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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과 비만 규정의 역사

비만(obesity)이란 용어는 약 100년이 꽤 넘은 때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진 단어다. 보통의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을 가려 지칭한 단어였다. 통상적으로는 찐(fat) 사람으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 비만을 굳이 규정했었다면 인구분포 대비 상위 일부 비율의 대상으로 한정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만 해도 찐 것과 다른 건강지표들을 연결하지는 않았다. 그저 찐 것을 구분하는 정도로만.

1800년대 후반기, 인간의 체구를 건강과 연결한 첫 번째 실효적 행동이 등장한다. 한 보험회사가 자사의 고객정보를 이용해 사망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수학자와 통계학자들에게 맡긴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체중 분포곡선을 기준으로 상위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고객들에게는 사망의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추가 징수하게 된다. 인류 역사상 체중이 인간의 생명지표와 첫 번째로 연결된 사례가 된다. 이때 등장한 용어들이 '정상체중' 이후 '이상체중', '저체중' '과체중' 등이다.

이 보험회사는 보험료 계상의 방법으로 체중을 오랜 동안 사용한다. 그러나 다양한 생물학적, 사회적 정보들은 체중을 이용한 생명력의 추정이 무모한 시도임을 알아채도록 한다. 이 보험회사가 지속적으로 사용한 체중과 생명력 대조표는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마지막 개정판을 내고 사라진다. 이 마지막 개정판에서 이 보험회사는 체중이 인간의 건강이나 생명과는 무관함을 설명하며, 더 이상 고객의 체중이 보험료와는 무관할 것임을 명확히 한다. 이미 의학, 보건, 간호의 영역에서는 체중과 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게 구축된 이후였다.

애꿎게도, 체중과 체구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멈추지 못했다. 체중을 대신할 건강 기준을 개발하고 진화시켜, 새로운 지표를 제시한다. 바로 '신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이다. 대략 1950년대 첫 선을 보이며,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어지는, 현재 보건의학계에서 가장 의존적으로 비만도를 구분하는, 바로 그 지표가 사람들에게 선택되어진다. 세계보건기구,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등 아주 훌륭한? 기관과 기구들이 사용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지표의 결과에 따라 거의 모든 의학, 보건학, 간호학, 영양학 등이 울고 웃는다. 이제는 국제보건기구에서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이 지표가 주는 정보와 통계 현황에 더욱 공고한 믿음을 보내며 비만도와 비만의 위험성에 경각한다.

신체질량지수와 건강을 연결하기 어려운 이유

자 그럼, 이 지표는 타당하고 신뢰적일까? 생물·논리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신체질량지수는 글자대로 '지수'이다. 지수란 평가와 이해를 위한 수단이다. 지수가 생물적 가치를 갖기 상당히 어렵다. 둘째,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환산되는 신체질량지수는 물리적 단위로 표현된다. 인체 대부분의 작동은 화학적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물리적 단위가 화학적 과정과 기능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혈압과 같은 물리적 단위의 기능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수학적으로 살펴보자. 비만이나 신체질량지수의 본질적 평가 방식은 전체인구에 대비한 상대적 개념이다. 절대평가가 아니란 말이다. 즉 절대적 가치라기보다 상대적인 위치만을 알려주는 정보이다. '남들에 비해서'이지, 생명력의 절대성과 연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상'이나 '이상적'일 수 없으며, 그저 단순히 '평균' 또는 '평균치에 비해' 등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사회·인구·통계적으로 보자. 아시다시피 이 비만지수는 주로 50-70년대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던, 그리고 아직까지 통용되는 수치들이다. 저체중, 정상체중, 과체중, 비만은 해당시대, 해당공간 사람들을 표본으로 삼았다. 시공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며, 그래서 대한민국의 2018년을 대변하지 않는다. 당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현재 한국인들에게 맞을까?

여기에 신체질량지수의 결정적인 한계는, 인구의 신체질량지수 분포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찌고, 찜으로써 신체질량지수는 빠르게 상승하는데, 건강의 기준으로 삼는 신체질량지수의 수치들은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체중이 더 오래 사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체격과 비만이 건강과 연계된 것은, 상관관계이며, 인과관계가 아니다. 다시 말해, '비만이기에' 다른 건강의 지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비만할 경우' 동반될 수 있는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거꾸로 다른 문제로 인해 비만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만하면'이란 전제로 교육되고 훈련되어 있을 뿐이지, 실은 그렇지 않다.

체중을 보는 시각과 정책

현생 인류가 최근 약 100년 동안 급격하게 커져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사실은 분명 중요하며, 주목할 일이다. 그래서 인간이 어떻게 찌고 있는 지를 감시하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비만을 평가하는 기준인 신체질량지수는 공중보건의 측면에서 인구의 동향을 감시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그러나 이 잣대를 개인의 건강과 연계시키는 것은 매우 초보적이고 원시적이며, 비합리적인 방법이다. 통계적으로, 다수의 표본 인구로부터 얻은 정보를, 역으로 개인에게 들이대는 셈이다.

체중과 체구는 인간 삶과 활동의 결과물이다. 어떻게 먹고, 자고, 움직이고, 일하고, 스트레스 받는지를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최종의 산물이다. 체중을 또는 체구를 수정함으로써 다른 건강의 상태가 변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 한들 일시적이다. 과다하게 찐 것이 병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을지언정, 쪘다고 문제가 발생할 것도 아니다. 특히나 신체질량지수를 가지고 개인을 평가한다는 것은 더욱 문제시 된다. 체중과 체구가 개인의 문제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정부에서는 비만과 싸우기 위해 다양한 정책안을 제시하고 있는 모양이다. 체중이나 비만을 잡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체중을 찾을 수 있는 배경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체중은 원인이 아니고 결과물이다. 제발 비만인구와 비만정책에 실패한 미국을 따르지 말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잇다'의 <건강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코너의 칼럼입니다. 글쓴이는 이대택 교수(국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학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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