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