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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공생, 순환의 가치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대전지역에도 수많은 협동조합이 다양한 사업과 방식으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기관인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 토마토, 오마이뉴스의 공동 기획으로 대전지역 협동조합을 찾아갑니다. - 기자 말

새로운 시도, 이야기가 있는 농산물 판매 
 
아들에게 주려고 모셔둔 감자였는데....
▲ 아들이 안 가져간 쪼만 감자 아들에게 주려고 모셔둔 감자였는데....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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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감자가 들어왔다. 감자만 들어온 게 아니라, 감자를 판매하게 된 배경 이야기도 들어왔다. 사연은 이렇다.

"옥천군 안남면 덕실마을에 사는 93세 할머니가 농사지으신 조그마한 감자입니다. 아들에게 주려고 고이 모셔둔 감자였는데, 아들이 안 가져간다고 하여 매장에서 판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경로당을 출입할 정도로 아직도 에너지가 넘치는 할머니랍니다. 작은 텃밭에 매년 자식들 주려고 감자, 땅콩, 고추, 대파, 가지 등을 조금씩 심어 가꾸십니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자식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상품명은 '아들이 안 가져간 쪼만 감자', 1킬로그램 가격은 2000원. 배경 이야기와 함께 감자가 진열되자 5분도 안 돼 팔려나갔다.
 
까도까도 깐마늘
▲ 해란이가 깐 마늘 까도까도 깐마늘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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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란이가 깐 마늘 - 품명을 '까도까도 깐마늘'이라고 바꾸었어요. 정말로 까도까도 안 늘어나더라구요. 무게가. 다행히 선선해져서 이번엔 영화 한 편 보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깠습니다. 제 마음과 정성을 함께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날, 산지에서 매장으로 마늘이 들어왔다. 상품명은 '까도까도 깐마늘', 150그램 가격은 2000원. 진열되자 바로 동이 났다.

지난 24일 오후, 대전 서구 남선공원 종합체육관에 있는 대전로컬푸드라온아띠 협동조합을 찾아 이성숙 이사장(51)과 인터뷰를 했다.

"그냥 로컬푸드가 좋아서 무조건 뛰어들었다"
 
"진실한 농민이 진실하게 농사짓는 모습을 과정을 보면서 저도 진실하게 잘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돼요."
▲ 대전로컬푸드 라온아띠협동조합 이성숙 이사장 "진실한 농민이 진실하게 농사짓는 모습을 과정을 보면서 저도 진실하게 잘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돼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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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이란 뜻을 지닌 '라온'과 '친구들, '동무들'이란 뜻인 '아띠'를 결합하여 조합 이름을 만들었다. 좋은 친구들처럼 농민(생산자)과 소비자가 만나 한마음으로 지역 사회 먹거리를 팔고 사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게 이성숙 이사장의 포부다.

"그냥 로컬푸드가 좋아서 무조건 뛰어들었어요. 수직 아닌 수평으로 조합 운영을 하고 있고요. 생산자들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오면 에너지가 충전돼요. 진실한 농민이 진실하게 농사짓는 과정을 보면서 저도 진실하게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에 대한 설명을 잘 할 수 있고요. 이제 시작이니까 잘 하겠습니다. 농민이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으니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성숙 이사장은 일반 기업에 다니다 그만 두고 자녀 양육을 하다가 조금씩 시민 사회 활동을 진행했다. 대전 YMCA와 인연을 맺고,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맡아 일을 했다. 이후 대청호보전운동본부에서 로컬푸드 관련 일을 하면서 전문성을 닦고 지금의 로컬푸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역의 농민과 함께 생산자 조직 사업을 한 뒤 '대청호 보따리'를 만들어 대전의 소비자에게 제철 농산물을 공급하는 일을 했다. 또한 대청호 상류 농가와 주민 간담회를 진행하고 농가들과 만나면서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국적 기업이 농산물을 공급하지만 소비자의 건강은 없어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먹거리 공급을 고민합니다. 한 번 드셔본 분들은 계속 오십니다.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매장 준비는 전쟁처럼 했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했답니다. 법인을 만들어가는 과정, 정관, 총회, 조합원, 매장 운영, 출자금 마련 등 정신없이 배우고 일했어요. 이제 자리잡고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축복이지요."

이성숙 이사장은 농민들과 직거래 장터를 지속해 오던 중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장터뿐만이 아니라 상시로 만날 수 있는 농산물 직매장을 운영하고자 대전 로컬푸드 라온아띠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것이다. 다음은 이성숙 이사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지역의 농민과 소비자가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농산물 직매장
▲ 대전로컬푸드 라온아띠협동조합 지역의 농민과 소비자가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농산물 직매장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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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로컬푸드 라온아띠 협동조합이 하고 있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지역의 농민과 도시의 소비자가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로컬푸드 농산물 직매장입니다. 공정무역 커피와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한 음료 등을 판매하는 공정무역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 1회 농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 농민 직거래 장터란?
"어디서 먹거리가 왔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겁니다. 두부, 콩나물, 쌈채류, 고구마, 감자, 고춧가루, 무, 파, 부추, 사과, 들기름, 깨,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반찬 등 각종 제철 생산물을 직접 생산한 농민이 와서 판매하고 있고, 매주 수요일 9시 30분부터 14시까지 합니다." 
 
생산자과 소비자가 함께 손잡고 만들어갑니다.
▲ 대전로컬푸드 라온아띠협동조합 생산자과 소비자가 함께 손잡고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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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풀어본다면?
"로컬푸드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자 소비자 조직인데요. 소비자들이 직접 농촌에 들어가서 생산하는 과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10월에 행사를 했는데, 가족 단위로 40여 명이 쌀 생산 과정을 체험했어요. 벼베기, 탈곡, 떡 만들기, 시식 행사, 농민과 대화 등 농촌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노력의 결실을 몸소 깨닫고 왔습니다.

- 다른 행사도 있을 듯한데.
"로컬푸드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어요. 로컬푸드 관련 설문을 하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소비자와 농민이 모여 대화하는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제철에 나오는 농산물을 담아 꾸러미를 만들어 공급하고, 시기별 로컬푸드의 날 캠페인을 통해 직거래 장터 등 지역 로컬푸드 행사와 연계하여 활동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도 농산물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가장 로컬다운 직매장으로 운영하겠습니다."

- 운영과정 중 어려움도 있을 듯한데.
"로컬푸드는 기존 마트나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과 확실히 다릅니다. 내가 먹는 농산물을 어디서 누가 생산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겁니다."

- 농가 확대를 통한 농산물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 동안 꾸준히 계획 농사를 해오는 농민들이 있어요. 그 분들의 노력과 수고가 많지만 기후가 맞지 않거나, 다품종 지속생산에 어려움이 있어요. 대부분 시설 재배가 아닌 소규모 농사라서 제철 농산물을 다양하게 공급하기가 힘들어요. 농가 확대에 힘쓸 생각입니다."

- 사업 확장 계획이 있는지...
"대전 지역 어린이집에 제철꾸러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매월 꾸러미를 신청한 가정으로 제철 농산물을 보내는 일입니다. 물론 농산물 소개도 병행하고요. 저소득층을 위한 농산물 꾸러미 공급도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조합의 이름을 걸고 학교 급식 등 공공 급식에도 우리 농산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라온아띠 협동조합 분점이 마을마다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소비자들이 많이 합니다. 매장 환경이 좋아지는 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더욱 열심히
▲ 대전로컬푸드 라온아띠협동조합 조합원들과 함께 더욱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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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로컬푸드 라온아띠 협동조합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분들을 소개한다면?
"10명의 이사들이 모여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고요. 생산, 물품관리, 공급, 가격 등을 조율하는 생산자 품목 관리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과 제과제빵 기술을 갖고 있는 이혜림 조합원은 우리밀을 이용한 빵과 쿠키를 만들고 다양한 메뉴로 유기농 카페를 운영합니다. 이선희 조합원은 우리 매장 농산물 담당인데요. 우리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동안 생산자들의 애환과 결실을 이해하며 매일매일 감동하며 일하고 있어요. 조직 홍보를 맡은 육정임 조합원은 마을조직, 마을도서관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우리 조합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답니다."

- 그 동안 활동 중 보람이라면?
"10년 전에 대청호 보따리(꾸러미)를 처음 시작했었어요. 제철 농산물을 일정액만큼 꾸러미에 담아 판매하는 일이었어요. 지금도 그 꾸러미를 먹고 있다는 고객이 있어요. 보람이지요. 직거래 장터를 오랫동안 진행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때 기쁘구요. 농약 한 방울 치지 않고 벌레 좀 먹는다 쳐도 시기에 맞게 제철 농산물을 심어 수확하고 다양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보람입니다."

- 수상 경력이 있다면?
"작년에 대전시에서 로컬푸드 농산물 소비 향상에 애썼다고 상을 주었는데, 많이 부끄럽지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 기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주변에 큰 마트가 많아요. 인터넷만 연결하면 바로 집까지 오는 많은 먹거리도 엄청나고요. 과연 소비자의 진정한 건강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로컬푸드 농산물이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준다면 좋겠어요. 바로 저희 매장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귀찮더라도 한 번씩 들러주셨으면 합니다."

태그:#대전로컬푸드 라온아띠협동조합, #이성숙 이사장, #대전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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