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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는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사람 마음을 끄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향기로 가을을 홀리는 야생화인 구절초. 최근 사랑받는 가을꽃으로 부각하고 있다. 

가을꽃으로 코스모스, 꽃무릇, 구절초가 삼두마차를 이뤄 인기가 높다. 그 인기를 실감하듯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붉은 단풍과 은빛 억새가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시즌이 시작돼 가을꽃들이 뒤안길로 접어들기 시작했지만, 아직 구절초를 볼 수 있다. 

구절초로 이름난 곳으로 전북 정읍의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 세종시 영평사, 전북 진안의 마이산 산약초타운 등이 있고, 최근 경북 경주의 서악고분과 도봉서당의 구절초가 다른 지역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사람 마음을 끄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꽃
▲ 가을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구절초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사람 마음을 끄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꽃
ⓒ 최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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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의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  

따사로운 햇살이 가을빛으로 물드는 세상, 고백컨대 아기자기한 야생화가 가득한 숲을 거닐어 보고 싶다. 오늘 하루는 가을 숲에 핀 구절초를 탐하고 싶다.

야생성을 잃어버린 구절초 동산인 정읍의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 야트막한 산을 통째로 구절초를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드넓은 정읍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의 구절초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공원이 조성된 것은 10년 전이다. 2003년 솔숲이 좋은 곳에 인근 주민을 위한 체련공원을 조성했다가, 2006년부터 구절초를 심어 작은 축제를 열었다. 당시 반응이 좋아 해마다 조금씩 넓혀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구절초를 어릴 적 그냥 들국화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가을이 찾아오면 길섶이나 들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구절초. 이 꽃은 9월 하순부터 피어 10월 중순쯤 절정에 이르는 가을 대표 야생화다. 서늘한 가을이면 산과 들을 하얗게 물들이는 가을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여름에 핀 샤스타데이지를 보고 구절초로 착각한 적이 있다. 가을에 피어야 할 꽃이 여름에 핀 걸 보고 엘니뇨 현상으로 꽃들이 계절 감각을 잃은 줄 알았다. 허나, 나만의 착각. 길섶에 핀 샤스타데이지는 여름꽃, 우리나라 야생화가 아니다. 외래종으로 번식력이 왕성한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이다.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에 왔다면 빠지지 않고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국사봉이다. 백색물결의 구절초도 좋지만, 국사봉을 올라 안개가 덮인 옥정호의 몽환적인 이른 아침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묘미일 것이다.​
  
야트막한 산을 통째로 구절초로 조성한 구절초테마공원이다.
▲ 정읍의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 야트막한 산을 통째로 구절초로 조성한 구절초테마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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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영평사 구절초축제
  
어릴 적 구절초 향기가 꼭 사과향기 같았다. 사과를 한입 꽉 깨물었을 때 터져 나오는 과즙에 배인 향이 구절초향처럼 느껴졌다.

후각을 즐겁게 하는 구절초는 산사의 길섶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다. 구절초와 사랑에 빠진 산사, 영평사가 있다. 느림의 미학과 산사의 경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여행지라는 생각이 든다.

영평사 뒤편의 장군산(354.9m) 산행도 좋다. 이 산은 그리 높지 않아서 능선을 따라 구절초와 함께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가을을 알리는 토종 꽃인 구절초가 영평사로 들어가는 길섶에서부터 절까지 아름다움을 뽐낸다. 가는 길마다 구절초의 미소가 아름답다. 산사를 관통하는 작은 개울에도 어우러져 있고 곳곳에 사진 찍는 연인들, 가족들이 구절초만큼 아름답다.

영평사 둘레길을 돌아 뒷산으로 올라가자 소나무 아래 구절초가 빼곡하다. 참 희한하게도 이 꽃은 분홍빛이다가 활짝 피면 흰빛을 띤다. 간헐적으로 분홍색도 살짝 보인다. 토질이나 돌연변이로 분홍빛을 띠는 것도 있다. 국화과에 속하다 보니 국화 향을 빼다 닮았다.

공공 기관도 아닌 절집에서 수십 년째 구절초 축제가 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영평사에서는 부처님 사랑처럼 세상 사람들과 구절초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자 산사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영평사에서 짙어가는 가을, 하얗게 피어 눈을 시리게 하는 가을꽃, 구절초와 조우했다.
       
영평사에서는 부처님 사랑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아름다운 구절초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 세종시 영평사 구절초축제 영평사에서는 부처님 사랑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아름다운 구절초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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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마이산 산약초타운의 구절초
   
구절초가 마이산 두개의 봉우리와 조우한다.
▲ 진안 마이산 산약초타운의 구절초 구절초가 마이산 두개의 봉우리와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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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은 '호남의 지붕' 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이라 불렸던 전북 3대 오지 중 한 곳이다. 그러다 대전-통영,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많은 분들이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진안하면 손꼽을 수 있는 명소가 마이산이다. 진안 마이산은 두 개의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생긴 기이한 모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탑영제 호수에서 보면 꼭 천리를 달려와 고개를 숙인 말의 모습 그대로다.

진안 마이산 여행은 금당사에 즐비한 신비의 돌탑을 둘러보고 진안 홍삼을 활용한 스파인 홍삼스파와 홍삼한방센터에서 힐링하는 것도 좋다.

최근 마이산 입구 산약초타운에 150만 포기의 구절초가 피어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진안의 자생하는 약초를 알리고자 산약초타운 뒷동산을 구절초 동산으로 만든 것이다.

그 이외에 진안의 명소로 마이산의 반영을 오롯이 볼 수 있는 반월제를 꼽는다. 호수 바닥에서 불끈 솟은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 봉우리가 환상적이다. 특히 반월제의 명경지수에 반영된 마이산 모습은 그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마이산을 오롯이 볼 수 있는 반영이 아름다운 곳
▲ 반월제의 명경지수 마이산을 오롯이 볼 수 있는 반영이 아름다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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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서악고분과 도봉서당의 구절초
  
경주 서천교를 건너 왼쪽으로 꺾으면 태종무열왕릉으로 가는 길이다. 태종무열왕릉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산이 서악산, 현재는 선도산이라 불리는 산이다.

최근 신라문화원의 문화재돌봄사업단에서 '보희, 문희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선도산에 구절초를 조성해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곳의 2만7천여 송이 구절초가 서악고분군, 도봉서당과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네이비게이션에 도봉서당을 입력하고 달리면 좁은 마을 안길로 안내한다. 좁디좁은 골목길은 신라의 고풍스러움이 그대로 묻어 있다. 집집마다 마당에 꽃을 가꾸고 담장을 낮춰 서로 쉽게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몇몇 집에서 시작한 마을 가꾸기가 마을 전체를 탈바꿈한 것으로, 지난 가을부터 시작됐다.

꼬불꼬불 좁은 비탈길, 끄트머리에 도봉서당이 있다. 조선 성종 때의 문신 황정(黃玎)의 재실이다. 처음에는 추보재(追報齋)였지만 1915년에 서당으로 다시 지어졌다.

서당 뒤편 탑과 소나무 숲 사이로 여럿 무덤이 있다. 어여쁘게도 고분 사이로 하얀 구절초가 눈처럼 쌓여 있다. 유일하게 문인석이 있는 작은 무덤이 황정의 묘다. 그리고 도봉서당 뒤편의 삼층석탑이 구절초와 그림을 그린다. 모전석탑 계열인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다.

아래로 내려가면 서악동 고분군이 있다. 왕릉으로 추정될 뿐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고분군 앞에 연못은 일명 '보희 연못'이라 부르는 '새골못'이다. 가는 길마다 새하얀 구절초가 웃어준다. 그 사이로 셀카 찍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삼층석탑이 구절초와 그림을 그린다.
▲ 도봉서당의 구절초 삼층석탑이 구절초와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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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생각없이 경주>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 )에도 실립니다.


태그:#구절초, #구절초축제, #경주여행, #생각없이경주, #여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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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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