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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넘쳐나는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라면 쳐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눈여겨 본 이유는 저자가 공정무역 운동을 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기업가이기 때문이다. 저자 이강백은 현재 (주)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저개발 국가의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윤리적 거래와 공정무역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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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모두의 놀이가 되게 하라> 표지 .
ⓒ 착한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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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촌시골마을에서 마을공동체의 재생과 활성화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복지사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케어하며 마을복지, 마을교육, 마을경제 사업 등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

자본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인구마저 감소해 소멸의 위기에 놓인 시골 농촌. 이윤보다는 가치로 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매일이 즐거운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니다. 현장에 있다보면 작고 소박한 삶도 늘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절감한다.

농촌 마을공동체 재생에 함께 하고자 적지 않은 이들이 합류했으나 많은 이들이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떠났다. 3년 이상을 버텨내는 사람이 드물었다. 귀농귀촌해 마을 주민으로 정착하는데 실패하기도 했거니와, 조직 내부의 갈등을 풀지 못해 결국 짐을 싸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 나는 여전히 이 질문의 답을 찾고 있다.

그간의 경험상, 지속가능하려면 운영과 경영이 모두 안정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운영은 되는데 경영이 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렵다. 일하는 식구들 급여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경영은 되는데 운영이 안 된다? 그런 조직도 내부에서 불화만 반복하다가 결국은 망할 것이다. 

이강백 대표의 책 <일이 모두의 놀이가 되게 하라> 속에서 비영리조직이 성공할 수 있는 비법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비법 같은 것은 애초에 없다고 한다. 비법 대신 조직에 대해 역설한다.

가치있는 비전이 있더라도 그것을 구체적인 현실에서 펼쳐내지 못한다면 '관념'일 뿐이다.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다. 가치있는 비전을 추구하면서 지속가능하려면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일해야 한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어떤 조직이어야 하는가?

이 대표는 "대박나는 조직이 아니라 살아남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살아남는 조직을 지속가능한 조직이라고 한다"면서 "지속가능한 조직은 대박이나 큰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고 의미있는 비전을 추구한다"(4쪽)고 이야기한다.
 
"지속가능한 조직은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이다. 그리고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이 실패한다. 실패의 속도가 빠르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운명을 바꾸는 힘은 실패를 견디는 힘이다. 지속가능한 조직은 서로의 능력을 키워주는 조직이다. 조직의 성장, 매출의 성장보다 사람의 성장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일을 놀이처럼 하고, 매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조직이 지속가능한 조직이다. 서로를 존엄하게 대우하는 조직, 힘이 들어도 유머가 넘치는 조직이 지속가능한 조직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통해 자신들이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조직이다." (5쪽)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낯선 농촌 땅에 들어온 지 10년, 비전과 현실의 경계 어디쯤에서 나는 매일 흔들린다. 흔들리면서 나아간다. 생각과 문화, 기질과 성격이 각기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일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고 화합을 이루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때로는 말이 아닌 침묵과 헌신이 답이 될 때가 있다. 진심이 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크고 작은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인내, 끊임없는 구애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관계가 형성되고 마을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정말로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이 실패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조직의 조건이라면 나와 내 동료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10년 동안 실패에 대한 내성은 어지간히 생겼으니까. 그러고보니 숱한 우여곡절속에서도 10년을 하루같이 잘 버텨온 동료들이 참으로 대견해보인다. 그들을 더 많이 존경하고 사랑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일이 모두의 놀이가 되게 하라>(이강백 지음 / 착한책가게 펴냄 / 2018.7 / 15,000원)


일이 모두의 놀이가 되게 하라 - 운명을 바꾸는 힘,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비밀

이강백 지음, 착한책가게(2018)


태그:#비영리조직,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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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하루 하루 잘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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