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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반대하는 단체측에서 양산지역 초등학교 앞에서 배포한 전단지다. 학부모들은 내용이 선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반대하는 단체측에서 양산지역 초등학교 앞에서 배포한 전단지다. 학부모들은 내용이 선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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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된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반대 측에서 선정적인 내용을 넣은 전단을 제작·배포해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반대 전단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동성이든 이성이든 맘대로 섹스하세요'라고 가르치는 내용의 그림이 담겨져 있다. 

21일 경남 양산 지역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사이 양산 지역 3개 초등학교 앞에서 '우리 아이 망치는 경남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이라는 제목의 전단이 살포됐다.

초등학생들이 아침 등교 때 교문 앞에서 전단을 받았고, 하교 후 학부모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이에 학부모들이 전단 내용을 보고 놀라 '학부모 밴드'와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전단의 존재가 알려졌다.

전단 내용 살펴보니... "자극적" "사실 관계 어긋나"

전단에는 "초등학교 성인권교육=음란 세뇌교육" "성인권 교육, 성적 지향 차별금지란? 남녀간, 동성간 섹스=학생인권"이라 적혀 있고, "초등학생이 성관계, 임신해도 인권이니 내버려둬?(윤리, 책임의식 빠진 음란 세뇌교육 시행)'이라는 설명도 달려있다.

또 전단에는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의 내용인 '제16조'와 '제17조'라 해놓고 "성적 지향, 임신, 출산 차별금지(동성애 가능, 음란 조장) - 남녀간, 동성간 스킨십 성행위. -임신, 출산 관련 지도 불가능" "성인권교육 실시-음란 세뇌교육 : 성적권리(동성애/양성애/성전환/낙태를 자신이 결정할 성적 권리로 가르침"이라고 해놨다.

한 학부모는 "집에 온 아이가 등굣길에 받았다면서 전단을 보여줬다,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면서 "선정적인 문구에다 '마음대로 섹스하세요'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칫 아이들이 이 전단을 보고 마음대로 섹스해도 된다고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학부모는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관계자가 교문 앞에 나와 전단을 나눠주지 못하도록 하자 실랑이가 벌어진 것으로 안다"라면서 "전단 배포자들은 2인 1조로 움직여 등교시간에 몇 군데 초등학교 앞에서 전단을 나눠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안에 반대하기 위해 어린 아이들의 정서를 저해하는 선정적인 문구를 넣은 전단지를 배포해서는 안된다고 본다"라며 "교육청과 경찰이 나서서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전단지 내용을 보니 아주 자극적이다, 마치 교사들이 학생들을 세뇌시키려 하는 것으로 표현해 놨다"라면서 "교사 입장에서 대단히 모욕적인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을 통해 학부모에게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장하지만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인권감수성이 완벽히 결여된 대단히 비교육적인 행위"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른이 학생들에게 행한 또 다른 폭력으로 개탄스럽다"라고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을 소수라도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지, 전단에 표현해 놓은 것처럼 학생들한테 성관계나 동성애를 하라고 조장하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배포자 파악되지 않아"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 앞에서 전단이 배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아직 배포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반대하는 한 단체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안에 반대하는 단체가 여러 군데다, 우리 단체에서 만든 전단지는 아니다"라면서 "반대하는 한 단체에서 만들어 배포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학생인권조례안은 학생들한테 그렇게 하겠다는 것으로, 학생인권조례안이 문제인 것이지 선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8일 '경상남도 학생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안이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학교 구성원이 상호 존중받는 인권 친화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해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함양하고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조성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TF팀'을 구성했고, 올해 2월 '학생인권 실태조사 연구' 과정과 의견을 모아 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들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 9월 11일 낸 담화문을 통해 학생인권조례안 제정 추진 계획을 밝혔다. 도교육청은 지난 9월 18일 '유·초·중·고교 교장과 교육감의 대화', 9월 20일부터 4개 권역별 인권담당교사를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도교육청은 입법예고 이후에도 서면과 팩스, 온라인 설문,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받고 있다. 또 도교육청은 오는 11월 20일 경남교육연수원 홍익관에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박종훈 경남교육감 "아이들 인권감수성 갖추게 하는 게 목표" 
 
지난 19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남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답변하고 있다.
▲ 답변하는 박종훈 교육감 지난 19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남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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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19일 벌어진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남도교육청(8개 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학생인권조례안 추진이 하나의 쟁점으로 거론되었다.
 
전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반대 목소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밀고 나가는 이유가 어디 있느냐"라고, 김한표 의원(자유한국당)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례안을 보면 좋은 내용이 많은데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 모양이다"라고 짚었다.

이에 박종훈 교육감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학생과 학교가 인권적으로 성숙된 문화를 갖추고 미래교육에 필요한 아이들의 인권감수성을 갖추게 하는 게 목표"라면서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담아서 의회에 제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 제정을 두고 지역에서는 찬성과 반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경남교육포럼과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김해교육연대 등 100여 개 단체들은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를 결성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건강한사회국민포럼' '경남미래시민연대' '경남동반연' '경남기독교총연합' '창원기독교총연합' '진주바른시민연회' 등 단체들은 학생조례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2008년 '의원발의'로, 2012년 4만여 명의 서명을 통한 '주민발의'로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경남도의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던 도의회에서 무산됐다.

현재 전국에서는 서울, 경기, 광주, 전북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고, 경남에서 만들어지면 다섯 번째다. 학생인권조례안이 제정되려면 경남도의회에서 상임위와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태그:#학생인권조례안, #경남도교육청, #경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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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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